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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식, 문 대통령 축사 보내와

이이화 “민족통일의 동력을 기르려 한다”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식, 문 대통령 축사 보내와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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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9  22: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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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식이 29일 한국순교복자수녀회 강당에서 열렸다. 이이화 건립위원회 위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4,500여명의 발기인을 비롯해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건립운동에 참여해 16억원이 넘는 건립기금을 조성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자발적인 역사문화운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이화 식민지역사박물관건립위원회 위원장은 2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청파로 한국순교복자수녀회 강당에서 열린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식 기념사에서 “여러분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또 고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제 식민지로 전락한 국치일 108년을 맞은 이날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은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함세웅)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상임대표 이희자) 등 시민단체와 독립운동계, 학계가 중심이 돼 건립위 출범 8년만에 민간의 힘으로 건립됐다.

이이화 위원장은 “<친일문학론>의 저자 임종국 선생이 남긴 방대한 연구자료를 시작으로 <친일인명사전> 편찬 과정에서 수많은 자료가 축적되었다”며 “동학농민혁명에서 친일청산운동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백년의 사료 7만여 점과 5만여 권의 도서를 소장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자료수집 캠페인으로 독립운동가의 후손, 강제동원피해자 유족 그리고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을 비롯한 다수의 시민들이 자료를 기증해 왔다”며 “모은 사료에는 3.1독립선언서 원본, 반민특위 직인 그리고 징용·징병자의 일기 편지 등 생생한 기록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이화 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복수의 칼날을 접고 진정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우호를 다지려 한다.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고 미래의 평화를 이룩하려 한다”며 “보편적 민족주의 이념을 정립해 민족통일의 동력을 기르려 한다”고 제시했다.

   
▲ 참석자들이 독립군가를 합창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를 보내와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을 축하한다. 오직 국민의 힘으로 세워졌다. 정부가 하지 못한 일을 먼저 나서서 해주셨다”고 치하하고 “역사는 국민들의 것이고 국민들이 역사를 성찰할 때 역사는 새롭게 만들어진다. 박물관을 통해 우리 역사를 깊이 돌아보고 더욱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영상 축사를 보내왔고, 한승헌 변호사와 이종찬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 안민석 국회 문광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조광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 나서 “조선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는 국제법적 정당성을 상실한 범죄적 행위”이고 “조선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정책에 도움을 줬던 일들은 범죄행위일 수 밖에 없다”고 규정하고 “식민범죄에 대한 저항은 모두가 다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광 위원장은 “이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조선에 대한 제국주의의 침략과 이에 맞서 전재했던 반제투쟁의 역사를 특별히 기억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며 “과거의 식민범죄에 대한 규명을 통해서 현재의 질서를 바로잡고자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는 “아픈 마음으로 우리 선조들의 삶을 되새기면서 미래를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하고 “오늘은 숱한 익명의 순국선열들, 희생자들을 마음에 품고 기도하는 날”이라면서 “특히 민족문제연구소를 위해서 뿌리의 삶을 사셨던 분, 가장 큰 일을 하신 분이 임헌영 소장”이라고 호명해 무대에 세웠다.

   
▲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함세웅 신부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을 무대에 세워 인사말을 시켰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국가보안법상 간첩죄로 복역했다 최근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기념관을 국치일에, 오늘 개관을 하려고 날을 오래전부터 잡았다”며 “그 뜻을 꼭 잊지 말고 앞으로 우리민족사에서는 영원히 이런 치욕의 날이 없도록 하려면 우리 박물관을 앞으로 계속 도와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족문제연구소를 자주 찾는 ‘동지’가 되어달라는 것.

함세웅 신부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역사다큐 <백년 전쟁>에 대한 ‘이승만 사자명예훼손’ 1심 국민참여재판 결과 29일 무죄 선고가 나왔다고 전하고 “결국 역사의 정의가 승리했다. 앞으로도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에 추호의 흔들림 없이 우리 모두 싸워나가겠다”고 기세를 올렸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개관식에는 윤경로 건립위원회 집행위원장이 경과보고를 했고, 송기인 신부가 발기인 대표로 인사말을 했으며, 이이화 건립위원회 위원장이 공로패와 감사장을 전달했다.

   
▲ 식민지역사박물관 현판 개막식이 비가 뜸한 짬에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현판 개막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비가 뜸한 틈을 타 바로 옆 식민지역사박물관으로 이동한 350여명의 참가자들은 현판 제막식을 갖고 5층 건물을 둘러봤다.

박물관은 1층 복합문화공간 ‘돌모루’, 2층 상설전시관, 3층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실, 4층 자료실, 5층 교육장 옥상 전망대 ‘푸른 언덕’으로 돼 있고, 상설 전시관은 △1부 일제는 왜 한반도를 침략했을까 △2부 일제의 침략전쟁 조선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3부 한 시대 다른 삶 친일과 항일 △4부 과거를 이겨낸 힘,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로 구성돼 있다.

김승은 학예실장은 전시관을 안내하며 “이 전체 공간은 86평 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공간”이라며 “그렇지만 여기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많은 사람들의 투쟁과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많은 사람들의 용기가 담겨있다”며 4개의 주제로 전시됐다고 소개했다.

김승은 실장은 전시물 중 국치일에 가장 도드라진 자료로 순종의 마지막 포고문과 데라우치 초대 총독의 첫 포고문을 꼽고 순종의 포고문은 열 줄 정도이지만 데라우치 총독의 포고문은 “순종 포고문보다 열배 길다”고 짚었다.

   
▲ 식민지박물관 2층 상설전시관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순종의 마지막 포고문(오른쪽)과 데라우치 총독의 첫 포고문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식민지역사박물관은 2007년 2월 건립준비위가 발족해 송기인 초대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2년간의 급여 2억 원 전액을 기탁한 것을 시발로 모금이 시작돼 2017년 2월 건물을 매입한 뒤 12월 청파동 서현빌딩으로 이전해 이날 개관식을 갖게 됐다.

한편, 최근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에 문제를 제기해온 '민족문제연구소 바로세우기 시민행동' 등은 박물관 입구 건너편 인도에서 "22억 대출받아 치욕의 식민지박물관 웬 말이냐?" 등의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식에는 독립운동가 후손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개관식을 마치고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이이화 위원장이 많은 후원자를 대표해 최규필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아 성공적 개관에 크게 기여”했다고 공로패를 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식민지역사박물관 전경. 5층 단독 건물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2층 전시관 내부.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3.1독립선언서 원본.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김승은 학예실장이 전시실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후원자들의 이름을 새긴 기억의 벽.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을 비판하는 시위가 인근에서 계속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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