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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단식 14일째.."보여주기식은 안 해"

남북정상 합의 이행,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을 위한 무기한 단식 중

박한균 기자 | 기사입력 2021/10/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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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희 ‘자주통일 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한민족공동행동’ 대표. [사진-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


“진짜, 끝까지 가실 건가요?”

“보여주기 식은 안 해”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는 김명희 ‘자주통일 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한민족공동행동’ 대표가 농성장을 찾은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에게 한 말이다.

 

김명희 대표는 지난 9월 19일 ‘남북 정상 합의 이행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10월 2일 단식 14일째이다.

 

김명희 대표는 88년 2대 서울지하철공사노동조합 위원장, 94년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 초대 사무처장, 97년 전국민주철도노동조합연맹 공동대표 겸 민주노총 1기 중앙위원 등 수십 년 동안 노동운동에 헌신해 왔다.

 

그러다가 김명희 대표는 올해 6월 처음 진행한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미국은 손 떼라 서울행동’에 참가하면서 통일운동에도 뛰어들었다. 여기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평화통일시민행동, 범민련남측본부, 미국은 들어라 시민행동, 8.15서울추진위 등이 참가했다.

 

김명희 대표와 한성 대표의 인연은 여기서 시작됐다. 이후 노동, 통일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둘은 막걸리를 기울일 정도로 친한 선후배 관계이다.

 

아래 한성 대표의 농성장 방문기를 소개한다.

 


 

버스에 내려 광화문을 걷는 내내 맘이 무거웠다.

 

점심시간이라 식당에서 나온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커피를 든 채 걷고 있었다. 세종대왕상 근처엔 여러 사람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었고 카메라 동영상을 찍으며 뭐라고 시끄럽게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종전선언 반대한다! 피로 맺은 한미동맹 수호하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작돼 지금껏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는 보수단체들의 활동이었다. 한국사회의 분단적폐세력이 얼마나 공고하는지를 보여준다. 

 

다른 한쪽엔 “WARmerica NO” Global Peace Action이라는 영어 팻말도 보였다. &lt;미 대사관 앞 1인시위 255차 행동&gt;이었다. 

 

촛불항쟁 이후부터였으리라. 광화문은 서로 상충하는 정치를 그렇듯 품어 적절히 공존시키고 있었다. 광장다웠다. 

 

▲ 감옥 독거방의 반도 안되는 크기의 농성장 모습. [사진-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  

 

선배는 세종로 사거리 교보빌딩 앞 한 모퉁이에 있었다. 광화문역 4번 출구 옆 정자를 뒤에 궁궐처럼 두고 스티로폼으로 둘러싸고 비닐천막을 얹은 작은 움막집 같은 곳이었다. 구청에서 금지하고 있는 터라 천정은 앉기에도 불가능할 정도로 낮았다. 안에 거무틔틔한 색깔의 침낭이 보였다. 몸 하나 보돗이 눕히기에도 비좁았다. 감옥 독거방의 반도 안되는 크기였다. 옆에 줄지어 서 있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빌딩 등이 다른 때보다 더 크고 높아 보였다. 

 

천막 앞 의자에 앉아있던 선배는 “바쁠 텐데 왜, 왔어”라는 말로 인사를 받았다. 푸석푸석했다. 수염을 자르지 않아 더욱 그랬다. 노란 포스트잇에 ‘단식 13일째’라고 쓰인 청색 글귀가 돋보였다.

 

“참을 수가 없다고 했잖아”

 

기어코 결행하고 말았다고 퉁명스레 말을 뱉었을 때 선배는 깡마른 몸체만큼이나 단단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다들, 기억하잖아. 얼마나  감동적이고 좋았었냐고”

 

선배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방북했을 때 15만 명의 평양시민에게 연설한 것을 언급하며 그것은 8천만 겨레에게 한 약속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이후 남북관계는 전혀 진척되지 못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맹 성토했다. 한 달여 전 인사동 술집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었다. 

 

“하고는 싶었겠죠. 근데 미국이 너무 심하게 압박을 한 거잖아요.”

 

선배는 손사래를 쳤다. 우리가 미국에 종속돼 있단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겉만 번지르르하지 식민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잖아. 하지만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했는데 그러면 강단 있게 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 

 

사람들 한 무리가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 합의를 이행하라”라는 배너 앞에 걸음을 멈추고 한 참을 서 있었다. 

 

선배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88년 2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으로 당시 전투적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노동운동가였다. 이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와 민주노총 건설을 주도하면서 97년엔 민주노총 1기 중앙위원으로 활동했었다. 선배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 3일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를 구실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것 또한 단식 결행의 한 이유였다고 했다.

 

“진짜, 끝까지 가실 건가요?”

“보여주기 식은 안 해”

 

목소리는 낮았지만, 표정은 언제라도 그러했듯 단호했다. 50년생 갑장으로 친구사이인 비전향장기수 장의균 선생이 한 달 전 인사동 술집에서 만류했을 때도 선배는 그런 표정과 그런 말을 했었다. 

 

“선배님, 바라는 다른 거 없습니다. 이때까지의 삶이 그랬듯 강단 있게 투쟁하십시오. 그렇지만 중요한 건 건강입니다. 승리는 코앞에 있고 그것을 위해 선배님과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잖습니까?”

 

선배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광화문 광장은 여전히 각각 분주한 사람들을 안고 있었다. 

 

‘전쟁둥이’(1950~1953년생) 노선배. 그 선배가 치고 있는 초소는, 미국을 쳐야 자주통일을 실현할 수 있고 적폐를 쳐야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다는 한국사회 발전 원리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있지 않을까?

 

▲ 9월 19일 단식 시작, 10월 1일 단식 13일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  

 

▲ [사진-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  

 

다음은 김명희 전 위원장이 9월 19일 무기한 단식농성을 들어가며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남북 정상 합의 이행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저녁 북한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15만 시민 앞에서 한 연설이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말인가! 8천만 겨레가 다 일어나 환호하고 손뼉을 쳤다.

 

그해 3월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 흐름은 4.27 판문점선언을 거쳐 9월 평양정상선언에서 그렇게 활짝 꽃을 피웠다.

 

그런데 지금 사정은 어떠한가? 암담하다. 남북관계는 말라 비틀어져 지난 반북정권 때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왜 그런가?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선언에서 천명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원칙, 9월 평양정상선언에서 확립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헌신짝처럼 버려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국회의원 180명과 국내외 250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6월 17일 남북공동선언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촉구했음에도 아직까지 응답이 없다.

 

나는 요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공동선언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로 나서라. 8천만 겨레 앞에 한 약속을 지켜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이 지금 감옥 안에 갇혀 있다. 지금 어떤 시대인가? 촛불항쟁이 제시해준 국민주권시대다.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에 앞장섰던 민주노총이 과연 그 무슨 죄를 지었는가. 노동자, 민중을 대표하여 7월 3일 중대재해 근절!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저지! 최저임금 인상! 노동법 전면개정!’을 외친 것은 공정사회를 요구한 것으로 죄가 될 수 없다. 코로나 정국과 양극화, 불평등 심화로 생존의 갈림길에 선 노동자, 민중을 위해 한국사회의 대전환을 제기한 의로운 행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노동존중사회 공정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도 불평등의 원천 재벌 대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석방했고 그 자리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신 들어가 있다. 천만 노동자 대표를 한 번의 집회를 이유로 구속한 것은 전례가 없고 현실에도 이치에도 맞지 않다.

 

나는 요구한다. 노동자, 민중에 헌신하며 한국사회 발전 전망을 제시하는 투쟁가 양경수 위원장을 당장 석방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약속한 것과 노동존중사회 공정사회를 건설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라. 촛불의 요구다. 

 

나는 9월 평양정상선언 3주년인 오늘부터 촛불의 광장이자 민주의 광장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 합의 이행과 양경수 위원장을 석방하라고 요구하면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 합의 이행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석방하라!

 

9월 평양정상선언 3주년 2021년 9월 19일 19시 

 

자주통일 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한민족공동행동 대표 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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