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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쇼크'는 헛소리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다른 말 하는 취업자 통계와 고용보험 행정통계

 

 

 

일주일째 '고용 쇼크'를 놓고 온갖 주장과 해석이 범람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7월 고용 동향' 자료 하나를 놓고 벌어진 일이다. 여기에 나온 수치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논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 일방적으로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재앙을 불러왔다"는 공격, 그리고 "원인을 정확히 찾기 어렵다"는 정부의 어설픈 변명뿐이다.
 
놀랍게도 통계청 발표자료의 적합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논의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일수록 <인사이드 경제>는 언제나 삐딱한 접근법을 선호한다. 도대체 그놈의 '7월 고용 동향'의 실체가 뭐야? 조사는 어떻게 하는 거고 결과는 신뢰할 수 있는 건가? 고용 지표 조사를 위해 이것보다 더 좋은 자료나 데이터는 없는 거야? 아무도 묻지 않는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고용 쇼크’ 논쟁에 뛰어들어 보기로 했다.
 
표본 추출에 기반한 통계청 조사 
 
통계청 발표 자료의 원본은 매월 시행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이다. 7월에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취업자 수는 약 2708만3000명이라고 한다. 작년 7월에는 2707만8000명으로 조사되었는데, 1년 뒤에 취업자 수가 고작 5000명 늘어난 것이다. 올해 1~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최소 10만 명 이상씩 늘었는데 7월에는 5000명으로 나왔으니 ‘쇼크(shock)’라는 거다. 
 
<인사이드 경제>가 던지는 기본 질문은 이거다. 통계청이 2700만에 달하는 취업자를 모두 조사했을까?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 취업자를 구분해야 하니 5000만 국민 전체를 조사해야만 취업자 수를 정확히 추산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10~20만 명도 아니고 5000만 명을 무슨 수로 매월 조사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건 불가능하다. 그럼 통계청은 저 숫자를 대체 어떻게 내놓는다는 말인가. 통계학적으로 검증된 ‘표본 추출’ 방식에 의존한다.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경우 전국의 1737개 조사구에서 약 3만5000 가구를 선정해 조사를 벌인다고 한다. 이 표본들은 노후화 방지를 위해 매월 970가구씩 교체된다. 
 
한두 번 조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매월 하는 것이니 이런 표본 조사의 신뢰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고 가정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합리적인 가정’일 뿐이다. 전수 조사가 아닌 이상 표본 조사는 통계적으로 반드시 오차를 가질 수밖에 없다. 표본 설계가 얼마나 정밀하가에 따라 오차율 범위를 줄일 수 있을 뿐, 표본 조사를 하는 이상 오차를 배제할 수 없다.
 
오차율 범위에 따라 실제 취업자가 5000명만 증가했을지, 아니면 10만 명 이상 증가했을지, 오히려 취업자가 줄었을지도 모른다. <인사이드 경제>는 통계청 조사의 신뢰도 전체를 깔아뭉갤 생각이 아니다. 표본조사에서 오차가 불가피하다면, 다른 조사를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연합뉴스

전수조사에 입각한 행정통계 노동시장 동향 
 
참조해볼 만한 다른 자료가 하나 있다.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6년 6월부터 고용노동부가 매월 발표하고 있는 ‘행정통계로 보는 노동시장 동향’이다. 이건 주로 고용보험 DB와 Work-Net 등을 활용한 행정통계인데,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데이터가 다뤄지므로 사실상 전수조사나 다름없다. 
 
고용보험 DB를 활용하면 매월 피보험자 전체 규모를 1명 단위까지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고용보험 신규가입자, 피보험자격 상실자 수도 파악할 수 있어서 매월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노동자, 해고·계약해지를 당하는 노동자 규모도 파악이 가능하다. 가입자들의 연령·성별·지역·산업도 알 수 있기에 통계자료를 연령별·성별·지역별·산업별로도 분류할 수 있다.
 
물론 이 통계자료에는 분명한 약점이 있다. 우선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들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활동인구 중 자영업자들이 기본적으로 빠지게 된다. 또한 고용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되는 월 60시간 미만(주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와 공무원들이 빠진다. (공무원이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 의외로 많지 않다.)
 
아울러 여러 가지 이유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들도 있다. 사용자들이 4대 보험 납부를 꺼려 근로계약서조차 체결하지 않는 영세기업이나 사각지대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고용보험 행정통계는 전수조사에 가깝다는 장점이 있긴 하나, 자영업자·공무원·초단시간·사각지대 노동자들이 통계에서 제외된다는 분명한 약점과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앞서 살핀 것처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역시 표본조사라는 약점을 갖고 있지 않던가. 고용지표를 정확히 보여주는 완전무결한 통계자료가 있다면 좋겠지만, 각자 약점을 가진 자료들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한 자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자료를 동시에 참조하되, 각각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옳지 않을까.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매년 30만 명씩 꾸준히 증가 
 
그래서 2개의 자료를 동시에 보기로 했다. 일자리 통계의 경우 계절적 요인이 있으므로 전월과 비교하는 것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것이 좋다. 가장 최근 통계가 2018년 7월 데이터이니 매년 7월 현재 취업자수(경제활동인구조사)와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를 아래와 같이 나타내 보았다. 
 
자, 어떤가? 일단 눈에 들어오는 것은 2개 자료의 숫자 규모이다. 자영업자·공무원·초단시간 노동자가 빠진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치가 취업자 수치에 비해 절반 가량으로 떨어진다. 이를테면 지난 7월 현재 취업자 수는 2708만 명인 반면,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1318만 명이다. 이건 고용보험 행정통계가 가진 약점과 한계를 반영한다.
 
그러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을 살펴보자. 취업자 수의 경우 1.13%, 1.79%의 증가율을 보이며 매년 약 30~40만 명씩 늘어나다가 갑자기 올해에 고작 0.02%, 작년 대비 5000명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매년 2~3%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니, 똑같은 일자리 관련 통계인데 결과치가 왜 이렇게 다른 걸까?
 
다행히 2개의 통계 모두 산업별 데이터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전체 규모만 보는 것보다 산업별 세부 데이터를 보면 좀 더 변별력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2개의 통계자료로부터 주요 산업별로 매년 7월 데이터만 추출해 아래와 같이 표를 만들어 보았다.
 
농림어업의 경우 당연히 대부분의 농민들은 피고용인이 아니라 자영업자로 분류될 것이다. 교육서비스업의 경우 대표적인 공공분야여서 공무원으로 분류되는 종사자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 2개의 산업에서 피보험자 숫자는 취업자에 비해 훨씬 작게 나타나며, 이런 부분은 고용보험 행정통계가 가진 약점 중 하나이다. 
 
제조업을 한번 보자. 한국 제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피보험자 수 증가율도 이를 반영하듯 느림보 걸음이다. 그런데 취업자 수 통계는 마이너스에서 3%대로 솟구쳐 올랐다가 다시 마이너스로 널을 뛴다. 제조업의 경우 취업자와 피보험자 수의 차이도 크지 않기에 전수조사에 가까운 피보험자 수의 변화가 좀 더 현실을 잘 반영한다고 보는 게 옳다. 이런 지점은 통계청 표본조사의 명백한 한계와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제조업 대신 서비스업, 특히 도소매와 숙박음식 분야에서 일자리 성장률이 높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일자리의 질적 측면에선 따져볼 얘기가 많지만, 어쨌건 이 분야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건 평범한 이들도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피보험자 숫자 증가율은 매우 큰 폭인데 반해, 취업자 수는 제조업처럼 증가와 감소를 오락가락한다. 점점 이상해지는데? 
 
출판·영상·통신과 전문과학기술 분야 역시 2개의 통계자료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피보험자 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취업자 수는 -5%에서 8%까지 정말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널뛰기를 한다. 사업서비스와 개인서비스 등 일자리 성장을 가져온다고 알려져 있는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2개의 통계자료는 아무런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않는다.
 
보건복지 분야, 이것 하나만큼은 2개의 자료가 일치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 수요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 보육시설, 복지관, 상담소 등이 포함되어 있는 비거주 복지시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 쇼크' 논쟁에 뛰어들며 
 
고용보험 자료만 봐서는 아무리 우울하게 해석해도 '고용 쇼크'라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피보험자 규모 역시 매년 30만 명씩이나 증가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용 쇼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원인을 찾는 게 아니다. 도대체 왜 2개의 통계가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고용보험 행정통계만을 본다면 통계청 자료와는 정반대의 얘기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작년까지는 두 자료 모두 매년 30만 개의 취업자 내지 피보험자가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일자리 성장을 선도하는 것은 고용보험 피보험자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즉, 고용보험 가입조차 할 수 없는 영세한 일자리가 아니라 보험에 가입하는 상용직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전체 일자리의 ‘양’은 늘어나진 않았지만,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서 일자리의 ‘질’은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2015년에 최저임금 제도를 다시 도입한 독일의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괜찮은 일자리 71만3000개가 늘어난 반면, 고용보험 가입조차 안되는 ‘미니잡(Mini Job)’ 등 안 좋은 일자리 14만 개가 사라졌다는 통계도 나오지 않았던가! (☞ 관련 기사 : “독일서 최저임금 올렸더니, 깜짝 놀랄 변화가 일어났다”) 
 
<인사이드 경제>는 저런 자료들을 들먹이며 "한국의 고용 문제 전혀 없다"는 주장을 벌일 생각이 전혀 없다. 이미 평범한 이들도 체감하고 있듯이, 한국의 고용과 일자리 문제는 좋은 상태가 아니다. 하지만 도대체 그 문제가 어떻게 드러나고 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이고 해법은 무엇인지 정확히 따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아울러 <인사이드 경제>는 문재인 정권의 정책을 방어하거나 비호해줄 생각도 전혀 없다. 문재인의 ‘노동 존중’은 허상이거나 사기에 불과하며, 문재인의 경제정책은 박근혜 적폐정권의 것과 거의 완전히 일치한다. 한국의 고용과 일자리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이전 정권 탓이 아니라 이전 정권과 똑같은 길을 걸으며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책임이다. 
 
아는 분은 알겠지만 <인사이드 경제>는 경제는 물론이고 어떤 학문이건 석·박사 학위 한 장 갖고 있지 않다. 무식하니까 용감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학위 하나 갖지 않은 필자의 눈에도 전문가들의 헛소리들이 보이니, 보이는 만큼 떠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평범한 시민들이 던지는 아래와 같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해 '고용 쇼크' 논쟁에 뛰어들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 '소득 주도 성장'은 일자리 정책인가? 
▴ 정말 최저임금 상승 때문에 일자리와 고용에 문제가 생긴 걸까?
▴ 최저임금 말고 일자리와 고용, 소득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일까?
▴ 그렇다면 지금 일자리·고용 문제의 핵심 원인은 무엇이고 해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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