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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불러 국정조사하자”는 통합당의 ‘황당’ 발상

국회 운영 입맛대로 하려는 통합당에 민주당 “상임위부터 들어오시라”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0-06-25 18:14:45
수정 2020-06-25 18: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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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6.25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6.25ⓒ정의철 기자  
 
남·북·미 정상 간 회담 내용을 일방적으로 기술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크게 동조하던 미래통합당이 25일 주호영 원내대표의 당무 복귀와 동시에 국정조사를 본격 요구하고 나섰다. 급기야 당내에서는 ‘볼턴을 국회에 불러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황당한 제안까지 등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10일 만에 참석해 “우리 당이 구성해서 활동하고 있는 외교안보특별위원회에서 (볼턴 회고록 관련)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했고 (청와대에) 공개질의 해놓았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통합당이 제안한 질의 항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 분식 평화, 남북위장평화쇼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고 답변해줄 의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통령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한미동맹에 기반한 노력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의아스럽고 실망시키는 여러 행태들이 회고록에 나오고 있다”며 “만약 청와대에서 성실한 답변이 없다면 국민을 대표해서 우리 국회 차원에서라도 필요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엄포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 또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상당 부분이 (회고록을 통해) 국민을 기만한 것으로 공개됐는데, 통합당이 이를 비판하면서 진실을 요구하자 우리 당에 대해 도리어 ‘토착분단 세력’이라는 기괴한 말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대체로 ‘볼턴 회고록 국정조사’에 긍정적인 분위기이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회고록과 관련해 당 외교안보특위를 중심으로 과연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직 청와대가 말 못 할 진실이 있는 것인지 국민은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청와대에) 4가지 질문을 시작으로 집중 문제 제기할 것”이라며 “국정조사와 관련해서는 의원들의 상당한 공감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통합당에서 국정조사 필요성을 가장 앞장서서 제기한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회고록을 통해 이 정권이 저지른 위장평화쇼의 진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며 “사안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고려하면 즉시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이와 같은 주장을 설파하며 “볼턴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면 거의 세계 최고의 사기극이 이루어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함께 출연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볼턴을 증언대에 세워야 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증언대에 세워야 되는데 이런 국정조사가 가능하냐. 전직 보좌관 책 한 권 가지고 나라가 여야 간에 들썩거리고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지만, 김 의원은 “트럼프야 안 올 수 있겠지만 볼턴이 안 온다는 보장은 또 어디 있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우 의원이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김 의원의 발상과 관련 거듭 “한미 간 외교 갈등이 된다”,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해도 김 의원은 “외국인이라고 왜 채택을 못 하냐”, “우 의원이 미국의 외교 문제를 왜 걱정하느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통합당 윤영석 의원도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볼턴 회고록에서 정부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국회가 국정조사를 한다는 것은 당연히 국회 존재 이유”라고 발언했다.

통합당 박대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원 구성도 못 하고 표류 중인 21대 국회를 국정조사로 풀자”고 가담했고,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문 정권의 대북 대국민 사기극이 볼턴의 회고록에서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북에 놀아난 트럼프와 문정권의 동시 몰락을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고 거들었다.

통합당은 국회 정상화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들이 요구하고 있는 이상 ‘볼턴 회고록 청문회’는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 측에 보낸 질의서에 답변이 오는 대로 이를 검토한 뒤 여당에 국정조사 논의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단 민주당은 통합당이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다짜고짜 ‘볼턴 회고록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태도는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국정조사는 둘째 문제고 상임위부터 들어오셔야 될 것 아니겠냐”며 “상임위는 안 하고 국정조사하자는 것은 초등학교도 안 나왔는데 중학교부터 가겠다는 소리”라고 질책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국정조사라는 것은 특정하게 뭔가 문제가 있고 책임을 져야 될 상황이 있을 때 생기는 건데 포괄적으로 정책 전반에 대해서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무조건 국정조사부터 제안하고 보는 것은 저희가 보기에는 정치 공세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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