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9.29ⓒ정의철 기자
"'기업은 우리 사회의 적인가' 묻게 하는 규제 쓰나미"
"야당까지 기업 목 조르기 부화뇌동 땐 한국경제 무너진다"
"경제 전시 상황이라며 기업 옥죄는 법 쏟아내는 거대 여당"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되자 보수 진영의 반발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이란 정부가 지난 8월 31일 발의한 ▲상법 일부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묶어서 일컫는 말로, 그동안 미흡했던 규제 정책들을 보완해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들이다.
재계와 보수·경제지들은 이 같은 공정경제 3법을 두고 '기업 족쇄법' 혹은 '기업규제 3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나아가 이 법안들이 실제로 처리된다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에 기반한 우려일까, 아니면 개혁에 대한 저항일까.
공정경제 3법을 직접 심사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인 이용우 의원은 지난달 29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경제민주화를 위한 기본이자 첫 출발"이라고 규정했다. 이 의원은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기업인 출신 의원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공정경제 3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실제 시행된다면 "오너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총수 일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던 횡포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의원이 말하는 공정경제의 기본이자 시작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경영권 침해' 경제계 아우성에 "그럴 일 없다" 일축
손경식 한국경총회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후 비대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2020.09.23ⓒ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공정경제 3법 중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비교적 이견이 적은 법안이다. 반면, 상법 일부개정안과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재계에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이 되는 내용은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다. 이사회 일원인 감사위원은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사하고, 회사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또, 언제든지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등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대주주가 의결권 제한 없이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먼저 선임한 후, 선임된 이사들 가운데 감사위원을 뽑을 때에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하고 있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사들 자체가 대주주 의사에 부합하는 이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 중에서 선출되는 감사위원 역시 대주주의 영향력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개정안에서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또 현재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과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다르게 적용됐던 의결권 제한 규정을 통일,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로 제한하는 등 기존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렇게 정비할 경우,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게 최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
상법개정안 중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재계가 '독소조항'으로 꼽는 내용이다. 다중대표소송제란 일정 비율 이상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의 주주도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는 자회사를 통해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행위가 벌어져 기업에 손해를 입히더라도 모회사의 주주는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다.
재계는 감사위원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외국 투기자본이 이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기업의 경영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무분별한 소송이 남발돼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아우성친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재계의 주장에 대해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선 이 의원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관련, "대주주가 집행 임원도 임명하고, 감사위원도 임명하면 감사위원이 (본래 역할인) 경영진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나"라며 "오히려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해야만 회사의 일탈 행위와 잘못된 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의원은 금융회사들은 이미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대주주를 제대로) 견제함으로써 오히려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재계가 '경영권 위협' 주장에 대해서도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사회가 10여 명쯤 될 텐데, 외국계 헤지펀드 측 감사위원이 1명 있다고 해서 경영권에 위협이 되겠나"라며 "또 기업 내 회의체에서는 누구 하나가 반대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총수 일가의 비위를 주주들이 견제할 수단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이해하기 쉽도록 국정감사에 빗대 설명했다.
이 의원은 "조금 있으면 국정감사를 한 달 정도 하게 될 텐데, 행정부로서는 국정감사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라도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국감에서 지적받으면 어떡하지'라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며 "(이처럼 다중대표소송제라는 견제 장치가 있으면) 스스로 리스크를 한 번 더 체크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계와 보수 언론은 왜 '기업규제 3법'이라고 반발할까
"'기업=대주주'라는 인식 때문, 재계와 보수 언론은 공생 관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9.29ⓒ정의철 기자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사익편취 규제 강화 등이 핵심이다. 이에 따르면 가격 담합, 입찰 담합 등 중대한 담합행위에 한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니더라도 검찰에 고발할 수 있으며, 검찰 역시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도 확대된다. 현재는 총수 일가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를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보고 내부 거래를 규제하는데 이 지분율을 20%로 낮추는 것이다. 많은 재벌 그룹들이 규제를 피하고자 총수 일가 지분율을 30% 미만으로 유지하며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재계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에도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사익편취 규제 강화 역시 기업의 정상적인 내부 거래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해할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공정위만 신경 썼으면 됐는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도 생각해야 하고, 그러면 이 행위가 적합한 행위인가 한 번 더 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만큼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신중해지는 것이고, 그래야만 고객과 소비자가 보호될 수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상적인 기업 간 거래도 부당한 내부거래로 규제된다는 재계 측 주장은 어떨까. 이 의원은 정당한 요건을 갖춘 내부 거래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내가 계열사인 A에 주는 가격과 B기업에 주는 가격이 유사하면 괜찮다. 그런데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디스카운트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실제 미국 같은 경우에서는 가격을 차별하는 순간 바로 소송이 들어오고, 잘못되면 징벌적 배상으로 가기 때문에 아예 그런 일(사익편취)을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제도가 아직 없으니까, (문제가 생기기 전에) 사전적으로 규제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의원은 공정경제 3법을 반대하는 재계의 논리에 대해 "기업은 대주주와 경영진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인식)이 담겨 있다. 즉, '기업=대주주'로 본 것"이라며 "이 때문에 대주주를 규제하는 법을 기업을 규제하는 법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 의원은 재계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보수·경제지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소장에서 드러난 재벌과 일부 언론의 유착관계를 사례로 들었다.
앞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검찰의 공소장에는 삼성이 언론사에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사를 내도록 하고, 삼성의 입장을 대변한 기고문을 작성해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전달했으며, 노 전 위원장은 그 기고문 내용대로 언론 인터뷰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의원은 이 내용을 언급하며 "지금 (공정경제 3법에 반발하는) 논리도 천편일률적이지 않나. 이유는 (재계와 보수 언론이)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은 찬성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의 틀 바꾸려면 의원들도 바뀌어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비대위원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문제는 제1야당, 국민의힘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수장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정경제 3법에 찬성하면서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당 의원들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정작 해당 법안들을 심사할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유보 또는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대부분은 재계의 앓는 소리와 비슷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장제원 의원 정도고, 원내 사령탑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일단은 '검토해보겠다'며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이 이전의 보수정당과 달리 공정경제 3법에 찬성한 지금을 적기라고 보고 정기국회 내에 통과하겠다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협조가 관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비대위원장과 달리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데 대해 "사실은 (공정경제 3법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동안 (경제민주화에 대해) 말을 안 하던 사람들이 아닌가.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겠나"라면서도 "그런데 당의 틀을 바꾸자고 한다면 (의원들도) 스스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경제민주화라는) 가면을 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종인 체제' 출범 이후 당명과 정강정책 등을 손질하며 당 쇄신 작업에 나섰는데, 정작 추구하는 정책이 이전과 다를 바 없다면 포장지만 바꾸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국민의힘이 바꾼 강령에 경제민주화 조항이 들어갔는데, 정책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간판만 바꿔 달고, 레시피를 그대로 두고, 메뉴도 그대로 두고서 새 제품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저는 김 위원장이 결국에 의원들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공정경제 3법이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 당도 그렇고, 국민의힘도 서로 간 최소한 일치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 당도 재계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고, (국민의힘도) 같이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법안들)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옛날식으로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계와 국민의힘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법안 내용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최소한 이 상태에서 후퇴하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을 베이스(기본)로 논의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이 의원은 지금보다 더 전향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저는 이게 출발이라고 보고, 집중투표제, 상장회사특례법 등을 더 (추가)했으면 하는 입장"이라며 "이것(현재 나온 법안)이 최종 '골(goal, 목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9.29ⓒ정의철 기자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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