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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 “마사회, 거짓말로 일관...정부가 문제해결에 나서야”

시민대책위·유족, 상여 들고 청와대 방면 행진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0-01-06 16:49:57
수정 2020-01-06 16: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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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방향으로 상여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0.01.06
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방향으로 상여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0.01.06ⓒ김철수 기자
 

반복되는 기수·마필관리사의 죽음을 막기 위한 제도개선 등을 요구하는 ‘마사회 故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와 유족이 한국마사회가 제도개선의 의지가 없다고 보고 문재인 정부에 직접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시민대책위와 유족은 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시민분향소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한국마사회가 지난해 12월 26일·28일 발표한 제도 개선안에 ‘유족과 당사자들의 요구가 담겼다’고 하고, 경찰을 동원해 면담을 요구하는 유족의 한국마사회 방문을 막은 것과 관련해 ‘유족 측이 예고 없이 본관을 방문했기에 경찰 병력이 출동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조가 한국마사회 임직원과 유족이 만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식의 주장도 거짓”이라며 “유족은 한국마사회 임직원에게 연락을 받은 적이 없고, 마사회장의 조문도 받은 바 없다”고 짚었다. 

시민대책위는 이 같은 한국마사회 측 주장의 문제점을 짚으며 “한국마사회는 노조를 교섭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도개선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브리핑을 끝나고 시민대책위와 유족은 “문재인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공기관 한국마사회의 제도개선을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하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故 문중원 기수의 아버지인 문군옥 씨는 “우리아이의 죽음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며 마사회의 제대로 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앞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선 지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4년 동안 7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2017년 이후 4명의 마필관리사와 기수가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경마산업의 독특한 고용형태와 기수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경쟁시스템 도입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숨진채 발견된 故 문중원 기수도 A4 3쪽 분량의 유서를 통해 공정하지 못한 마방 임대 시스템과 한국마사회-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로 내려오는 부당한 지시 및 갑질을 토로했다. 이에 유족과 노조는 현재 ▲ 고인이 유서에 언급한 마사회 불법·부조리 상황에 대한 진상규명 ▲ 갑질과 부조리 행위당사자 처벌 및 적극적인 제도개선 ▲ 마사회의 공식적인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 제도개선의 책임이 있는 한국마사회는 “유족과 만날 의향은 있으나 노조 때문에 어렵다”거나 “부산경남본부와 대화하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행진 이후 고 문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1.06
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행진 이후 고 문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1.06ⓒ김철수 기자

마사회 “당사자 의견 수렴, 개선안 마련” 
부산경남기수협회 “의견수렴 절차 없어”
 

지난해 12월 26일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는 마사회와 한국경마기수협회(이하, 기수협회)가 ‘경쟁성 완화와 기수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 전격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해 11월 말 부산경마공원 故 문중원 기수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서울·부산경남·제주 경마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또 각 지부단위 총회 등을 거쳐 제도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들은 기수협회와 경마제도 개선안을 2020년 1월 1일부로 시행키로 합의했다는 게 당시 보도내용이다. 당시 김낙순 마사회장은 “유족과 기수협회가 요구했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인 경마제도 개선이 합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발표가 무색하게도 지난해 12월 31일 故 문중원 기수가 속해 있던 부산경남기수협회는 ‘12월 26일 제도개선 합의 관련 부산경남기수협회 입장’을 내고 “우리 부산경남기수협회는 마사회와 기수협회가 합의했다는 제도개선안에 동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보도에는 이번 합의발표가 경마 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친 것이라고 하지만, 부산경남기수협회와 부산경남경마본부 간에 공식적인 간담회조차 진행된 바 없다”며 “의견수렴절차도 없었으니 합의는 당연하게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대책위는 “부산경남기수협회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12월 11일 부산경남경마본부가 기수들의 의견수렴을 한다고 3일 전인 12월 8일 공지했고, 해당 자리엔 부산경남기수 3명만 참석했으며, 참석한 3명 중 2명은 조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마방대부를 받기 위해 부산경남경마본부 측에 밉보일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며, 마사회와 기수협회의 발표는 허위라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와 마사회가 주고 받은 공문
공공운수노조와 마사회가 주고 받은 공문ⓒ공공운수노조 제공

마사회 측 “유족 공식 면담요구 없었다” 
시민대책위, 공문 공개 “명백한 거짓말”
 

또 시민대책위는 마사회가 경찰을 동원해 유족의 면담요구를 가로막은 것과 관련한 마사회 측의 입장에 대해 “유족이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하지 않았고, 유족과 노조가 예고 없이 방문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한국스포츠경제’의 ‘故 문중원 기수 아내 “마사회 갑질 부조리 못 견뎌 극단적 선택...경찰은 발길질에 목 조르기까지”’ 보도에 따르면, 마사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1일 마사회가 유족의 방문을 경찰을 동원해 가로막은 것과 관련해 “유족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유족 측이 공공운수노조와 예고 없이 본관을 방문해 시위를 했기 때문에 경찰 병력이 출동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유족과 노조는 12월 17일 ‘12월 21일 마사회 회장 면담 요청 공문’을 마사회 측에 보낸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마사회는 12월 19일 자 회신 공문을 통해 ‘부산경남본부와 혐의하라’며 면담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7일 보낸 공문과 19일 회신 공문을 공개했다.

시민대책위는 유족과 노조가 이미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21일까지 부산경남본부와 협의한 바 있었지만, 결정권한이 마사회 본부에 있다는 이유로 진전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대책위가 마사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이유다. 

마사회가 유족의 방문을 경찰을 동원해 가로 막은 뒤에도 유족과 노조는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재차 보냈다. 시민대책위는 “1월 1일 유족과 공공운수노조는 재차 ‘1월 4일 마사회 회장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다”며 “하지만 마사회는 1월 3일 회신을 통해 아무 권한 없는 담당 실무자와 대화하라고 또다시 무책임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이 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시민분향소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이 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시민분향소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민중의소리

마사회 측 “노조가 유족과의 만남 가로막아” 
시민대책위 “유족에게 연락 한번 없었다”
 

“마사회와 유족의 만남을 공공운수노조가 가로막고 있다”는 취지의 마사회 측 관계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시민대책위는 “터무니없는 거짓 주장”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오마이뉴스’의 ‘승합차에 실린 경마 기수의 시신... 동료의 아픈 증언’ 기사에 따르면, 유족과의 협상 및 합의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마사회 측은 “마사회는 유족을 만날 의향이 있으나 공공운수노조에서 마사회 임직원과 유족이 만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운수노조가 유족에게 장례 절차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장례와 무관한 제도개선에 대해 일대일 합의를 요구하고 있어, 대화 진척이 잘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마사회는 故 문중운 기수 유족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만나려고 한 적 없고, 유족은 마사회 임직원에게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며 “노조가 유족과의 만남을 막고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시민대책위는 “故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당일 고인의 직계가족인 부인 오은주 씨는 공공운수노조(부산지역본부)에 2019년 11월 29일 법률적, 사실적 권한을 위임했다”며 위임이 주장이 아닌 사실임을 분명히 했다. 

시민대책위는 구체적인 위임사항을 밝히기도 했다. 유족이 노조에 위임한 내용은 △ 문중원 씨의 명예회복과 본 사건의 진실규명에 관한 법률적, 사실적 권한 일체 △ 장례방법, 장례절차 등 장례처리와 고인 유족의 위로비에 관한 권한 일체 △ 본 사건의 사측에 대한 재발 방지에 관한 권한 일체 △ 산재처리에 대한 권한 일체 등이다. 

시민대책위는 “따라서, 마사회는 문중원 기수 사망 사건으로 인해 밝혀진 갑질과 부조리를 근절하는 제도 개선에 대해 공공운수노조와 교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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