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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미디어가 선동하는 부동산 시장, 압도적 카드로 제압해야

저금리와 미디어가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발행 2020-07-05 09:53:33
수정 2020-07-05 09: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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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6.17대책을 발표한지 보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에 붙은 화마(火魔)는 꺼질 줄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 주요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들이 신고가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풍선효과 탓에 파주나 김포 등에 위치한 아파트도 투기의 대상이 돼 가격이 오른다고 한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7년째 대세상승을 이어와 7년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가격대에 도달한 상태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쇼크가 실물경제에 쉽게 치유될 수 있는 상처를 입히는 중이며 심대한 타격을 입은 실물경제가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오를 만큼 오른데다 미증유의 역병사태 탓에 실물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휘청대는 와중에도 서울 아파트 시장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이 재차 꿈틀대는 이 기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정부 정책을 차치하고 서울 아파트 시장을 필두로 한 부동산 시장이 이토록 오랜 기간 비이성적 흥분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금리, 낮아도 너무 낮다

우선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요인이 금리다. 금리라는 건 투자의 기준선 같은 역할을 한다. 지금처럼 금리가 사상 최저치 수준에 도달했고, 당분간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일 때 시장참여자들은 예적금을 제외한 투자 대상을 열심히 찾기 마련이다. 세상에 투자할 상품들은 많지만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이 일반적으로 접근하는 투자대상은 채권, 주식, 부동산 정도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부동산 불패신화가 강고한데다 부동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채권이나 주식 보다 높다는 믿음이 짙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정부가 무려 22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시중의 부동자금이 끊임없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현상이 목격되는 것이다. 즉 아주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부동산이 예,적금, 주식, 채권 보다 낫다고 생각하다 보니 다락 같이 오른 부동산 가격과 상관없이 꾸역꾸역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시장참여자들 가운데 일부는 코로나 쇼크 때문에 풀린 돈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 헷지(hedge)수단으로 부동산을 사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판단도 극단적인 초저금리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요인 관리방안(6·17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 장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2020.6.17.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요인 관리방안(6·17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 장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2020.6.17.ⓒ뉴스1

내 생각은 내 생각이 아니다!

시장참여자들의 생각을 지배하는 미디어의 존재도 부동산 시장이 오르기만 하는 중요한 이유다. 2014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서울 아파트 대세상승 이전의 전고점이라 할 참여정부 시기와 비교해 보면 미디어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참여정부 당시에도 종이신문 등의 레거시(legacy) 미디어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줄기차게 탄핵하고(대표적인 게 ‘세금폭탄론’과 ‘공급부족론’이다) 투기심리를 시장참여자들에게 전파시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레거시 미디어들의 여론조작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켰고, 참여정부가 끝난 후에는 참여정부는 부동산에 실패한 정부라는 낙인을 찍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과 비교해 보면 참여정부 때의 미디어 환경은 정말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은 종이신문과 종편 등의 레거시 미디어에 더해 포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메신저 등의 뉴미디어가 시장참여자들을 잠재적인 부동산 투기꾼으로 만들고 있다. 레거시미디어와 뉴미디어는 부동산 관련 각종 통계와 정보, 프레임(예컨대 서울 새 아파트 부족론, 똘똘한 1채론, 비규제지역 투자론 등), 투기기법(예컨대, 갭투기 방법 및 임대사업자, 법인, 신탁, 증여 등을 통한 투기와 세금탈루 방법 소개 등), 투자대상(이른바 투기원정대가 공략할만한 위치와 규모와 가격대의 아파트 단지를 소개)의 생성, 유통, 소비 체인을 사이좋게 분점하면서 시장참여자들을 투기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시장참여자들의 눈과 귀와 뇌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마당이니 시장참여자들이 ‘내일이면 늦으리’를 외치며 시장에 계속 뛰어드는 건 당연지사다.

그리고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에 세뇌된 시장참여자들의 부동산 구매가 시장을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면, 과열된 시장을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열심히 보도한다. 이런 보도는 시장참여자들의 투심(投心)을 재차 자극하며 부동산 구매를 재촉한다. 이렇게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합작해 세운 영겁회귀와도 같은 부동산 투기의 물레방아는 오늘도 돌고 있다.

자기만의 생각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의 생각은 실상은 권위 있는 누군가의 판단이거나 의지할 만한 레퍼런스의 의견이다. 피 같은 돈을 투자하는 투자의 세계는 더욱 그렇다. 한국사회의 비극은 시장참여자들의 투자에 관한 생각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9할 이상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예찬하고, 부동산 투기를 권장한다는 데 있다.

서울 송파구 일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서울 송파구 일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김슬찬 기자

문재인 정부, 다주택자들을 세금폭탄의 공포 앞에서 전율케 하라

문재인 정부는 초저금리와 미디어의 규정력을 전제하고 부동산대책들을 투사했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4차례의 큰 대책들(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 2019년 12.16대책, 올해 6.17대책)을 살펴보면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하겠다는 것보다는 기존 재고주택시장에 신규 매수자들이 유입되는 걸 차단하겠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런 대책(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의 고강도 관리)마저 취임 초기에 일괄투사된 것이 아니고 시차를 두고 축차적으로 투사되다 보니 기존 재고주택시장에 신규 구매자가 유입되는 걸 차단하는 데에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신규매수자들은 시장에 계속 유입되다 보니 부동산 가격은 오르기만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에 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미시적이고 기술적인 대책들을 통해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 게임의 규칙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길은 간명하다. 부동산 가격에 단기적으로 가장 직접적이고도 큰 영향을 미치는 재고주택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하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메가톤급 충격이란 다주택자들과 차익을 충분히 거둘 수 있는 고가 1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들이 눈사태처럼 매물로 쏟아지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6.1.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6.1.ⓒ뉴시스

그런 방법이 어디 있느냐고? 보유세를 획기적으로 높이고(예컨대 현재 0.16%수준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5년내 OECD평균인 0.4%수준까지, 10년 내 1%수준까지 높이겠다고 발표), 임대사업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 특혜를 전면적, 소급적으로 폐지하며,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 사실상 양도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며(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강화 조치는 6개월 가량의 유예기간을 둬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게 만들어야 한다), 1주택자 양도세 감면조치를 폐지하면 된다. 물론 보유세와 양도세에 관한 각종 특례와 공제 혜택은 거의 대부분 폐지해 증세의 효과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사전정지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무섭게 올리고, 특례와 공제 혜택 등의 구멍을 메우며, 투기와 세금탈루의 온상이 된 임대사업자 제도를 개혁하고, 1주택자에게도 양도세를 부과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합리적인 다주택 소유자라면 양도세 중과 시행전에 무조건 보유주택을 급매로 던지고 시장을 탈출하려 할 것이다. 심지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고가의 1주택자들 중 상당수도 폭증하는 보유세 부담과 양도세 감면혜택 폐지를 피해 매물을 던지고 전세로 살거나 세금 부담이 덜한 주택을 매수할 것이다. 폭증하는 세금 부담에 더해 주택가격의 급락까지 겹쳐 부동산을 들고 가는 것이 이익은커녕 손해가 되는데 어떤 사람이 주택을 들고 가려 할 것이며, 신규로 주택을 매수하려 할 것인가?

시장에 대규모 매물이 출회되면 대기매수세는 아침 햇살에 사라지는 안개처럼 삽시간에 소멸한다. 대기매수세가 소멸하면 눈사태처럼 쏟아진 매물들이 소화될 길이 없다. 이렇게 되면 투매가 투매를, 급매가 급급매를 부리는 시장이 전개되고, 주택 소유자들은 시장에서 탈출(exit)하려고 아우성치게 된다. 지긋지긋했던 대세상승장이 끝나고 대세하락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취임 이후 80%대의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이 2018년 6월 지방선거 압승 후 수직으로 낙하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올 4월 총선 압숭 직후부터 상승해 60%를 훨씬 상회하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이 불과 한달여만에 50% 아래로 추락했다. 역시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렇듯 부동산은 대한민국에서 어떤 이슈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중대한 무게를 지닌 사안이다. 대한민국 시민 거의 모두에게 경제는 곧 부동산이다. 단언컨대 부동산을 못 잡으면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은 바위 아래 계란 신세가 될 것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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