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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공돈 취급하는 분담금도 혈세다

 
 
 
분담금 통제권한 없어 오용-전용 묵인해 줘
 
육근성 | 2013-07-03 09:53:3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6월 국회 마지막 날(2일) 국회 외교통일위가 한국정부가 부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이 방만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해외미군 주둔비용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취합한 자료를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공개한 것이다.

미 상원, “한국이 미군에 지급하는 분담금은 사실상 공돈”

이 보고서에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금을 오용하거나 전용한 사실이 있다’며 “(주한미군이) 한국이 지급하는 분담금을 사실상 공돈(free money) 취급했다”고 꼬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기지 내 2개의 식당을 통합하고 리모델링할 경우 연간 운영비를 29만 달러 이상 절감할 수 있다며 140만 달러를 들여 공사를 했지만, 결과는 연간 운영비가 5만3000달러 더 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 재배치로 새로 건설 중인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에 한국정부가 지급한 분담금 중 1040만 달러(약 115억원)를 미2사단 박물관을 짓는 데 사용하기로 한 것도 문제다. 미 상원 보고서는 “분담금을 박물관 건축이 아니라 업무상 필수적인 곳에 사용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라고 비판했다.

분담금 산출·관리 방식 ‘엉망’, 굴욕스럽기까지

분담금이 이토록 방만하게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분담금 산출과 관리방식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굴욕스럽기까지 하다. 한국정부가 부담해야 할 분담금은‘예산 소요기반’이 아니라 ‘총액’으로 책정된다. 한미 양국이 5년에 한차례씩 협상을 통해 분담금 총액을 결정한 뒤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계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돈을 줬으면 사용내역에 대한 관리와 사후 감사권 정도는 행사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한국정부에게 통제권한이 전혀 없다. 분담금이 지급되면 그것으로 사실상 끝이다.어떻게 사용되는 지 관리가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게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대한민국 국민의 혈세로 미군을 위한 박물관을 짓겠다고 하는 거다.

방위비분담금 협정은 1991년부터 시작됐다. 2009년 1월 체결된 제8차 협정이 가장 최근이다. 첫해 1073억원이었던 분담금 규모가 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과 2006년을 제외하고 20년 동안 계속 늘어나 현재 8695억원(2013년)에 달한다. 주한미군 1인 2600만원을 지원하는 셈으로 2001년(1300만원)보다 2배나 많아졌다. 국방비 대비 방위비분담금 점유율도 그간 2배 늘어나 2.78%를 차지한다. 미국 측의 계속되는 인상요구로 내년에는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방위비분담금, SOFA 규정에 어긋나

군사건설비,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수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되는 방위비분담금 자체가 논란거리다. 주둔군지위협정(SOFA)에는 한국 측이 이런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분담금의 근거는 1991년 체결된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SMA)이다. SOFA 제5조(시설과 구역-경비와 유지)에 근거한 것이라지만 5조에는 건설비, 인건비, 군수비 등의 주둔비용을 미국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돼있다.

SOFA 조항과 SMA(방위비분담 특별협정)가 서로 상충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어쩔 수없이 ‘특별(special)’ 이라는 용어를 넣었나 보다. 주한미군에게 ‘아주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협정이란 얘기다.

그런데도 미국정부는 한국이 부담하는 분담금 규모가 적다고 말한다. 전체 주둔비용의 40% 정도만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며 적어도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게 미국 측의 주장이다. 계산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기지 무상임대, 저평가된 임대가치, 한국정부가 부담하는 미군 이전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70% 이상일 거라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판단이다.

아주 특별한 특별협정, 'SMA'

제9차 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어제(2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됐다. 어느 때보다도 분담금 증액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국방예산 대규모 삭감을 포함한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이 발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급한 분담금 미집행액을 전용할 수 있도록 양해해준 제8치 SMA협정/2009.1>

그간 한국정부가 준 분담금의 미집행액이 1조원을 넘는다. 그런데도 증액을 계속 요구하는 이유가 있다. 미집행분을 축적해 동두천 미2사단(켐프 케이시)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분담금을 이전비용으로 전용하려는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비용은 한국정부가, 미2사단 이전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하도록 양국이 합의한 바 있다.

 

 

분담금 전용은 한국 실정법을 넘어서는 행위일 뿐 아니라 SOFA 규정에도 어긋난다. SOFA제7조에는 “합중국 군대의 구성원과 군속 등은... 대한민국 안에서 대한민국 법령을 존중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MB 분담금 미집행액 전용 양해, 오바마 당선·취임 ‘선물’

미국이 분담금 전용이라는 초헌법적인 특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덕분이다. 일각에서는 2011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대사관 비밀전문(2007.4.2)을 들어 노 전 대통령이 분담금 전용을 결정해준 거라고 주장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사실이 아닌 게 분명하다.

비밀전문에 의하면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대사는 “(미군 기지 이전비용과 관련해) 한국정부의 부담분은 전체 비용의 93%로 추산된다”라는 내용을 본국에 보고한다. 이것은 당시 한국정부가 밝힌 50% 부담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버시바우는 그 이유로 ‘한국정부의 계산방식’을 꼽았다.

그는 “방위비분담금 미집행액 전용분과 민간투자(BTL: 한국의 민간업자가 건물을 지어준 뒤 일정기간 임대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비판여론을 의식해 우리 측 부담분을 축소해 말한 것이다.

분담금 전용 문제를 놓고 미국과 노무현 정부가 옥신각신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버시바우가 “이같은 사실(한국정부가 실제 이전비용의 93% 부담한다는 내용)을 한국 국회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우리 정부에 요구한 것이 그 증거다. 미국 측은 한국정부로부터 분담금 전용을 명문화하는 조치를 받아내려고 애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게 주는 방위비분담금도 국민의 혈세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미국은 만사형통의 기쁨을 누린다. 오마바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2009년 1월 1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 측에 통큰 선물을 제공한다. 미국측이 그토록 원했던 분담금 미집행액 전용 뿐 아니라 기지 이전에 따른 공사선택권까지 보장해 줬다. 미국 측에 설계·감리비까지 챙겨주기 위해 기지 이전 사업비의 12%을 현금으로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이런 내용을 담은 각서에 MB가 서명한 지 5일 후 오마바 대통령의 취임식이 거행됐다.

미국이 기지 이전 비용 확보를 위해 분담금 미집행분을 축적해온 건 불법행위다. 원칙대로라면 축적분 1조1000억원은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 불법을 용인한 이명박 정부도 문제지만, 현재 SMA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 또한 전 정권의 모습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2011년부터 현금 12%와 현물 88% 등 한국 정부의 100% 지원에 의해 미군기지 이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는 SOFA 규정에 어긋나고, 기지 이전 비용 지원에도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건가. 미국에게 주는 방위비분담금도 국민의 혈세다.

(최상단 사진 출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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