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가 20일 확보한 지난해 4월 3일 녹취록(김웅-조성은 통화)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조 씨에게 전화를 걸어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발장은 그해 3월 31일 MBC가 보도한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 뉴스타파가 그해 2월 보도한 윤 전 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보도를 한 기자들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당시 비례대표 후보) 등을 피고발인으로 적시한 고발장이다.
우선 김 의원은 조 씨에게 해당 고발장을 전달하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검찰 관계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정보를 알려준다.
“이동재 기자가 ‘협박했다’ 뭐 이렇게 나오는 거 있잖아요? 이것들이 공작인 것 같고, 그 목소리는 이동재하고 한동훈하고 통화한 게 아니고, 이동재가 한동훈인 것처럼 다른 사람을 가장해서 녹음을 한 거예요.”(김웅)
조 씨가 “시나리오를 짜서 대역을 썼다는 것이냐”고 묻자, 김 의원은 다시 한번 설명을 한다.
“그렇죠. 그걸 아마 오늘 밝힐 거 같고…”(김웅)
이동재 전 기자가 제보자 지모 씨에게 들려준 통화 음성 파일 속 주인공이 실제로는 한 검사장이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다.
당시 이 전 기자의 이러한 입장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으며, 검찰 내부에서는 당사자인 한 검사장과 그와 가까운 검사만 인지하고 있었을 내용이다. 따라서 김 의원이 “그걸 아마 오늘 밝힐 거 같다”고 말한 건, 검찰 관계자를 통해 해당 내용을 전해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김 의원이 조 씨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로 전달한 고발장과 각종 증거 자료들에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돼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김 의원이 소통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이거나, 손 검사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 의원이 조 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전후 한동훈 검사장과 손 검사,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100차례 넘게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 의원은 이 전 기자가 ‘녹음파일 속 인물이 한동훈이 아니다’고 말하면, 이를 키워서 야당(당시 미래통합당)이 대응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오늘 아마 이동재가 양심선언을 하면 바로 키워서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김웅)
어떻게 준비하면 좋겠냐는 조 씨의 질문에 김 의원은 “제2의 울산사건이다. 선거판을, MBC를 이용해서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프레임 만들어놓고, ‘윤석열 죽이기’ 쪽으로 갔다. 그리고 얘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며 대응 기조를 설명해준다.
여기서 말하는 ‘얘들’에 대해 김 의원은 “민병덕이라는 놈하고, 황희석”이라고 여권 정치인을 언급하기도 한다.
김 의원은 고발장 접수처도 지목해준다.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 자신의 말이 아닌 누군가의 ‘주문’을 전해주는 식이다. 남부지검이 아니면 위험하다고 말한 주체는 누굴까?
김 의원은 텔레그램 메시지로 ‘손준성 보냄’ 표시가 된 고발장을 전달한 뒤 오후에 조 씨와 한 차례 더 9분 39초간 통화를 하는데, 이때 고발장 접수처는 ‘남부지검’이 아닌 ‘대검’으로 바뀐다.
“여기(대검) 고발장 내러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대검에 총무과나 이런데. 방문할 거면 공공, 그 범죄수사부 쪽 옛날 공안부장 있죠? 거기 그 사람 방문을 하는 걸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가신다고 하면 그쪽에다가 이야기를 해놓을게요.”(김웅)
김 의원은 대검 공공수사부를 만나서 고발장을 접수하겠다고 하면, 해당 부서에 말을 해놓겠다고 조 씨에게 일러둔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생산->김웅에 전달->국민의힘에 전달->대검 공공수사부에 접수’로 이어지는 고발 사주 과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자신과 검찰 조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고발과 무관하다는 점이 대외적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고발장을 접수받은 검찰이 난처해하는 그림을 만들어야 하고, 자신과 윤 전 총장이 관여한 것처럼 비춰지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
녹취록에 나오는 김 의원의 구체적인 워딩은 이렇다.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 “검찰이 (고발장을) 받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처럼 하고, 이쪽(국민의힘)에서 항의도 좀 하시고. ‘왜 검찰이 먼저 인지수사 안 하고 이러느냐’ 이런 식으로 (항의를) 하고. 그럼 좋죠.”
통화 말미에 김 의원은 거듭 자신이 드러나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고발장 요 건 관련해가지고 저는 쏙 빠져야 되는데”(김웅) “아, 예, 예, 그게 좋을 거예요.”(조성은) “무슨 말인지 아시죠?”(김웅) “네, 네.”(조성은)
김 의원은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공식 회의체에서도 ‘검찰발’ 고발장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조 씨에게 당부했다.
조 씨가 “(통화가 끝나면) 4시부터 전략본부 회의가 있다”고 말하자, 김 의원은 고발장 접수 여부에 대해 “상의를 해보라”고 하면서, “‘우리가 좀 어느 정도 초안을 잡아봤다’ 이렇게 하시면서, ‘이 정도 보내고 나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해준다’ 이렇게 하시면 돼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검찰’이 아닌 조 씨 그룹을 지칭하는 말로, 조 씨 측이 직접 고발장 초안을 만들어봤다는 식으로 당 전략본부 회의에서 언급하라는 취지다. 당 전략본부 회의 참석자들을 포함해 당 관계자 다수가 검찰의 관여 사실을 알게 되면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은밀하고 위험한 정보일수록 접근성을 떨어뜨려 보안 강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고발장을 접수하러 갈 때 포토라인에 설 야당 정치인을 정해주기도 한다. 이른바 ‘검찰 색깔’을 지우기 위한 방편이다.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하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야죠. 예를 들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동원해서 가는 게 더 낫겠죠.”(김웅) “음, 아.”(조성은) “검찰 색을 안 띠고. 김종인 위원장님은 안 가시는게 좋을 거 같아요.”(김웅) “그러니까 뭔가 그 퓨어(pure)한 느낌이 좋다시는 거잖아요.”(조성은) “심재철 의원님 같은 분은 좋죠. 왜냐면은 그 지팡이 짚고 가서 이렇게 하시면은 좀 모양새가 좋은 거 같은데. 투사 이미지도 좀 있고. 뭔가 공권력 피해자라는 느낌도 오고. 지팡이 짚고 가고 이러면.”(김웅)
김 의원은 여전히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녹취록을 통해 ‘검찰의 관여’ 정황이 짙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녹취 속) ‘저희’라는 말에 대해 자꾸 얘기하는데 제가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검찰은 아닌 것 같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녹취록에 ‘윤석열이 시켜서 한 게 된다’는 표현이 등장하는 데 대해서는 “검찰에서 이런 시빗거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그런 걸 차단했으면 좋겠다는 맥락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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