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협과 한국노총이 12일 '출구없는 남북관계 대안을 모색하다'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화협과 한국노총이 12일 '출구없는 남북관계 대안을 모색하다'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우여곡절 끝에 미국 대선은 조 바이든을 승자로 선택한 가운데 끝나고 바야흐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전망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이종걸)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 김동명) 그리고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사장 김진향),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송영길 위원장을 비롯한 김영주·윤건영·김홍걸 국회의원 및 전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두루 나서 주최한 토론회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출구없는 남북관계, 대안을 모색하다'라는 주제에 걸맞게 남북관계 경색원인을 따져보고 대안을 찾으려는 이날 토론은 긴장감 넘치게 진행됐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남북관계 교착의 원인과 해법 : 평화의 위기를 기회로!'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남과 북 우리가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먼저, 2년전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8천만 겨레와 전 세계에 한반도 평화 시대의 개막을 엄숙히 천명'했지만 하나도 된 것은 없지 않느냐는 통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역사의 분수령이 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합의를 통해 미국은 북의 안전을 보장하고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그 후 한치도 진전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해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미협상을 위한 담대한 양보를 요청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9.25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했으나 한미워킹그룹에 묶여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까지 5개월을 지체하고 이후 '비핵화 및 제재 프레임과 한미관계 중심의 대북 정책'으로 회귀하는 참혹한 시간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평화협상 외에는 하지 않겠다는 북측의 입장이 굳어졌고 새 정부가 들어서는 미국으로서도 현재의 교착국면 유지가 최선일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결국 우리 정부의 발빠른 행보만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교착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

우리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핵심적인 내용으로는 '비핵화 진전없이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못나간다'는 비핵화 프레임의 오류와 한계를 넘어서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수단이며 평화를 위한 남북협렵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평화프레임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또 정부의 역할을 핵문제 중재자가 아닌 평화문제의 당사자로, 능동적 주체로 인식하고 한미공조와 대북제재의 틀에서 벗어나 민족공조와 화해의 자세로 정책기조를 바꿀 것을 주문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 남북관계의 특징과 대안 : 외교·통일정책의 균형 실패 및 개선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대북제재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실적 제약을 탓하기 전에 용기와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8년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으로 자리잡은 현재 남북관계의 가장 큰 특징은 '평화'라는 것. 남북은 2000년 6.15선언을 통해 분단과 반목, 갈등을 벗어나겠다는 합의에 도달했으나 '돈으로 평화를 사려고 했던 경제적 접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2018년은 말 그대로 '평화, 새로운 시작'이었다. 남북관계에서 특별한 '평화'를 위해 군사적 신뢰구축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세웠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9.19군사분야합의서의 명칭이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라고 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게 갈구했지만 한쪽은 평화를 향한 용기를 잃었고 다른 한쪽은 상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 현재 위기의 핵심이다.

따라서 지금 남북관계의 출구는 제대로 된 평화를 설계하는 것이며, 무너진 신뢰와 사라진 용기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 김 교수의 진단이다.

그래서 주문하는 바, 군사적 접근에 기초한 상호주의를 탈피해 일방적으로 조정하고 선제적으로 양보하는 탈상호주의를 취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원 프레임을 협력개념으로 변화하는 탈수혜주의, 북맹탈출과 가짜뉴스를 극복하는 탈혐오주의, 조급함을 탈피하고 정책의 연속성을 고민하는 탈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평화를 협의하여 원하는 평화를 얻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원희복 전 경향신문 부국장.

토론자로 나선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내년 초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고 북에서는 제8차 당대회가 열리는 한편 하반기 대선정국을 향해 집중하게 될 우리의 상황을 보면, 페리 프로세스로 시작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 직전까지 갔던 1999년의 데자뷔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진영에 합류한 한반도 전문가들의 성향까지 감안하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유제공을 대가로 핵무기 파기를 바꾸기로 한 2005년 9.19합의를 언급하면서 "새롭지는 않지만 이 해법을 바탕으로 북핵고도화, 정상합의 등 그동안 변화를 반영해서 새로운 이행방안을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고, 이걸 가지고 북미가 협의하는 프로세스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제안했을 때 이미 이 프로세스는 시작된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북측은 핵시설을 폭파하고 실험을 중지한 반대급부로 미국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종전선언이 비핵화의 사전조치이므로 그밖에 전략무기의 일부감측 등 추가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차이가 있기 때문에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을 위해 종전선언을 어디에 위치시킬지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여기서 우리 정부가 중재자, 촉진자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 소장은 이어 "미국측 인사들이 북의 선비핵화와 핵 해체를 비롯해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지만 이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어떻게 연계하여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는 "결국 우리의 역할이다. 내년 3월 한미합동군사연븟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문제가 문재인 정부로서는 큰 실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정책을 표방한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북이 미사일을 발사한 배경에는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정면돌파전을 앞세워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북한의 사정을 감안하면 내년 3월 한미합동군사연습의 축소, 중단을 계기로 1999년의 이행방안이 미국과 중국사이에도 협의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종전선언은 했는데 주한미군과 유엔사는 그대로 있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은 계속된다면, 이런 종전선언은 비핵화를 압박하는 정치적 선언일 뿐 법적으로는 정전상태의 지속이라고 할 수 있다"며, "내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실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바이든 집권 후 7개월 이상의 공백을 예상하지만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1월 20일 취임한 뒤 한달내에 한반도 정책을 발표한 바 있으며, 당시 북한은 한미군사훈련 중단으로 미국의 진정성을 확인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강행된 군사훈련이 북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전략적인내로 귀결되었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또 '비핵화' 프레임을 벗어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에 대해 남·북·미 사이의 합의된 정의도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 우회하거나 미룰 것이 아니라 우리식 비핵화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바이든도 언급한 바 있는 '비핵무기지대(비핵지대)'를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와 정의로 삼자고 제안했다.

한반도 비핵지대는 "남북이 비핵화를 확고히 이행하고, 핵보유국들은 남북에 핵무기 사용 및 사용위협을 가하지 않고 핵무기 및 그 투발수단을 배치하지 않는 다는 것을 구속력을 갖춘 형태로 보장하는 것"이며, "남북한이 '비핵지대 내' 당사자들로 조약을 체결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5대 공식 핵보유국이자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비핵지대 외' 당사자들로 이 조약의 의정서에 가입함으로써 참여하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원희복 전 경향신문 부국장은 '출구없는 남북관계'의 원인으로 반통일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가보안법의 폐지 또는 대폭 개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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