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12시,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출발한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봄바람'(이하 봄바람 순례단)이 30일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 거리를 행진했다.
'거리의 신부'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봄바람 순례단은 그동안 부산 가덕도,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목포 세월호 등 지역의 현장을 들르고, 동국제강 서울 본사 앞에서 업무 도중 숨진 노동자의 죽음에 관한 회사의 책임을 묻는 유가족, SK본사 앞에서 여전히 고통받고 있음을 호소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을 만나왔다.
이 같은 만남에서 얻은 물음을 집대성한 마지막 행사인 이날 '다른 세상을 만드는 거리행진'에는 기후위기, 차별철폐, 평화, 노동 관련 시민단체들도 참여해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서울 종로구 SK본사 앞까지 행진했다.
행진 이후 SK본사 앞에서 진행된 문화제에서는 순례단이 만났던 이들이 직접 본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부산 가덕도, 경주 월성, 성주 소성리, 울산 서진이엔지 등 순례단이 지역 현장에서 만났던 이들이었다.
가덕도 신공항 반대 대책위 남영란 활동가는 "가덕도 신공항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하늘로 올라간 4대강 사업'"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를 주장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지난 26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및 2035년경 건설 추진이 확정됐다. 건설에 예상되는 총 사업비는 13조7000억 원 수준이며 앞서 진행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B/C) 분석 결과는 0.51~0.58로 예상됐다. 비용편익 분석 결과가 1보다 낮으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남 씨는 경제성 문제뿐만 아니라 신공항 건설이 낳는 환경 파괴를 지적했다. 남 씨는 "부산시가 애초에 예상한 것과 달리 사전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더 많은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야 한다"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추상적인 말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11일부터 20일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을 국회 앞에서 진행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종걸 공동대표도 발언에 나섰다.
이 대표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는 이야기를 15년째 해 왔다"라며 "이제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마주해야 할 사회와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인사 청문회에서 동성애에 '찬성'하냐고 묻는 사람들과 그런 질문에 '반대한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설 수 없을 것"이고 "국회가 움직이는 데 시간이 참 오래 걸리지만 지금까지 평등을 위해 싸워온 것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참가자들에게 5월 2일부터 하루 '동조 단식' 참여를 제안했다.
지난달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작업 중 사망한 고 이동우 씨의 아내 권금희 씨는 검정색 상복을 입고 문화제에 참여했다. 고 이동우 씨의 유족들은 사과 없는 동국제강 본사를 비판하며 지난 18일부터 본사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노숙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권 씨는 "남편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세상은 그대로 돌아간다"라며 "남편 죽음의 책임자는 아직도 어제와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족들은 천막에서 아들과 남편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지새운다"라며 "사람 목숨을 돈 몇 푼으로 해결하려는 이들에게 남편이 당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계속 돈보다 사람이라고 외치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문정현 신부는 "그동안 아픈 곳, 고통받는 곳, 억압받는 곳, 빼앗기는 곳에 가서 보고 만나고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많은 이웃들이 고통의 처절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문 신부는 "우리가 믿을 것은 낙수효과가 있다는 재벌과 권력자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며 "이제 봄바람이니까 여름바람, 가을바람을 내면서 같이 나아가자"라고 '봄바람 순례단'의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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