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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교조 위원장 “평생 피해 감당해야 할 ‘윤석열 세대’ 만들 순 없다”

[만5세 취학 논란③] 휴가 중단하고 ‘만5세 초등 입학’과 싸우는 전희영 “교육부, 국민에게 폭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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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5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8.05 ⓒ민중의소리
 
“참사죠, 참사.”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5일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 추진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터진 ‘참사’에 그는 휴가를 갔다가 황급히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는 1인 시위, 집회, 기자회견 등을 매일 이어나가고 있다. 교육부가 업무계획을 발표한 지 딱 일주일이 지났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난 것 같다고 전 위원장은 말했다.

전 위원장은 “진짜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 장관을 하면 얼마나 큰 대형사고를 칠 수 있는지를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다들 폭탄을 맞은 기분이라고 하더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뜨거운 여름에 국가로부터 뜨거운 폭탄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해 “교육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교육 철학의 빈곤함을 드러낸 인사 참사”라고 밝혔다. 그는 “박 장관은 후보자 시절부터 음주운전, 논문중복 게재, 자녀 생활기록부 부정청탁 등 수많은 의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라는 최소한의 자질 검증 절차도 건너뛴 채 임명됐다. 문제가 심각하다”며 “그뿐만 아니라 교육과 관련된 경력이 하나도 없어서 잘할 수 있을지 우려했는데 한 달 만에 정책적인 능력도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박 장관 스스로 판단해야 해야 할 시기”라며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이제 그만 좀 해라. 교사로서 부끄럽다”고 일갈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학연령 하향 관련 학부모 의견 수렴을 위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등 학부모 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학부모들과 인사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2022.08.02. ⓒ뉴시스

“‘윤석열 세대’는 평생 피해를 감당해야 할 텐데”
“공론화? 이미 국민들 대다수는 만5세 취학 반대”


교육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이 필요한 이유로 ‘격차 해소’를 들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격차 없이 성장을 시작할 수 있도록, 출발단계에서부터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도록 국가 책임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초등학교를 1년 빨리 보내면 교육격차가 해소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황당해했다. 또한 “지금도 만 5세 대상으로 정부에서 누리교육과정이라는 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도 아이들이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고 교육부가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전 위원장은 아이들이 결국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1년 차이는 (발달 정도에 있어서) 굉장히 크다. 특히 만 5~7세의 경우 출생일 한두 달 차이도 굉장히 크게 나타난다, 학습면, 생활면에서 모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이 자기보다 한 살 많은 언니, 형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게 될 텐데, (이런 격차가)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입과 취업까지 쭉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때 필연적으로 ‘윤석열 세대’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윤석열 세대’는 평생을 거쳐 피해를 감당해야 할 텐데, 이게 과연 국가가 공정한 기회를 아이들에게 부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며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사회적 논의를 거쳐 최종 추진방안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위원장은 “교육부 장관의 말이 자꾸 바뀌어서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국민이 이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는 게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음에도, 교육부가 여전히 정책을 철회하지 않고 ‘공론화를 하겠다’며 여지를 남기고 있는 점만 봐도 그렇다고 전 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진보든 보수든 모든 언론에서 이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고, 모든 교원단체와 시민단체에서도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뜻은 이미 확인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공론화를 하라고 하자 교육부 장관이 2만 명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이틀 전에 강득구 의원실에서 2만 명의 6배가 넘는 13만 명의 국민들을 설문조사해서 98%가 이 정책에 반대한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내놓았다”며 “더 이상 국민들의 뜻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정부와의 입장과는 별개로, 독립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을 논의하는 장”이라며 “그런데 정부에서 이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국가교육위원회에 던지겠다는 것 자체가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을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5일 서울 용산구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자질불량 자격미달 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8.05 ⓒ민중의소리

“교육의 질은 교사의 손에 달려...
학급당 학생수 줄이고, 교원 감축 계획은 철회해야”


“한 명 한 명에 대해 자질이나 역량, 소질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의 말과 달리, 이를 위한 핵심 과제인 학급당 학생수 인원 감축, 교원 확충에 관한 내용은 정작 교육부의 업무보고에 빠져 있었다. 전 위원장이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전 위원장은 “학력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를 교육여건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교조의 오랜 주장이었다”며 “작년에 학급당 학생수 20명 법제화 투쟁도 그 일환으로 진행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재난 속에서도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수를 20명으로 제한하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적인 호응은 상당히 높았다”며 “교육에서 헌법이라고 불리는 교육기본법에 비록 20명이란 숫자가 들어가진 않았지만 처음으로 ‘적정수’라는 표현으로 학급당 학생수 문제가 언급됐고,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중요한 정책 과제 중 하나로 학급당 학생수 문제가 포함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그런데 교육부는 세월이 흐르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테니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입장인 거 같다”며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여전히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 확충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들 얘기하지 않나. 정부가 계속 얘기하는 교육격차 해소, 교육회복, 기초학력 향상 등 교육의 거의 대부분은 교사의 손에 이뤄진다”며 “그런데 계속해서 정부는 교원을 줄이겠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올해 하반기에 코로나가 다시 재확산되거나, 앞으로 여러 재난이 또다시 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드는 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라며 “그래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안이 정부에서 제시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교조는 학급당 학생수 20명 상한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관한 청원과 유아 학급당 학생수 14명 상한을 위한 유아교육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10만 국민동의청원으로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두 청원은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2년이 넘는 코로나 시기를 보냈던 지금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과밀학급 해소는 당장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생님들을 만나보니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던) 지난 2년 동안 아이들 발달이 더뎠다는 게 진짜 몸소 느껴진다고 하더라. 경력이 10~20년 되는 선생님들은 오랫동안 아이들을 봐왔기 때문에 잘 알지 않나. 얼마 전에 5학년 담임선생님을 만났는데 아이들이 3학년을 지도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학습에 대한 이해도도 그렇고, 주변과 관계를 맺는 정도도 그렇다는 거다”라며 “코로나 2년은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2년이었다. 이 2년은 앞으로 평생 짊어지고 가게 될 텐데,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히려 교육부는 학력인구 감소를 이유로 유·초·중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각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활용해 (가칭)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유·초·중등교육 예산을 떼어 대학에 주겠다는 것”이라며 “당연히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게 사실 교육부 장관 입에서 나올 얘기가 아니다”라며 “교육부 장관이라고 한다면, 최대한 교육재정을 더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입었던 여러 가지 상처를 회복하는 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더 많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참석자들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저지 릴레이 집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8.03 ⓒ민중의소리

“공정한 출발선 얘기하더니, 고교는 서열화 가속?”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을 두고 “출발선상에서 공정함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하던 박 장관이 고교서열화를 부추기는 정책을 동시에 발표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 정책이 바로 ‘자사고 존치’다. 교육부는 지난 정부가 2025년 폐지하기로 했던 자사고·외고·국제고 가운데 자사고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정부는 이들 학교가 고교서열화와 경쟁을 부추긴다면서 폐지하기로 하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학교 설립 근거 조항을 삭제했는데, 현 정부가 이 법을 다시 고쳐 자사고를 되살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나타난 부작용을 ‘보완’하겠다면서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자사고는 고교서열화를 가속화시키는 주범이었다. 그래서 국민적 합의를 통해 2025년에 없애기로 정했다. 보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런데 자사고를 다시 살려내겠다고 한다. 그러면 고교서열화는 예전처럼 다시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일반고 역량 강화 차원에서 자사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반고의 역량을 오히려 감소시킨 게 자사고였다”며 “앞뒤가 맞지 않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교육부는 국민 의견 중 추진 가능한 과제를 2022 개정 교육과정 및 2028 대입제도 개편안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교조라면 어떤 의견을 제시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전 위원장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전교조에서 생각하는 교육은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주적인 민주시민으로 학생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교육과정이 ‘뭘 더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주적인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무엇을 지원하고 도와줄 것인가’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전 위원장은 “이런 교육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대입제도를 손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상대평가 중심으로 돼있는 걸 절대평가로 바꾼다든가, 수많은 선진국에서 하고 있는 대입자격고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입제도를 개선하려면 필연적으로 대학서열화 체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 거점 국립대 10개가 있는데, 공동선발이나 공동합의제 같은 방식을 채택해서 대학서열화 해체와 관련한 로드맵도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입시경쟁 해소, 대학서열 해체와 관련해 전교조도 나름의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첫 번째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전교조가 개편안을 만들어 조합원들의 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후 이걸 가지고 사회적 공론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5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8.05 ⓒ민중의소리


“윤석열 정부, 언제든 만나 대화할 수 있다”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와 대화할 의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교조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전교조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데도 윤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전교조를 직접 언급하며 ‘여당 편 들어 선거 공작한다’고 하는가 하면, ‘학생들 학업 격차에 무관심한 채 민주당 지지하면 대충 살게 해준다고 했다’ 등 취지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을 당시를 떠올리며 “윤 후보가 전교조를 비방하고 다녀서 고소를 했는데, 취하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데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는 전교조를 특별하게 거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같이 만나서 협의하자고 한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지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인수위원들과 같이 정책협의회도 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전 위원장은 “정부가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면 투쟁도 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만 5세 취학 문제, 지방교부금법 개정 문제, 교원 정원 축소 문제, 자사고 문제 등 윤석열 정부의 개악을 저지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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