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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 ‘하노이 공동성명’에 김정은-트럼프 통 큰 거래 담길까

1박 2일 정상회담, 북미관계 개선 구체적 청사진 나올 전망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9-02-10 16:25:49
수정 2019-02-10 16: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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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하고 있다.(자료 사진)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하고 있다.(자료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12일, 역사적인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이 열린 지 8개월여 만에 다시 회담이 개최되는 것이다.

1차 정상회담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는 북·미가 70여 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할 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세 가지 큰 틀에서 합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는 2월 28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하노이 공동성명’에서는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도 이번 ‘하노이 공동성명’에서는 북·미가 1차 정상회담의 합의문을 이행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을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거의 없다. 하지만 문제는 북·미가 과연 어느 수준이나 어느 단계까지 합의를 성사시켜 이번 ‘하노이 공동성명’에 담아낼 것인가가 핵심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번 ‘하노이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내놓을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구체적인 ‘상응 조치’ 내용이다. 현재는 영변 핵시설 폐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 조치 등이 거론된다. 

이러한 공동성명의 도출을 위해 북·미는 현재 치열한 실무회담을 펼치고 있다.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평양을 2박 3일간 방문한 데 이어 곧 추가 실무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그만큼 북·미가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방북한 비건 특별대표가 서울로 다시 와서 이번 실무회담에 관해 “대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생산적(productive)이었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로 “북한과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다”고 언급한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가지 긍정적인 변화는 미국의 대북 입장이 다소 유연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완료 전에는 제재 완화 등 일체의 보상을 제공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다소 유연하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 1일 스탠퍼드대학 연설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했던 모든 약속을 동시적·병행적으로(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점은 이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아직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전 제재 완화 불가’라는 기본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가 동시·병행 원칙을 언급하면서도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약속을 지킨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단 이유이다.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유연성 여부가 성패의 핵심  

따라서 이번 ‘하노이 공동성명’에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실제로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에 얼마만큼의 유연성을 발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동시·병행 원칙만이 아니라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미 간에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협상에서 이러한 문제에 관해 최종 타결을 이룰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쉽게 말해 ‘비핵화 완료 전 대북제재 완화 불가’라는 미국의 원칙을 실무급이나 고위급 차원에서는 깨기다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주목되는 부분이 바로 최근 북미정상회담은 기존 방식을 탈피한 ‘탑-다운(Top-Down)’ 방식이라는 점이다. 사실 1차 북미정상회담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인 수락과 개최 결정을 하지 않고, 실무선에만 맡겨 놓았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전격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한 배경도 ‘탑-다운’ 방식의 회담 성격을 잘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에 실무진에게 귀띔도 하지 않았고, 일부 실무진의 반대에도 군통수권자로서 회담 당일 이를 결정해 명령했다.

이는 북한이 1차 정상회담 이후 고위급회담에서도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이르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상대하겠다고 나서는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한 결단력, 사고방식을 믿는다”고 말한 대목도 이를 잘 말해준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자료 사진)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자료 사진)ⓒ뉴시스

28일 양 정상의 최종 결단 담은 ‘하노이 공동성명’ 발표 예정  

이런 측면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이 바로 이번 베트남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은 싱가포르처럼 당일치기가 아니라, 1박 2일간 개최된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정상회담 개최 전날 새벽까지도 북·미 양측의 실무협상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미 정상 간에 통 큰 거래를 할 시간이 있는 셈이다. 

즉 2차 정상회담 첫째 날인 27일은 북·미 정상 간의 만남과 함께 실무진이나 고위급에서 풀지 못한 의제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역으로 이는 정상회담 직전까지 공동성명 초안만 합의한 채, 상호 이견이 있는 안건은 각 정상의 최종 결단에 맡긴다는 의미이다. 최종 공동성명은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8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의 최종 결과물인 ‘하노이 공동성명’에서는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과 이에 따른 관계 정상화,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올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북제재 완화의 최종 칼자루를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더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위해 이를 전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물을 미국 국내 정치를 위해서도 홍보해야 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최종 대면 담판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이에 관해 워싱턴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단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tangible)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대북 문제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더욱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도 그동안 이러한 비판론자(critics)들의 비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보다 본질적인(substantial) 성과를 이루려고 할 것”이라면서 “이런 측면에서도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덧붙였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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