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북한(조선)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 위를 날아가자, 한·미·일 군 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합참 발표에 따르면 이날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4,500여km, 고도는 970여km, 속도는 약 마하 17로 미군 앤더슨 기지가 있는 괌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한미는 5일 새벽 탄도미사일 4발을 동해상에 발사하는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그런데 탄도미사일 중 ‘현무-2’ 한 발이 비정상 비행 후 아군 기지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급한 나머지 발사 준비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미 공군은 F-15K 4대와 F-16 전투기 4대를 출격해 서해 직도사격장의 가상 표적에 정밀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234차례 고장 난 1000억짜리 전투기 F-35A 스텔스기는 다행히 출동하지 않았다.

한미 당국의 이런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할 뾰족한 수는 찾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적인 제재나 결의안 채택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는 러시아와 중국이 이에 동의할 리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던 유엔은 이미 무력화되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태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날 북의 미사일 발사에 혼비백산한 쪽은 일본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즉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자국의 위험을 알리고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의 군사대응 훈련을 실시했다. 이어 백악관 안보보좌관, 국무장관, 국방장관, 국무부 부장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까지 잇따라 통화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한편 북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이 추진하던 대만 군사위기 구상에 타격을 가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육군 군사연구소장을 지낸 한설 순천대 초빙교수는 5일 자신의 SNS에 “미사일 발사 시점이 절묘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설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일본은 미국의 대만전쟁과 관련한 요구에 그냥 따라가는 상황이었고, 한국은 대만사태보다 북의 위협을 더 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버티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이번 미사일 발사로 인해 일본은 대만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이 위협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한국은 대만 문제보다 북의 위협이 더 심각하다는 것을 미국에 항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북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천군만마임이 틀림없다.

북은 지난주에도 4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 7발을 발사했다. 이에 주한미군은 성주에 배치된 사드의 3단계 성능개량을 이달 중 완료한다고 밝혔다. 앞서 주한미군은 발사대와 사드 레이더를 분리 배치함으로써 교전통제소를 통한 원격발사가 가능한 2단계 성능개량을 마친 상태다. 이로써 성주 사드 레이더로 입수한 정보가 해상작전 중인 미군 함대의 교전통제소로 넘어가 원격발사가 가능해졌다. 성주 사드 기지가 대중국 군사압박용이라는 사실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요컨대, 사드 기지 완성을 서두르고, 동해상에서 한미일 해상군사훈련을 강행하는 등 미국은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를 대만전쟁에 투입할 조건과 명분을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 이번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미국의 구상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유엔조차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게 된 미국은 격변하는 세계질서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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