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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공항 조선고교생 선물 압수사건, 그리고...

[기고] '고교무상화'재판, 오사카·도쿄의 항소심판결을 앞두고

 

 

 
이번 여름 일본은 혹서에다 지진과 호우,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중층적으로 몰려와 재일동포 아이들이 다니는 조선학교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특히 7월 6일 태풍 쁘라삐룬으로 와까야마조선초중급학교의 교실이 침수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으며, 이어 9월 4일에는 태풍 제비가 동반한 폭풍우로 오사카, 효고, 교토 등 간사이지방 각지의 조선학교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 직후인 9월 6일 새벽에 홋카이도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홋카이도조선초중고급학교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자연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SNS상에서는 각지의 조선학교의 안부를 묻는 메시지가 줄을 잇는다. 이는 재일동포들이 조선학교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대다수의 조선학교가 재정난으로 제대로 시설보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다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이같은 어려운 재정상황은 일본국가가 조선학교를 적대시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경제적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사정에 기인한 바가 크다. 교육의 기회균등을 목적으로 일본정부가 2010년도에 시작한 '고교무상화'제도에서 조선고급학교만이 최종적으로 배제된 것이 2013년 2월. 일본국가의 노골적인 차별정책에 항의해 조선고급학교의 학생과 졸업생,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이 5년 이상 '고교무상화'제도의 적용을 요구하며 재판투쟁을 벌여왔다. 그간의 사정은 지금까지 <프레시안>에 여러 번 기고해 왔지만, 올 9월부터 10월에 걸쳐 오사카와 도쿄에서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여기서 다시 한번 논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사카지방재판소 판결의 충격  
 
현재 일본에 10개교 있는 조선고급학교 중 일본국가를 상대로 제소한 재판은 오사카·아이치·히로시마·규슈·도쿄의 5개교이다. 이 중 후쿠오카지방재판소 고쿠라지부에서 심리 중인 규슈조선중고급학교(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를 제외한 4개교는, 이미 지방재판소에서 제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그 결과를 보면, 오사카(2017년 7월)에서는 원고 전면승소라는 획기적인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히로시마(2017년 7월)와 도쿄(2017년 9월), 아이치(2018년 4월)에서는 원고 패소라는 부당판결이 내려졌다. 이들 4개교는 모두 고등재판소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오는 9월 27일에 오사카고등재판소에서, 10월 30일에는 도쿄고등재판소에서 각기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다. 또한 규슈(후쿠오카)의 재판은 9월 20일에 결심될 예정이며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는 지방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의한 원고(학교법인 오사카조선학원) 전면승소의 판결은 오사카조선고급학교에 대한 '고교무상화'제도의 불지정 처분에 대해 당시의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대신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 무효이며 오사카조선고급학교는 법령에 근거해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히로시마와 도쿄, 아이치의 각 지방재판소는 조선고급학교의 교육내용은 조선총련의 '부당한 지배'를 받고 있는 의혹이 있다는 일본국가측의 주장을 지지하고, 불지정 처분에 대해서는 문부과학대신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인정하는 부당판결을 선고했다.  
 
오사카지방재판소에서의 전면패소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국가측은 공소이유서에 조선총련의 '반사회적 조직'으로서의 성격을 한층 강조해, 조선총련의 '부당한 지배' 아래 있는 조선고급학교의 교육내용은 교육기본법의 이념에 어긋나는 의혹이 있다는, 견강부회한 주장을 집요하게 펼쳤다. 원래 교육의 기회균등을 목적으로 하는 '고교무상화'제도의 적용에서 식민지 종주국의 공안경찰적 관점에서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려고 한 것이다. 
 

▲2018년 9월 4일의 태풍 제비로 쓰러진 이쿠노조선초급학교의 나무들을 다음날 급히 달려온 학부모들이 정리하고 있다. ©나가사키 유미코

파탄된 일본국가의 논리  
 
이러한 논리 전개는 심리가 진전됨에 따라 오사카 이외 지역의 재판에서도 일본국가측의 강조하는 중점 논리가 되었다. 그러나 교육기본법 등의 법령에 근거한 '적절한 학교 운영'에 의혹이 있음을 근거로 조선고급학교를 불지정 처분했다는 것은, 사실 나중에 덧붙인 구실에 불과하다. 애시당초 불지정의 이유는 조선고급학교를 제도에서 배제하기 위해 지정의 근거가 되는 법령 규정 자체를 삭제한 데에 있었다.  
 
문부과학성은 2010년 11월 각 조선고급학교에서 '고교무상화'제도 적용을 위한 신청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사건의 발발 등을 이유로 당시의 민주당정권은 2년 이상 심사를 결론짓지 않고 결정을 미뤘다. 그후 자민당으로 정권교체되어 2012년 12월에 성립한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정권은 소위 납치문제 등의 정치·외교상의 이유로 처음부터 조선고급학교에 '고교무상화'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히고, 2013년 2월 20일자로 지정의 근거가 되는 규정을 삭제함과 동시에 불지정 통지를 송부했다. 이는 분명히 조선고급학교만을 표적으로 한 제도 개악이었다. 제도를 적용한다고 일단 문호를 개방해 놓고, 신청이 시작되자 적용기준 자체를 변경하다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오사카지방재판소 판결에서는 "교육의 기회균등의 확보와는 무관한 외교적 정치적 판단에 근거해" 규정이 삭제된 것이므로 이는 문부과학대신의 "위임의 취지를 일탈하는 것으로 위법, 무효이다"라고 명확히 일본국가측의 주장을 부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도쿄지방재판소는 근거 규정 삭제가 위법인 점에 특히 초점을 맞춰 있었던 도쿄조선중고급학교측 변호인단의 주장에 대해 정면에서 언급하지 않고, 일본국가측의 '부당한 지배'론에 가담해 문부과학대신에 의한 재량권의 일탈, 남용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오사카지방재판소의 판결과는 정반대의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도쿄고등재판소의 항소심에서 도쿄조선중고급학교측 변호인단이 제1심에서 규정 삭제의 위법성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음을 비판하자, 재판관은 일본국가에 불지정 처분의 두 가지 이유(근거 규정의 삭제와 법령에 근거하는 적절한 학교운영에 대한 의혹)의 논리적 정합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사실은 "법령에 근거하는 적절한 학교운영"은 조선고급학교 지정에 적용되는 근거 규정의 하위법령에 정해진 조건이므로 그 근거 규정이 삭제되면 당연히 "법령에 근거하는 적절한 학교운영"이라는 조건은 존립의 근거를 잃는 것이다. 재판관의 지적에 일본국가측도 이 두 가지 불지정 이유는 논리적으로 양립하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국가측 주장의 논리적 파탄은 도쿄고등재판소의 심리과정에서 한층 명확해졌다. 
 

▲2018년 7월 26일에 실시된 오사카 7곳의 일제 가두선전 행동. 약400명의 조선 학교학생, 졸업생, 보호자, 교원 등의 학교 관계자, 일본인을 포함한 지원자가 조선학교의 부당 차별에 대해 호소했다. ©조선고급학교 무상화를 요구하는 연락회·오사카

변화하는 동북아시아 정세 속에서의 판결  
 
올해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극적으로 변화되었다. 이미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문재인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세 번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6월 12일에는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실현되었다. 
 
한편, 7월 16일에는 한국의 43개 인권 시민단체가 일본정부의 조선학교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연대보고서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리고 8월 30일에는 동위원회가 2014년에 이어 일본정부에 대해 조선학교에 '고교무상화'제도를 적용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국제환경이 평화와 화해로 크게 방향을 틀면서 일본정부의 차별정책을 비판하는 국제여론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28일에는 고베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이 북한에 수학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지고 온 선물이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압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러한 야비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 한국의 시민단체가 즉각 항의활동에 나서준 것은 대단히 마음이 든든했다. 일본정부는 시대의 추세가 된 동북아시아의 평화구축에 공헌하고 또 과거의 식민지배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고교무상화'제도 배제를 비롯한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국제정세가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 오사카와 도쿄의 고등재판소가 이번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8월 25일에 오사카조선고급학교 어머니회는 '고교무상화'제도의 설계를 담당한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차관을 강사로 초빙해 강연회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마에카와 전 차관은 이 재판에서 일본국가측이 패소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명확히 말했다. 즉,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조선학교측이 질 수가 없는 재판이다. 오사카에서는 원심 판결이 지지되고 도쿄에서는 이번이야말로 조선학교측의 주장이 인정되어, 일본 사법의 독립성이 증명되고 그 신뢰가 다시 훼손되지 않기를 강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2018년 8월 25일 오사까조선고급학교 어머니회 주최로 마에카와 기헤이(前川 喜平) 전 문부과학차관의 강연회가 개최되었다. 강연 후 어머니회 대표의 주 창으로 참가자들이 오사카 ‘고교무상화’재판 항소심의 승소를 기원하여 구 호를 외치고 있다. ©조선고급학교 무상화를 요구하는 연락회·오사카

 
ilys123@pressian.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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