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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앞바다 덮친 ‘더운물’에…전복·우럭 어민들 ‘가슴앓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8/02 09:58
  • 수정일
    2021/08/02 09: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1-08-02 04:59수정 :2021-08-02 07:32

 
[현장] 전남 해안에 고수온 공포
한 달 일찍 수온 26~28도 기록
어민들 “이상한 물 들어왔다”
우럭도 수백마리씩 죽어나가

어민들 피해 줄이려 안간힘
먹이 감축·한밤 수확 ‘고육책’
“정부 수매 등 피해복구 대책을”
 
지난달 30일 완도군 신지읍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이 죽은 우럭을 뜰채로 건지고 있다. 천호성 기자
지난달 30일 완도군 신지읍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이 죽은 우럭을 뜰채로 건지고 있다. 천호성 기자
 
전남 완도군 어민들은 올 여름 바다가 낯설다. 7월 중순부터 완도 가까운 바다에 들어와 앉은 ‘더운물’ 때문이다. 섭씨(℃) 26∼28도의 더운물은 완도해역의 풍요를 지켜주던 냉수대를 먼바다로 밀어냈다. 관측소 수온계 수은주가 치솟을수록 전복·조피볼락(우럭) 등을 양식하는 어민의 주름살은 폐사 걱정에 깊게 패었다.


일찍부터 찾아온 폭염에 한반도가 절절 끓는 7월 말, ‘고수온’ 공포가 완도를 덮쳤다. 지난달 29일, 완도군 완도읍의 한 양식장 주인 한승남(61)씨는 빈 전복 껍데기가 허옇게 쌓인 가두리 물칸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가두리 그물을 끌어올려 보니 빽빽하게 전복이 붙어있어야 할 수중 구조물엔 말미잘만 촉수를 뻐끔거렸다. “6월까진 전복들이 멀쩡히 살아있었는데 7월 말 2년생 이상 전복들이 폐사했어요. 물이 더워지기 전 봄철에 수확하려 했는데 불경기에 출하 시기를 놓쳐서….” 완도에서 15년째 전복을 키웠다는 한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7월 들어 빠르게 따뜻해진 바닷물을 견디지 못하고 전복은 죽었다. 한씨의 양식장이 있는 완도 앞바다에는 지난달 23일 고수온 주의보(수온 28도 이상)가 내려졌다. 8월 18일에 주의보가 발효된 지난해보다 고수온이 한 달 정도 빨리 찾아온 것이다. 1일에도 표층 수온이 27.9℃(오후 2시 기준)에 이르렀다. 어민들은 전복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수온을 20도 이하로 보고 있다. 한씨는 “10여년 사이 주변 바다 온도가 2도가량 올랐다. (새끼보다) 고수온에 취약한 2년생 이상 전복은 거의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

 

완도 본섬에서 멀찍이 떨어져 ‘큰 바다’에 위치한 청산도·소안도 해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어민들은 이곳 바다에 “‘이상한 물’이 들어왔다”고 입을 모았다. 청산도 주변은 진도 냉수대의 동쪽 부분에 속하는 찬 바다였다. 한여름에도 바다 온도가 20도 안팎에 머물러 전복 양식 최적지로 꼽혔다. 하지만 올해는 7월 중순께 수온이 갑자기 25∼26도로 치솟더니 보름 넘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종윤 완도군 전복협회장은 “올해는 고수온이 일찍 찾아오기도 했지만, 섬들 사이로 조류가 빠르게 흘러가는 완도 바다에서 더운 물이 유독 오래 머문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전했다.

 

 

 

이례적으로 빠르게, 오래 따뜻해진 바닷물에 어류들도 죽어 나가고 있다. 완도군 신지도에서 우럭과 돌돔을 양식하는 신용선(58)씨는 매일 새벽 5시 죽은 우럭을 뜰채로 건지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열대성 어류인 돌돔과 달리 우럭은 (수온 20도를 넘어서는) 7·8월엔 일부가 폐사합니다. 보통 하루 100마리 정도 죽었는데, 지금은 매일 400마리 이상 죽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낮 신씨의 해상 가두리 어장 안 수온은 26.5도였다. 새벽에 200마리를 건져낸 그는 정오쯤 30여 마리를 더 건져냈다.

 

더운 물을 내쫓을 수 없는 어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추가 피해를 막는 것 뿐이다. 신씨는 지난달 초부터 ‘우럭 강제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우럭들이 먹다 남긴 먹이 찌꺼기가 수온이 높으면 쉽게 썩게 되고, 바닷물 용존 산소량이 부족해질 수 있어 먹이 공급을 줄였다. 8월부터는 햇빛을 차단할 막을 치고, 액상산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일부 전복 어가는 한밤중 해상 가두리에 나가 배에 달린 조명에 의지해 수확하는 ‘고난도 작업’도 강행하고 있다. 한낮 뙤약볕에 전복을 꺼내면 유통 중 폐사할 수 있어, 수온과 기온이 그나마 낮을 때 그물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열어 보다 빠른 판매에 나섰다는 한씨는 “어민들은 수온이 더 오르기 전에 싱싱한 상태로 물건을 출하하려고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전복을 수매해 급냉동하는 하는 등의 대책으로 어민들에게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번 치솟은 물 온도는 무더위가 꺾여도 9월까지 계속될 전망이어서 어민들의 분투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완도군청은 올여름 수온 동향이 역대 최악의 고수온 피해가 났던 2018년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완도에선 전복·우럭·넙치 등 어패류 2370만 마리가 폐사해 200억원에 가까운 피해가 났다. 권혁 완도군 해양정책과장은 “8월 한여름에 볼 수 있는 수온이 7월 초부터 관찰되는 등 ‘바다 시계’가 한 달 이상 빨라졌다”며 “먼바다 수온도 예년보다 1∼2도 높아 수온을 떨어트려 줄 변수가 안 보인다. 고수온으로 인한 어패류 폐사는 수온이 떨어진 뒤에도 한 달 가까이 계속되므로, 관계 부처에서 고수온 피해 복구비 등을 산정할 때 특보 해제 이후 폐사를 겪은 어가도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완도/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지난달 29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의 한 어민이 텅 빈 전복 가두리 그물을 들어보고 있다. 이곳에는 30개월생 이상 전복들이 있었지만 지난달 주변 바다 수온이 25도 이상으로 오르며 폐사했다. 천호성 기자
지난달 29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의 한 어민이 텅 빈 전복 가두리 그물을 들어보고 있다. 이곳에는 30개월생 이상 전복들이 있었지만 지난달 주변 바다 수온이 25도 이상으로 오르며 폐사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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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06090.html?_fr=mt1#csidx078a04017d7fc16bc5b7f68b7071c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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