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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북미간 ‘ICBM폐기-제재완화 빅딜설’에 움찔하는 미 대북 강경파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1/14 10:03
  • 수정일
    2019/01/14 10:0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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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내세우며 ‘북미합의’ 막는 속내... 참모 조언 거부하는 트럼프에 기대?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9-01-13 21:54:25
수정 2019-01-13 21: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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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륙간탄토미사일(ICBM) 화성-15호 발사 장면.
북한 대륙간탄토미사일(ICBM) 화성-15호 발사 장면.ⓒ뉴시스/로동신문
 
 

“북미 간에 빅딜설이 가시화되자, 이를 방해하려는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이 기자에게 귀띔한 말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데는 북미가 이견이 없을 정도다. 미국이 최소 5∼10년이 걸릴 이른바 ‘완전한 (북한)비핵화’ 완료 전에 기존 제재를 계속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풀지 않고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일은 만무하다. 

그래서 이미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른바 ‘물밑 합의설’이 파다하다. 즉, 미국 국민 위협 해소가 목표인 미국은 본토 공격이 가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포함한 대북제재 일부를 가시적으로 완화한다는 ‘빅딜설’이다.

이 ‘빅딜설’에 관해 북한이 어느 정도 합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항상 ‘행동 대 행동’을 강조해온 북한이 특히, 상당 부분 대북제재가 완화된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 ‘빅딜설’의 핵심은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ICBM폐기- 제재완화’에 북미가 합의하고 이후 곧바로 관계개선과 비핵화를 위한 핵사찰·검증을 위해 상호 연락사무소를 평양과 워싱턴에 개설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종전선언’을 시행하고 ‘평화협정’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빅딜설’이 실제로 북미 간에 합의가 되고 추진돼 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나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상당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늘 전문가를 내세우며 ‘북미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이들 강경파들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협상에 관해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국민의 안전’이다”라는 언급에도 화들짝 놀라고 있다. 이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를 맞바꾸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안절부절못한다.

당장 미중앙정보국(CIA) 출신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최근 토론회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비핵화’란 표현 대신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 목표 대신 ICBM 제거 쪽으로 대북정책을 수정하고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그녀는 “북한은 그들의 목표인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쉽게 말해 북한의 비핵화 약속은 거짓이며, 북한이 ICBM을 폐기하더라도 이를 합의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CIA 출신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최근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관해 미국이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 문제만 해결되면 합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일으킨다고 내심 실토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 발언처럼) 그렇게 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협정을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겉으로는 미·일·한 안보동맹을 거론하면서, ‘ICBM폐기-제재완화’라는 북미 빅딜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 강경파 중에서도 온화한(?)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북미 협상이 진전을 보려면 양측 모두에서 선제조치를 내놔야 한다”면서 “북한이 먼저 탄도미사일 관련 조치를 취하고, 미국이 반대급부로 일부 제재 완화를 내놓는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핏 보면, 북미 간의 ‘ICBM폐기-제재완화’‘ 빅딜설을 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역시 “미국이 북한과 ICBM을 제거하는 수준에서 북한과 합의를 한다면 국제안보를 무너뜨리고 한·일과의 동맹이 훼손될 것이라는 사실은 미 행정부도 잘 알고 있고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대화’ 내세우면서도 ‘북한 불신’이 기본인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

좀 더 온화한(?)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에 관해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지만, 단계적으로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그 수순을 밟아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는 동결·감축·폐기 단계 등을 거치는데. 미국은 일단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 제거를 우선순위에 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쯤 하면, 아주 합리적인 말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거쳐야 할 수순으로 ‘ICBM폐기-제재완화’‘ 빅딜설을 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정의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은 한미 안보동맹의 종식에 있다”면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유지하는 한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 만큼, 결국 북한은 비핵화 대가로 한미 안보동맹의 종식을 요구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쉽게 말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계속해도 그들(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미동맹의 종식이니, 이것을 잘 알아서 트럼프 행정부가 처신하라는 경고이다. 자칭 강경파가 아니라, 온화한 ‘대북 대화파’임을 내세우는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어떨까?

그는 최근 북중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서 나온 ‘평화와 안정’이라는 표현은 ‘새로운 코드’라고 말했다. 얼핏 보면, 북중정상회담을 환영하는 것 같지만, 그는 “이러한 용어는 곧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자료 사진)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자료 사진)ⓒ뉴시스

다소 길게 기자의 눈에 전부 ‘대북 강경파’로 보이는 미국 내 이른바 ‘북한 전문가’들의 최근 북미 빅딜설에 관한 언급을 나열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나름 때로는 ‘한미동맹’을 내세우지만, 한마디로 북한은 믿을 수가 없으니, 어떠한 합의나 협상도 안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은 정상회담이든 고위급회담이든 완전한 핵폐기를 약속하고 이를 이행해야 하며, 5년이든 10년이 걸리든, 완료되고 난 다음에야 대북제재나 관계 정상화를 고려해 볼 테니 그러한 패전국 자인 문서에 사인하라는 것이다.

다시 지난해 3월 8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당시 정의용 안보실장을 만났던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정 실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좋다. 4월에라도 당장(right now) 만나자”면서 환영했다.

주변에 있던 백악관 참모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거 봐라. (북한과) 대화하는 게 잘하는 것”이라고 한술 더 뜨는 순간에는 주변 참모들은 마치 ‘사고 쳤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말문을 잃었다. 

끝내 참모들이 반응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이 당신들 같은 참모들 말만 들어서 (북미관계가) 하나도 개선된 것이 없다”고 큰소리쳤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북미정상회담 발표도 백악관 관료가 아니고, 정 실장이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해야 했다는 전언이다.

“이제 세계경찰은 더는 싫다”면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부터 공약을 이행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이 한반도 문제에 어떠한 결과로 귀결될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주변에 대북 강경파로 가득한 참모들 속에서도 홀로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싸우고 있는 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유이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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