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집을 포기했다
공공주택도 서민엔 높은 문턱인데
집값 대신 세금 깎는 공약만 보여
“사전청약 처음 당첨된 순간 와이프한테 그랬어요. 우리 앞으로 몇년 동안 기념일이나 생일은 없다고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내집 마련이 된 건지….”
강기웅(34)씨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의왕 월암지구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에 당첨됐다. 기뻐야 하는 그 순간, 걱정이 밀려왔다. ‘부모 찬스’를 쓰기 어려운 강씨 부부의 자산은 2천만원이 전부다. 전용 55㎡ 분양가 4억1천만원 가운데 3억9천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신혼희망타운 전용 장기주택담보대출로 집값의 70%(2억8700만원)까지 대출받아도 1억원이 필요하다.
간호사인 아내는 지난해 8월 쌍둥이를 출산한 뒤 일을 그만뒀다. 강씨의 월 소득은 300여만원. 입주까지 남은 4~5년 동안 월 150만원씩 꼬박 저축해도, 모을 수 있는 돈은 7200만~9천만원 정도다. 문제는 분양가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전청약 당첨자들 사이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시세가 계속 뛰면 본청약 분양가가 4억5천만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와요. 돈을 좀 모아놓은 사람들은 괜찮은데 절반 정도는 불안해해요.”
적지 않은 이들에게 신혼‘희망’타운이 신혼‘절망’타운이 될 수도 있다. “애들 것 줄일 수는 없고 저랑 와이프 먹고 쓰는 거 줄여서 들어가야죠.”
강씨는 “다주택자들도 다 자기 능력”이라는 주변 사람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능력을 누가 만들어줬느냐는 거죠. 인생을 3루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안타만 쳐도 홈런이 되지만, 저는 1루에 나가는 것부터 문제니까요.”
김수영(36)씨는 내 집 마련과 출산을 함께 포기했다.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집값이 월급 오르는 것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보고 서울에서 내집 마련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정규직 사서로 일하는 김씨 부부의 월 가구 소득은 400만원이다. 살고 있는 26㎡ 투룸 빌라의 전세보증금은 1억7천만원인데, 1억원은 대출로 충당했다. 2020년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덕분에 추가 보증금 없이 전세 계약을 갱신했지만, 그 권한도 한번밖에 쓸 수 없다. 부부는 월 100만원씩 저축을 시작했다. “(계약이 끝나는) 내후년이 걱정이죠. 비싼 곳은 1억원 이상 올랐고, 평균 4천만~5천만원 오른 것 같아요.”
‘시세 대비 저렴하다’는 공공분양 주택 공급이 있다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2배가량 폭등한 시세가 반영된 분양가는 평범한 30대 맞벌이 신혼부부의 소득과 자산 대비 너무 비싸다. “경기 하남 교산은 5억원, 양주 회천은 3억원 가까이 하더라고요. 출퇴근 4시간 정도 걸려도 회천에 가볼까 했는데 대출금이 너무 부담이에요. 과천에는 8억원대 공공분양도 나오고…. 정말 공공주택이 맞나요?”
그는 대선 후보들에게 ‘물려받은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불공평한 사회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잘사는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도 운이죠. 불로소득에 대한 세율이 높아야 하지 않나요?”
진명선 노지원 김용희 기자 torani@hani.co.kr
※<한겨레>가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은 취재원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합니다. 공익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실명 취재에 응한 시민의 불이익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겨레> 누리집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전송되는 한겨레 기사의 댓글창을 닫습니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26629.html?_fr=mt1#csidxbc781bd7fd28b1dae837375613b9faf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