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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장학재단은 올려줬다는데 콜센터 상담사 임금은 그대로, 용역업체가 가로챘나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0-09-17 20:09:26
수정 2020-09-17 20: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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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상담사 급여명세서 비교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상담사 급여명세서 비교ⓒ기타  
 
한국장학재단과 콜센터 업무 위탁업체들이 올해 초 계약할 당시 콜센터 상담사들 임금을 인상하기로 하고 이를 반영한 계약금을 체결·지급했음에도, 올해 상담사 임금이 지난해와 똑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위탁업체가 상담사 임금인상분을 계약대로 사용하지 않고 중간에 가로챈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7일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상담사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한국장학재단지회’를 통해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2012년 입사자 A 씨의 급여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2019년 8월 급여와 2020년 8월 급여가 189만원으로 똑같았다. 심지어 조정급 반영 및 4대 보험료 인상으로 실지급액은 2019년 8월보다 5만7천원 가량 줄었다.

이는 한국장학재단이 위탁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평균 2.9% 상담사 임금인상분’을 반영하여 위탁업체에 해당 계약금을 지불했다는 설명과 상이한 지점이다. 지난 16일 한국장학재단은 설명자료를 통해 “상담센터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수탁사와의 용역조건을 개선하였고, 이에 따라 수탁사들은 20년 1월부터 상담사들의 임금을 평균 2.9% 인상완료 했다”고 밝혔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담사 임금인상분 2.9% 반영하여 계약단가를 계약하고 위탁업체에 지급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재단 측 설명대로라면, 콜센터 상담사의 올해 8월 임금은 지난해 8월보다 2.9%만큼 인상한 급여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8월이나 올해 8월 임금은 똑같았다. 임금 인상분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단지 한 명의 사례가 아니다. 지난 16일 청와대 분수대 앞 한국장학재단지회 총파업 기자회견에서 만난 2년차·8년차 상담사 B·C 씨 또한 이구동성으로 “임금인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 일부 근속수당 외에 일체의 수당을 받아본 적 없다고 했다. 한국장학재단지회 관계자는 “입사 후 3개월 된 신입의 월급은 180만원이고, 3년 이상부턴 3년이든 8년이든 10년이든 9만원 더 많게 189만원을 받는다”라고 밝혔다. 기본급·근속수당 외에 다른 수당으로 지급됐을 가능성도 없는 것이다.

 

한국장학재단지회 관계자는 “(16일 일일 총파업 전) 조정위원회 회의를 하러 갔을 때도, 회사(위탁업체)는 (임금)인상분을 (원청인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못 받았고,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말을 계속했다”라며 “그런데 한국장학재단 설명자료엔 이미 2020년 1월에 2.9% 인상해서 계약했다고 명시돼 있었다.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 도대체 임금인상분은 어디로 갔나”라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업무를 수탁한 업체는 효성ITX와 한국코퍼레이션 등 3개다. 노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재단의 추가 지원 없이는 임금 인상을 못 하겠다면서 연 5만원 임금인상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지난 16일 상담사들이 “한국장학재단이 임금인상 책임져라”라고 일일 총파업에 나섰고, 재단이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임금인상분을 정말로 위탁업체가 가로챈 것이라면, 공공기관이자 원청인 한국장학재단이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상담사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3단계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에 재단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체적으로 위탁업체에 해당 업무를 맡기는 게 적절한지 심사를 했고,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심사결과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해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용역업체가 중간에서 노동자 임금을 착복하는 문제가 없도록 정규직 전환하라는 정부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기존 위탁 방식을 고수하다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관련해서,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기업의 자율경영책임 문제인데, 기업에선 통째로 받아서 경영환경에 맞게 쓰는 거라 원청이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너무 개입하면 법률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런 문제들이 얽히고설켜 있어 (관리·감독하는 게) 어렵다고 담당자에게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위탁업체가 계약금을 계약대로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계약위반이 될 수 있는지와 관련해선 “검토를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해당 위탁업체의 입장도 듣기 위해 전화로 문의했으나 아직까지 관련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해당 위탁업체 관계자는 “담당자에게 확인하고 답변을 주겠다”라고 했다.

한국장학재단은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누구나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고등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09년 설립된 준정부기관이다. 설립 이래 재단은 고등교육비용 부담 완화, 학생복지 향상,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장학금과 학자금대출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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