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8월은 3~4월처럼 백신 수급 불안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뢰도가 떨어진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화이자 백신은 매주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었다. 당시 50대의 접종 참여율, 18~49세 예약률 역시 낮지 않았다. 유일한 문제는 모더나사의 물량 차질 정도였다. 하지만 정부가 대표단을 미국 모더나 본사에 파견해 항의하는 등 해결의지를 보이고 있었던 터였다.
국민들은 접종 의향이 높았고, 다행히 주요 선진국들의 접종이 활발하지 않아 백신 확보가 아주 어려운 조건은 아니었다. 한국의 백신 인프라 역시 하루에 100만 명 이상을 접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들을 언급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지적하는 정도의 비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당 사설들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여준성 보건복지부장관 정책보좌관(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언론이 정부를 비판하고 싶은 것은 이해하는데, 대통령의 말은 아주 면밀한 검토 끝에 근거를 갖고 나온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문제는, 언론의 이러한 행태가 백신 접종이 이뤄진 8개월 동안 매우 관성적으로 이루어져왔다는 점이다. 조금이라도 백신 접종에서 부정적 이슈가 생기면, 70% 접종은 물 건너갔다거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기사가 어김없이 등장했고 확대됐다. 공동체의 건강과 경제적 문제에 직결되는 백신 문제가 마치 안 풀리지 않기를 바라는 듯한 감정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관련기사]
-
'접종률 70% 3년 걸린다'던 언론, 반성하고 있을까? http://omn.kr/1v8hk
-
한국경제 '모더나행 1600만원' 기사의 진실 http://omn.kr/1v3d3 )
-
백신 접종 99일째... 언론의 예측은 틀렸다 http://omn.kr/1toj8
큰사진보기 |
▲ 연합뉴스의 10월 21일자 기사 <"백신 맞고 디스크 파열"... 80여명 눈물의 호소> |
ⓒ 연합뉴스 캡처 |
관련사진보기
|
검증은 어디갔나... 해로운 공포마케팅
한국 언론의 백신 보도에 있어 또 다른 문제점은 의심과 공포감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해 SNS 글이나 국민청원 글을 검증 없이 곧바로 기사화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연합뉴스>는 <"백신 맞고 디스크 파열"…80여명 눈물의 호소[OK!제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백신 접종 부작용으로 허리 디스크가 파열됐다는 주장을 그대로 실었다. 방역당국이나 전문가들로부터 인과성에 대해 확인하지 않은 채 제보자들의 주장만 보도한 내용이다.
최근 '백신 이상반응'을 주장하는 접종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국민청원 내용만 그대로 옮기는 '온라인 기사'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성인 90%가 넘는 4000만 명 넘게 접종을 경험한 상황에서, 접종 후에 발생한 질환 하나하나를 모두 백신 탓으로 돌리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백신 이상반응에 대해선 더더욱 검증과 취재가 필요한 이유다.
젋은층 접종자가 증가하면서 백신 접종 후 백혈병을 진단받거나 사망했다는 기사도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선 방역당국이 "코로나19 백신이 백혈병을 유발 또는 촉발한다는 근거는 없고 국내에서는 매년 약 3500명 정도의 백혈병 환자가 진단된다"며 "백신 접종 이후 수일에서 수개월 이후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다"라고 직접 해명하기까지 했다.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은 언론의 백신 보도에 대해 "언론이 정치적으로 어떤 입장에 있든, 정부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든, 백신 접종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이고 잘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지금까지 언론보도를 보면 비과학적이고 감정적이고, 불안이나 공포를 조장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실제로 그것이 국민들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게 유도한다면 그 자체로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어 "언론이 백신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나 고통 분담을 한 자영업자 지원 문제 등 현실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 - 전국민 70% 접종완료]
① 240일만의 쾌거... 비관주의 뚫고 팔 걷어붙인 국민들 http://omn.kr/1vok6
② '집단면역 어렵지만... 70%는 변화 이끌 기준선 http://omn.kr/1voku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