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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흠 의원 9년간 ‘가족기업 수주’ 5천억 넘을 수도...주호영 회피 말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9/21 09:54
  • 수정일
    2020/09/21 09:5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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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단군 이래 최대 이해충돌 박덕흠” 비판 앞장선 안진걸, 23일 2차 고발 예정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0-09-20 19:10:28
수정 2020-09-20 21: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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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자료사진)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자료사진)ⓒ정의철 기자  
 
건설회사 대표 출신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3선,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지난 6년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대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정황이 속속 탄로 나고 있다. 국회 안팎에선 박 의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 요구가 빗발친다.

앞서 15일 박 의원을 부패방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한 시민단체는 오는 23일 그를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2차 고발할 예정이다.

박 의원 비리 고발에 앞장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20일 민중의소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박 의원이 국토교통부, 국토부 산하기관, 서울시 산하기관 등으로부터 가족 명의 건설사를 중간다리로 거둬들인 사업비가 4천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안 소장은 “박 의원이 의원 생활을 하며 9년 동안 경기도, 경상북도 외 타 광역지방자치단체 및 기초지자체에서 수주한 사업 금액만 합쳐도 5천억 원이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자료사진)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자료사진)ⓒ뉴스1

‘산안법 반대’ 박덕흠 국토위→환노위행
“건설노동자 기본권 확대 방해 가능”

 

안 소장은 박 의원의 사례를 “단군 이래 최대의 이해충돌 비리”라고 표현했다. 피감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국회의원의 의무를 ‘갑을 관계’로 악용해 잇속만 두둑이 챙겨 온 사례라는 지적이다.

특히 박 의원이 지난 20대 국회 국토위 간사를 지내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19대·20대), 기획재정위원회(19대), 행정안전위원회(19대) 위원까지 역임하며 정부와 지자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위치에 있던 점을 고려하면 안 소장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 소장은 “간사는 상임위에서 의안 처리라든지 상임위 진행 방향 전체를 결정하기 때문에 훨씬 더 권한이 강하다. 피감기관들에 대해서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다”며 “국정감사뿐만 아니라 현안 질의 형식으로도 평소 상임위에서 사장을 불러서 추궁할 수가 있다. 정부나 공기업 업무 전반, 인사, 재정, 운영실태 등에 대해 일상적인 감시, 추궁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감기관들은 당연히 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명시적으로 청탁을 했을 수도 있고, (가족회사에 일감을) 뇌물로 주며 (박 의원에게) ‘잘 봐 달라’고 보험을 들었을 수도 있다”며 “수천억을 몰아줬는데 그게 다 뇌물죄 요건에 해당한다. (피감기관이) 박 의원의 회사이고, 박 의원 가족 회사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건설업체는 혜영건설, 파워개발, 원하종합건설, 원하레저, 원화코퍼레이션 등이다. 박 의원이 직접 설립한 혜영건설, 파워개발, 원하종합건설은 그가 국토위원을 지낸 2015년 4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국토부와 산하기관들로부터 각각 9건, 9건, 7건 총 25건의 수백억대 공사를 수주했다. 혜영건설은 박 의원이 대주주인 건설업체이고 파워개발은 박 의원이 친형을, 원하종합건설은 박 의원이 아들을 대표이사로 앉힌 기업이다.

안 소장은 ‘이해충돌’ 소지가 명확함에도 박 의원이 특혜나 막대한 이득을 노린 채 국토위 위원직을 집요하게 집착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지난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당시 이미 여야가 합의한 사항에 대해 박 의원이 구태여 딴죽 걸고 나선 점 또한 안 소장은 “건설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이 통과되니까 와서 그걸 와서 항의한 것이다. 그분은 국회의원이라기보단 ‘악덕 건설업자’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다”며 “부동산 투기꾼으로도 정체성을 갖고 있었는데 자기 회사, 자기 부동산에 대한 막대한 시세차익, 이득을 주는 데만 골몰했다”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국민의힘이 박 의원을 국토위에서 사임해 환경노동위원회로 보임 조치했지만 이것으로 박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 ‘재발’ 가능성이 종식되진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안 소장은 “지금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게 건설 현장인데 환노위에서 얼마든지 건설회사 입장을 대변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거나 건설노동자의 기본권을 확대하는 것을 방해하고 훼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 본인이 자진사퇴하거나, 안 하면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제명해야 한다. 박 의원을 강제사퇴 시켜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도 공조해 박 의원을 구속,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소장 측의 경찰 고발과 더불어 현재 박 의원에 대한 고발 건은 검찰에도 접수된 상태이다.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박 의원이 중앙회 회장을 지낸 대한전문건설협회 측 전직 임원들이 지난 10일 박 의원을 음성골프장 투자 및 운영 관련 비리 의혹 관련,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자료사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자료사진)ⓒ정의철기자/사진공동취재

국회의원 이해충돌 전수조사 제안
“부동산 부자, 재벌, 대기업 출신들 국회의원 하면 안 돼”

안 소장은 특권과 특혜를 즐기는 ‘양심 불량’ 풍토들이 박 의원과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진단했다.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법안들이 미비 상태인 것 또한 부당이득 습득의 구실이 됐다.

박 의원이 백지신탁한 건설회사 비상장 주식이 6년 동안 한 주도 팔리지 않았음에도 그는 국토위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안 소장은 “공직자윤리법에는 백지신탁한 주식이 안 팔리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 즉 상임위 활동을 못 하게 돼 있다. 하지만 (위반해도) 그냥 과태료 처벌”이라며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의원직을 잃으니 무서워서 그런 짓을 못 할 텐데 과태료로는 의원직을 잃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천적으로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하고 공직자윤리법을 대폭 강화해 이해충돌 야기한 경우 형사처벌로 의원직을 잃게 해야 한다”며 “사전 차단, 사후 의원직 상실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차원의 ‘국회의원 이해충돌 사례 전수조사’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안 소장은 “지금 전수조사해 보면 국민의힘 의원들 중심으로 엄청 걸릴 것”이라며 “국민들한테 가루가 될 정도로 많이 갈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어 “부동산 부자, 다주택자, 재벌, 대기업 출신 등 사방이 이해충돌이다. 그런 사람들은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박 의원을 책임 있게 조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김홍걸 의원을 당에서 제명한 민주당을 향해 “꼬리 자르기”라며 의원직 제명까지 연일 촉구하면서도 정작 자당 소속 박 의원의 피감기관 거액 사업 ‘꼼수’ 수주 의혹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기자들에게 박 의원의 논란과 관련,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는 말만 남긴 상태이다. 그동안 입장을 아낀 박 의원은 오는 21일 국회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안 소장은 주 원내대표가 박 의원의 문제를 두고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 “자당에 부동산 다주택자들이나 건설업자 출신들이 또 있을 텐데 박 의원을 잘랐다가는 (주 원내대표) 본인도 문제가 되고 다른 사람들도 다 문제 될까 봐 겁먹고 있는 것”이라며 “‘알아보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게 뚜렷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박 의원을 서둘러 제명하고 국토위와 기재위 등에서 이해충돌 의원들을 전부 다 사임시키는 것이 협치 복원의 기반이 돼야 한다”며 “이런 불공정, 파렴치한 일들에 분노하고 그것들을 국회에서, 우리 사회에서 싹쓸이 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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