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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민주당서도 나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번에는 결실 맺을까

정의당에 이어 민주당서도 발의, 박주민 “반드시 이번 국회 내 통과”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11-11 16:26:09
수정 2020-11-11 16: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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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11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1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오랜 기다림 끝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 제정안(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11일 발의됐다. 최근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대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초 약속에서 후퇴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나온 법안이다.

민주당 노동존중실천 의원단 내에서 '산업현장 중대재해 예방 및 기업책임 강화 TF(태스크포스)' 팀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생명안전포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제정안은 노동존중실천 의원단과 생명안전포럼의 '1호 법안'이다.

박 의원은 "산업재해는 노동자 개인의 과실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기업 내 위험 관리 시스템이 부족하고 사회 전체적인 안전불감증이 있기 때문"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경영주와 관련 공무원들을 처벌함으로써 더 확실한 제도적 개선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번 발의를 준비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애써준 한국노총위원장에게 감사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다른 시민단체와도 이 법안을 같이 논의해 왔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이번 국회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생명안전포럼 대표를 맡은 우원식 의원도 "그 내용과 효과성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의를 거쳐왔고 보다 많은 시민과 단체들이 동의할 수 있는 완성도 있는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처벌의 수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최고 책임자, 원청 책임자에 안전관리 의무를 명확히 규정했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의무 위반에 대한 무거운 책임 지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어제(10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만큼 법안의 통과를 위해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반드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정안의 골자는 안전 조치 의무 등을 위반해 인명 피해를 유발한 사업주나 대표 이사를 비롯한 최고 경영진, 공무원 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이들의 중대한 과실로 재해가 발생해 해당 법인 또는 기관이 손해 배상하게 될 경우 그 최저금액을 손해액의 5배로 하도록 못 박았으며, 경영 책임자 등이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묵시적으로 지시한 경우에도 해당 법인의 직전 해 연 매출액 또는 수입액의 10분의 1의 범위에서 벌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한국노총은 물론 민주노총 등이 포함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와의 의견 교환을 거친 뒤 성안된 것이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담긴 내용과 유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박 의원의 안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적용 유예 조항을 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개된 법안 내용을 보면 "본 법의 적용을 받는 개인사업자 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 의무 및 보건 조치 의무 이행을 위한 제도 마련을 전제로 공포 후 4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해당 법안을 바로 적용하기에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에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민주당의 당론 법안 될 수 있을까
모처럼 국민의힘도 협조? 국민의힘 의원들의 실제 협조할지가 관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11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1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아울러 박주민·우원식 의원은 당내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 산안법 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의식한 듯 해당 제정안을 민주당 당론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낙연 대표의 미묘한 태도 변화와도 연관돼 있다. 이낙연 대표는 취임 직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의지를 연일 드러냈지만 지금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공개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두었을 때 기존의 산안법과 중복 처벌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산업안전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법 체계상 중복이나 상충되는 건 옳지 않다. 그런 고민이 있다. 상임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저희가 열심히 노력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와 정책연대를 하는 한국노총도 그런 입장이 분명하기 때문에 당과 충분히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도 "저희가 이렇게 의지를 모았기 때문에 당하고 협의를 해서 당론으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가 시작할 때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목소리를 내왔던 정의당은 민주당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나온 데 환영하면서도, 발의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직접 제정안을 발의한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박 의원의 안은 현행 산안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업의 조직문화와 안전관리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으로 본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다만, 일부 처벌 수위와 50인 미만 적용 유예는 실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부족한 조치라고 본다. 이는 향후 관련 법 병합 심의 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박 의원의 법안이 면피용이 아닌 확고한 당론임을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국회는 지금 당장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 협력을 통해 더 이상 우리 국민을 안타까운 죽음으로 내몰지 않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의당에 이어 민주당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나오면서 21대 국회에서는 실제 법안 처리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한층 커진 상태다.

특히 이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놓고 반대해 왔던 보수 정당, 국민의힘도 모처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라 이번 국회가 '적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은 제정안의 핵심 내용인 원청 사업주 처벌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아 세부 각론에서는 이견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최근 들어 부쩍 노동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달리 실제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임위 차원에서 협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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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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