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패 꽃다지가 '새'를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노래패 꽃다지가 '새'를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저 청한 하늘 저 흰구름 왜 나를 울리나
밤새워 물어뜯어도 닿지 않는 마지막 살의 그리움
피만 흐르네 더운 여름날 썩은 피만 흐르네
함께 답세라 아 끝없는 새하얀 사슬소리여” 

2일 저녁 서울 용산역 광장에 꽃다지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1970년대와 80년대 대학가, 노동현장에서 싸우다가 감옥에 갇힌 이들의 심정을 담은 「새」였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중장년들이 깊은 생각에 잠긴 채 공연을 지켜봤다.

이들을 광장으로 다시 부른 건 강제징집, 보안사 녹화공작, 밀정(‘프락치’), 행정안전부 경찰국으로 부활한 ‘치안본부’ 등이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이름이 “김순호”다. 「밀정 김순호 사퇴 및 경찰국 해체를 위한 시민문화제」가 열린 까닭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조영선 회장은 “김순호가 퇴진해야 하는 이유는 가장 먼저 경찰국 설치 자체가 치안본부의 부활로서 87년 헌법 체계를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더욱 밀정 의혹을 가진 경찰국장 임명은 가치의 전도이며, 부정의의 득세이며, 정의에 대한 조롱이다. 그의 행적이 상식에 반하기 때문이다. 80년 녹화사업, 그리고 선도공작의 희생자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자신의 진실을 밝히고 사과를 해도 부족할 텐데 이렇게 경찰국장이라는 자리를 꿰차고 우리를 조롱하고 있다.”

"김순호 OUT", "경찰국 해체".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김순호 OUT", "경찰국 해체".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추모연대 장현일 의장은 김순호 때문에 20대 초반으로 돌아갔다고 토로했다. 

“제가 22사단에 갔을 때 강제징집된 김두황 열사가 돌아가셨는데 사단보충대에 대기 중이던 저에게 누가 와서 ‘너도 데모하다 온 모양인데 조심해라’고 했다. 당시 이름을 몰랐고 전방에서 한분이 돌아가셨다는 얘기 듣고 너무 충격 받고 겁도 나서 밤에 잠을 못 이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장 의장은 “김순호가 녹화공작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김두황 열사뿐 아니라 80년대 녹화공작으로, 양심을 지키다 동지를 팔 수 없었기 때문에 군대에서 돌아가신 열사만 9명”이라며, 그들 이름을 불렀다.

안재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사건 관련자 모임'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안재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사건 관련자 모임'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사건 관련자 모임’ 안재환 회장은 갑자기 사라진 김순호를 찾으러 갔더니 자기 누나 집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부천 지역 조직책임자가 (회원들이) 연행, 구속되는 상황에서 누나 집에 있었다. 밀고한 증거들이 아니겠는가.”

그는 “김순호는 최동 동지의 묘소에 가서 무릎 끓고, 동숭동 어머니한테 사죄드려도 시원치 않을텐데, 진실화해위에 가서 (피해자라고) 얘기를 했다. 참으로 더러운 인간”이라며, “김순호 버티지 말고 빨리 옷 벗고 나가라”고 요구했다.

최동 열사의 동생 최숙희 씨는 ‘김순호에게 붙이는 편지’를 통해 “당신의 부끄러운 업적이 10년 간 청춘을 함께 했던 오빠를 죽음으로 몰아갔는데 정말 그렇게 당당한가”, “꼭꼭 숨겨두었던 잘못을 진정으로 인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다그쳤다.

이지상 씨는 '그 쇳물 쓰지 마라' 등을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이지상 씨는 '그 쇳물 쓰지 마라' 등을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다온무용단 김은정 단장이 최동 열사의 삶을 형상화한 창작무 「생명으로 가는 길」을 선보였다. 가수 이지상 씨는 「그 쇳물 쓰지 마라」 등을 불렀다.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실규명추진위 박제호 대표는 “우리는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군에 불법 격리, 구금되어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사람들”이라며,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가 3천명이 넘는다고 알렸다.

녹화공작 피해자였다가 밀정이 됐다는 의심을 받는 자를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한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면서 “김순호 사퇴를 반드시 관철시켜서 공안통치와 공작정치의 부활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김두황열사추모사업회 양창욱 회장은 “1980년부터 1985년까지 3,085명이 녹화선도공작으로 강제징집되고 프락치 공작을 받았지만 99%의 동지들은 모두 현장이나 학교로, 민주화운동 현장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순호 같은 1% 그자들만이 곳곳에서 지금도 밀정 노릇을 하고 있다. 여러분 알고 계신가. 김순호가 프락치 공작을 주저없이 하고 친구를 배신하고 팔아먹을 때 내 친구 김두황은 스물세살 어린 나이에 죽임을 당했다. ‘탁하고 치니 (박종철 열사가) 억하고 죽었다’고 조작한 홍승상을 존경한다는 김순호를 도저히 저는 용서할 수 없다.”

성균관대 재학 중인 이성록, 장한솔 씨가 '100만인 서명운동 선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성균관대 재학 중인 이성록, 장한솔 씨가 '100만인 서명운동 선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김순호와 훈련소 동기”라는 윤병기 ‘28사단 강제징집자 모임’ 대표는 “김순호 경찰국장은 과거 행적에 대해 소명하고 경찰국장직에 사퇴로 답하라”, “윤석열 정부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위법한 경찰국 설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는 과거 보안사령부가 자행한 녹화사업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공식적인 사죄와 함께 반인권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청년 율동패가 「바위처럼」, 「주문」 노래에 맞춰 활기찬 몸짓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장한솔, 이성록 씨가 「100만인 서명운동 선언」을 낭독했다. “오늘 우리의 문화제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밀정 김순호 사퇴를 위한, 반민주적인 경찰국 해체를 위한 우리의 외침을 계속해서 퍼져나갈 것”이라고 했다. 

시민문화제는 성균관대민주동문회 오가태 사무국장의 사회 아래 오후 6시 45분부터 2시간 동안 열렸다. 성균관대민주동우회,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사건관련자모임,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실규명추진위원회, 추모연대, 서울지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김순호파면·경찰국철회·녹화공작진상규명국민행동준비모임이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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