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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장관을 향한 기무사의 ‘의문’스러운 반발

송영무 국방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정의철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간부들 간 벌어진 낯뜨거운 '진실 공방'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기무사가 작성한 이른바 '촛불 계엄 문건'에 대한 사후 보고를 둘러싸고 송 장관과 기무사의 주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장관과 대령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양측의 진실 공방만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정작 기무사가 내란 음모를 계획했다는 '기무사 문건 논란'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 벌어진 국방위 회의장
국방부장관에 정면으로 맞선 기무사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사건의 발단은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벌어졌다. 이날 회의에는 기무사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과 '기무사 계엄 문건' 작성에 관여한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과 기우진 기무사 5처장도 직접 출석했다. 소 참모장은 기무사 계엄 문건을 작성할 때 꾸려진 TF팀 팀장을 맡았고, 기 처장은 문건 작성의 실무 책임자를 맡은 당사자다.

이 자리에서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송 장관에게 계엄 문건을 보고했을 당시 "이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대면보고를 했다"며 "20분 정도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장관은 "5분 정도 보고를 받았고, 지휘 일반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후 이어진 민병삼 기무부대장의 발언은 진실 공방 논란에 불을 붙였다.

민 부대장은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양심을 걸고 말한다"며 "7월 9일 장관께서 '위수령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 남용에 해당되는지는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이 당시 해당 문건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이 발언을 들은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대한민국의 대장까지 마치고 장관하는 사람이 거짓말하겠느냐. 장관을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방부 수장의 말을 기무사 대령이 면전에서 반박하고,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입씨름을 벌이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자 발언의 진위에만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송 장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몰아세우며 사퇴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논란은 다음날인 25일 장외전으로까지 번졌다. 기무사는 송 장관이 한 발언의 진위를 입증하기 위한 보고서를 추가로 공개했고, 국방부는 "사실무근"이라고 재반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같은 날 여야 원내대표들은 기무사 계엄 문건에 대한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국방위원회와 협의를 거치고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기무사는 왜 항명에 가까운 반발을 감행했나
조직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 쓰는 기무사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와 4.16연대,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기무사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시민사회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 해체 등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와 4.16연대,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기무사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시민사회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 해체 등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그러나 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동이 정작 사건의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기무사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계엄 문건을 작성한 부대로서, 친위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즉, 특별수사단의 수사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 할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송 장관에게 맞서면서 양심선언을 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기무사가 항명에 가까울 정도로 국방장관에 반기를 든 이유는 책임 회피로 조직을 지키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광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은 25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기무사는 (계엄령을 검토한 것이) 기무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송 장관 역시 (그렇다고) 이야기해놓고 왜 이제 와서 기무사가 다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덤터기를 씌우느냐며 반발하는 것"이라며 "우리(기무사)한테 칼 대지 말라고 하는 중"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김 자문위원은 기무사 간부들이 국회에 출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방위 회의에 기무사 대령이 출석해 발언한 적 있나. 아주 이례적인 것"이라며 "더욱이 (어제 출석한 기무사 대원들은) 계엄 문건으로 조사 받고 있는 사람인데 이와 관련한 내용을 진술하기 위해 떼로 몰려 왔다는 것은 조직(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상만 국방부 국방개혁자문위 간사 역시 송 장관의 주장이 진실이냐, 거짓이냐에 대한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논쟁이 아니라고 힘줘 말했다. 오히려 고강도 기무사 개혁을 준비했던 송 장관을 흔들기 위한 기무사의 공작 중 하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간사는 같은 날 통화에서 "진실 공방보다 더 중요한 본질은 박 전 대통령의 권력 하에서 기무사가 친위 쿠데타를 모의하려고 했다는 것"이라며 "그 중간에 있던 송 장관의 발언과 판단의 적절성은 논쟁거리가 될 수는 있지만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친위 쿠데타라는 계획안을 짰던 사람이 누구고, 그것을 통해 얻으려고 했던 게 무엇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어제 기무사의 행태는 송 장관을 날리려는 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무사는 이번 기회에 송 장관을 날리면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방개혁안을 중단시키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현역 군복을 입은 기무사 대령이 장관의 면전에서 공방을 벌이는 황당무계한 상황을 연출해 송 장관의 리더십을 훼손하려는 것이 목표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진실 공방 논란의 실체는 기무사가 자신의 조직에 대한 개혁 움직임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기무사 개혁 방안을 논의 중인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회 장영달 위원장은 통화에서 "다른 곳도 아니고 군이 국민들 앞에서 자신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는 것은 심각하다"며 "지금 기무사는 명령대로 수행했는데, 우리만 죽일놈 취급을 당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뜻 아닌가. 그런 부분은 합동수사단에서 밝혀내야 할 문제"라고 조심스레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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