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연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총파업 총력투쟁을 열고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차별투성이 무기계약직, 직무급 저임금체계라면 우리는 단호히 거부한다"며 비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여전한 노동인권 차별을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 앞서 경찰 측이 집회 장소인 고용노동부 앞 도로에 설치한 펜스를 두고 이를 철거하려는 노조와 경찰의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500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이날 체감온도 30도에 이르는 무더위에 뙤약볕 아래서 노동자들은 팔뚝을 흔들면서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 철폐 쟁취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그늘도 없는 아스팔트 위에서도 손부채와 얼음물로 열을 식히며 자리를 지켰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민주일반연맹 조합원 4,500여명도 각각 사업장에서 연가 투쟁 등을 통해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자화자찬 정규직 전환율 사기치지 말라"라며 "수두룩한 미전환 사업장, 민간위탁 전환율 0.7%, 현실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며, 가짜 정규직, 공공기관 80여개의 자회사는 또 다른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고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들은 "성별·연령·학력의 차이,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의 차이로 임금차별은 부당하다"면서 "그러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지키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결정은 아직도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책상에서 잠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용역업체·위탁업체·자회사의 바지사장, 권한 없는 자치단체장, 가짜사장은 비켜라. 정부가 진짜 사장이다"라며 "우리는 장관과 교섭을 요구한다"고 정부를 향해 대정부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김유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생색낸 정규직 전환은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이었고, 자회사에서도 차별은 자행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는 위선과 생색내기 위한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공무직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안한 단일직무급제 도입에 대해서는 "공무직 직무별로 별도의 임금 책정 범위를 정하고 이를 공공부분을 넘어 민간까지 확산하려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며 "직무급제를 도입하려 하는 단 하나의 문구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낸 결정문을 통해 "무기계약직(공무직)으로 전환돼도 임금, 교육, 복리후생 등 고용 조건 전반이 여전히 열악한 상황"임을 인정하고 중앙행정기관 공무직의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무직위원회가 구성돼 논의를 시작했지만, 정부가 모든 공무직에 대한 단일한 임금체계안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무려 대통령이 직접 비정규직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었다"면서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그것이 기만, 사기, 거짓말이라는 것이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헀다.
이어 양 위원장은 "대통령의 약속이 온전히 지켜졌다면 노동자들이 이 자리에서 올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 저들의 약속에 기대도, 희망도 걸지 말고 비정규직 없는 나라를 우리 힘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전환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물론 자회사, 공무직 노동자 모두 차별"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여전히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물론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공무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차별을 지적했다.
부평구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생활폐기물 수거원으로 일하다 지난 4월말 해고된 옥세형 씨는 "회사는 하루 7천원씩 나오는 밥값을 안 주고 획책하다 '밥값달라'는 기자회견을 하자 몇개월 전에 있었던 사고를 이유로 해고시켰다"면서 "도대체 환경부는 뭐하는 건가. 환경미화원 임금은 저하시키고, 업체들 뱃속 채울 궁리만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도 마찬가지로 사측의 차별을 받고 있었다. 중부발전서비스 특경지회 전근수 지회장은 "회사가 '정규직 버금가는 처우 해주겠다'는 약속을 믿을 수밖에 없었고, 거대 자본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곧 좌절과 분노로 바뀌었다. '제발 자회사로 전환해달라'며 모회사가 했던 약속은 버려졌고 자회사는 용역보다 못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히려 모회사로부터 차별과 천대는 심해졌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운이 좋아 정규직이 됐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무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에게도 여전히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공공연대 전북본부 김금숙 농촌진흥청지부장은 "고용안정이 되면 공무직 노동자의 처우개선도, 근로조건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간절히 기도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4년 전 그날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이 있어도 공무원만 받는 가족수당, 동일한 노동을 함에도 공무원만 받는 성과급"이라면서 "차이는 있어도 차별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결의대회 이후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 건물을 돌며 행진을 진행했다. 행진을 마무리하고 관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하던 중 이를 빼앗으려는 경찰과 마찰이 벌이지기도 했다. 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조는 방역을 위해 참가자 전원의 명단과 체온을 기록했으며, 참석 중 마스크 등을 쓰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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