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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맞잡은 남북…리셉션·개회식서 눈도 안 마주친 북·미

입력 : 2018.02.09 22:22:00 수정 : 2018.02.09 23:45:36
 

ㆍ개회식 리셉션 온 펜스 ‘미 선수단 약속’ 이유 5분 만에 퇴장
ㆍ문 대통령, 김영남 맞아 “함께한 자체가 평화 첫걸음” 환영사

<b>한자리에 선  남·북·미</b>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9일 열린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을 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에서 네번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다섯 번째) 등이 일어서서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앞줄 오른쪽)은 자리에 앉아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한자리에 선 남·북·미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9일 열린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을 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에서 네번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다섯 번째) 등이 일어서서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앞줄 오른쪽)은 자리에 앉아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앞서 환영 리셉션을 주재하며 각국 정상들을 맞이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맞이한 데 이어 시차를 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맞았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잠시 얼굴을 비친 뒤 5분 만에 리셉션장을 떠나면서, 정부가 희망했던 북·미 고위급 대표 사이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20분쯤부터 리셉션 장소인 평창 용평 블리스힐스테이 리조트에서 김 상임위원장,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 정상들을 맞으며 펜스 부통령의 도착을 기다렸다. 

하지만 예정 시각 6시를 넘겨도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오지 않자, 문 대통령은 리셉션장에 들어가 행사를 진행했다. 지각한 두 사람은 문 대통령 환영사를 듣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건배사 이후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뒤늦게 도착해 대기 중인 회의실로 나갔다. 문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리셉션장으로 안내했다. 펜스 부통령은 리셉션장에서 몇몇 정상들과 악수를 했지만 김 상임위원장과는 악수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 부부는 5분쯤 뒤 퇴장했다. 

결과적으로 김 상임위원장과 펜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 부부, 바흐 IOC 위원장 부부를 사이에 두고 한 테이블에 앉는 청와대 구상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과 오후 6시30분 저녁 약속이 되어 있었고, 저희에게 사전 고지가 된 상태였다”며 “테이블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 포토세션에 참석한 뒤 바로 빠질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께서 ‘친구들은 보고 가시라’고 해서 리셉션장에 잠시 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론 행사 직전까지 테이블에는 펜스 부통령 부부를 위한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 도착 전부터 북한 대표단과 조우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청와대는 막판까지 자리를 비워둔 채 펜스 부통령의 리셉션 참석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북한의 핵 개발과 인권 상황을 비판해온 상황에서 북한 대표와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자리에 남아 김 상임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생각을 전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밝혔다.

특히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통역 도움을 요청해 옆자리 김 상임위원장과 긴 대화를 나눴다. 한 배석자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이 “평양을 방문해 먹은 음식이 아주 맛있었다”며 “건강에 좋다는 인삼 가져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조선 음식이 건강식이라 유럽 사람들에게 잘 맞는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김 상임위원장을 지칭한 듯 “평창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한자리에 있기가 어려웠을 분들도 있다.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세계의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은 내일 관동하키센터에서 하나가 될 것”이라며 “스틱을 마주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들의 가슴에 휴전선은 없다”고 했다. “한 시인은 ‘눈사람은 눈 한 뭉치로 시작한다’고 노래했다. 지금 두 손 안의 작은 눈뭉치를 우리는 함께 굴리고 조심스럽게 굴려가야 한다.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은다면 눈뭉치는 점점 더 커져서 평화의 눈사람으로 완성될 것”이라고도 했다. 


리셉션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참석했지만, 문 대통령과 마주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개회식에서도 이 전 대통령과 따로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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