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외환은 매각’ 의혹 수사검사
‘론스타는 산업자본’ 눈감은 이창용
론스타 변호한 김앤장 고문 한덕수
‘윤석열 정부’ 첫 내각 인사청문회의 막이 오르자 ‘론스타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등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등 경제 관료 출신 인사의 검증 무대에서 ‘론스타’는 빠지질 않는다. 20년 가까이 지난 이 사건이 왜 여전히 소환되는 것일까.
핵심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①사고 ②되파는 과정에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그 결과 ③국제 투자자-국가 국제분쟁해결(ISD)마저 불렀다는 점이다. 그 논란의 한 가운데 청문회 주인공들이 서 있다. 전문가들은 한덕수·추경호·이창용 후보자가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거나 적어도 방관했으며, 이들이 주요 관직에 오르면 론스타와 벌이는 투자자-국가 국제분쟁해결에서 우리 정부가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2003년 8월, 론스타는 1조3834억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이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던 건 당시 외환은행이 ‘부실은행’으로 분류됐기 때문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이라는 뜻이다. 그로부터 2년 뒤 외환은행의 부실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은행 이사회에는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이 10%라고 보고됐는데 금융감독원 보고 때 6.16%로 낮췄던 정황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론스타에 은행을 싸게 넘기려고 금융당국이 부실을 과장한 것 아니냐며 “불법 매각”이라 주장하기 시작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듬해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이 일부러 외환은행을 저평가해서 금융감독위원회가 ‘론스타의 은행 인수’를 승인하게 했다며 관련자들을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피해액은 3443억∼8252억원으로 추산됐다. 검찰은 이런 결정의 배경으로 2003년 7월15일 ‘조선호텔 비밀회의’를 지목했다. 청와대·재경부·금감위·외환은행 자문사 등 관계자 10여명이 모인 비공개회의에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도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으로서 참석했다. 수사 결과에는 이 회의에서 변양호 당시 국장이 금감위에 ‘예외승인’을 요청하자, 금감위가 “재경부에서 ‘예외승인’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공문의 작성자가 바로 추 후보자다.
추 후보자는 “대법원에서도 다 정리된 부분”이라는 태도다. 당시 검찰 수사가 변양호 당시 국장에 집중되면서 추 후보자는 기소도 안된 데다 이 사건이 전원 무죄로 끝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리”됐다고 보긴 어렵다. 법원 판단은 “부적절한 행위가 많았지만 배임죄를 물을 정도는 아니다”는 취지로 ‘부실 과장’을 부인하지 않았다. 감사원의 론스타 특별감사에서도 추 후보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한도초과보유 승인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4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고 ‘주의 처분’을 받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론스타 사태와 연이 있다. 한 후보자는 2006년 대검 중수부에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수사를 맡은 막내 검사였고, 수사과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였다. 당시 검찰 쪽은 이 재판의 진행과 결과에 대해 재판부에 격하게 반발해 파문이 일만큼 대립이 심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 중 한명은 ‘부실 조작’이 있었다고 판단한 검사고, 다른 한명은 법원에서 무죄 나왔으니 헐값 매각도 없고 책임도 없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수 과정에 론스타 쪽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2002년 7월까지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일하다 물러난 한 후보자는 당시 론스타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일한 기간은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작전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 후보자는 “김앤장이 론스타 법률대리를 하는지도 몰랐다”고 항변한 바 있지만 “통상 분야에서 오래 일한 전관이 그 시점에 론스타 사건에서 배제됐다는 해명은 믿기 어렵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가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쟁점화하고 나선 건 2007년 3월이었다. 은행법은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이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은 은행 주식을 4% 넘게 보유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만일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외환은행 부실 여부와 관계없이 매각은 ‘불법’이 되는 셈이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2008년 9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서류도 손에 넣었다.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주식을 ‘초과 보유’하고 있으면 매각을 명령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증거를 쥐고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론스타 질문을 피하지 못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서류를 덮은 이유’에 대해 묻자 이 후보자는 “론스타가 보내준 자료가 원자료와 다르고 확인 절차가 계속됐고, 확인되더라도 주식매각 명령을 내려야 하는지 논의가 있어 시간이 갔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론스타 산업자본 자료’를 입수 시점으로부터 1년2개월이 지난 2009년 11월까지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론스타가 마지막에 외환은행에서 배당금 무지하게 챙겨나갈 때 한은도 외환은행의 주주였다”며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를 덮어서 한은에 손실을 초래한 사람이 한은 총재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2011년 5월에는 <한국방송>(KBS) 보도로 론스타가 일본에 2조원이 넘는 골프장을 가진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지만 이후에도 금융당국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제값에 팔고 무사히 한국을 떠나기 위해 필요했던 금융당국의 중요한 결정들은 추경호 후보자가 금융위 부위원장이 된 2011년 9월부터 줄줄이 내려졌다. 이때는 이미 검찰 수사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로 번진 참이었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금융위는 론스타의 은행 지분에 대해 장내 공개매각 등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려야 했지만, 실제 유죄 확정 뒤 금융위는 조건 없는 매각명령을 내려 론스타를 도왔다. 심지어 론스타가 문제의 일본 골프장을 팔아버린 직후인 2012년 1월에야 금융위는 “론스타는 산업자본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리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2012년 2월 론스타는 4조7천억원의 막대한 차익을 챙겨 한국을 떠났다. 그러고도 그해 11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국제분쟁해결을 제기했다. 한국 금융당국이 매각 승인을 늦게 내리는 바람에 외환은행을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었는데 손해를 봤고, 한국 국세청이 매긴 세금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만일 이 분쟁에서 진다면 우리 정부는 론스타에 46억8천억 달러(한화 약 5조6천억원)를 물어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론스타의 ‘산업자본’ 의혹을 덮은 당사자들이 국제분쟁해결 대응에 앞장서면서 우리 정부가 불리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부터 매각까지 주요 국면마다 등장했던 추경호 후보자는 론스타 분쟁 대응에도 관여했다. 추 후보자는 서면 심리절차와 심리기일이 진행되던 시기에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장관급)으로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국제분쟁해결 대응팀 단장을 맡았다.
김득의 대표는 “금융위가 과거에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분명히 했다면 투자자-국가 국제분쟁해결에서도 산업자본 논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 국제분쟁해결 자체가 각하될 수 있다”며 “우리 정부는 론스타의 산업자본 쟁점을 스스로 포기해서 분쟁을 불리하게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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