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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차 논란’ 공모전, 이전 수상작도 대부분 정치·사회 풍자 담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정부가 카툰 작품 ‘윤석열차’의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을 두고 엄중 대처를 예고한 가운데, 역대 해당 공모전의 카툰 부문 수상작들도 정치적·사회적 풍자를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 부문 금상을 받은 작품은 ‘윤석열차’다. 이 작품은 윤석열 대통령을 열차로 묘사했으며, 조종석과 객실에는 김건희 여사와 검찰들이 타고 있다. 시민들은 놀라 도망가기 바쁘다.

학생만화공모전 응모 부문은 고등부 카툰·웹툰, 중등부 카툰·웹툰·캐릭터로 나뉜다. 카툰은 4절 용지에 1~4컷으로 제한된다. 웹툰은 20컷 이상의 1화 분량의 완성원고다.

올해 고등부 대상은 웹툰 작품이 차지했다. 대상은 카툰·웹툰 부문을 통틀어 한 작품에만 수여한다. 올해 출품작 중 고등부 카툰 부문에서는 ‘윤석열차’가 가장 호평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놓고 정부가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며 엄정 조치를 공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부(문체부)는 전날, 승인 사항 위반을 확인했다며 공모전을 주최한 진흥원에 대한 제재 계획을 밝혔다. 진흥원이 공모전 관련 문체부 후원을 요청할 때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 등을 결격사항으로 정했는데, 실제 공모요강에서 해당 내용을 공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규정 위반 시 후원명칭 사용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게 문체부 입장이다.

그렇다면 다른 수상작은 어떨까. ‘민중의소리’ 취재 결과, 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수상작은 고등부와 중등부를 막론하고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실제, 올해 중등부 카툰 부문 금상은 ‘아빠찬스’가 받았다. 이른바 ‘샤’ 모양의 서울대 관악캠퍼스 정문 조형물 4개가 작품 상단에 나란히 그려진 작품이다. 각 조형물 아래로는 줄을 타고 정문으로 올라가는 학생들이 보인다. 각 학생을 떠받드는 아버지의 크기가 클수록, 학생들이 정문까지 올라가야할 거리가 짧아진다. 아버지의 직업 또는 지위가 자녀의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풍자한 것이다.

고등부 카툰 부문 동상을 받은 ‘임산부석’은 3컷으로 구성된다. “태아도 생명이다, 낙태는 죄악”이라는 손팻말을 든 사람이 임산부석에 앉아 있다. 그 앞에서 이를 바라보는 임산부는 땀을 흘리면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들. 왼쪽은 ‘아빠찬스’, 오른쪽은 ‘임산부석’.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해 카툰 부문에서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꼬집거나, 타인과 맺는 관계의 가치를 표현한 작품들이 수상 명단에 올랐다. 중등부에서는 동물실험을 비판한 작품이 입상했다. 샴푸와 립스틱, 틴트가 핏빛으로 물들어 있고, 배경에는 흑백으로 그려진 수많은 토끼 사이사이에 주사기와 매스가 올려져 있다.

이처럼 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의 주제는 폭넓게 열려있다. 정치적·사회적 현상을 망라한다. 실제 카툰 부문은 줄곧 자유주제로 공모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카툰의 어원은 정치적·사회적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의미”라며 “정치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소재로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표절 시비를 제기하기도 한다. 2019년 영국의 일간지 ‘더 선’에 실린 만평 ‘영국 총리 열차’와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표절 확정 시 수상 취소 가능성도 언급되지만, 과도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민의를 무시하고 정치권이 폭주하는 행태를 열차에 비유하는 건 흔한 카툰 문법, 즉 일종의 ‘클리셰’라는 설명이다. 실제 구글 검색창에 ‘train political comic’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풍자만화가 나온다.
 

구글에서 ‘train political comic’ 이미지를 검색한 결과. ⓒ구글 캡처


학생만화공모전은 올해로 23회째를 맞는다. 진흥원은 “미래 한국 만화계를 이끌어 나갈 만화 꿈나무를 발굴하고 육성해내기 위한 공모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소년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간섭해선 안 된다”며 “어디선가 상처받아 힘들어하고 있을 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화가들은 이번 논란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웹툰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문체부는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핑계 삼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102억원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웹툰협회는 이번 공모전을 후원했다.

전국시사만화협회도 ‘윤석열차 외압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내놨다. 성명서에는 ‘자유!’를 33번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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