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년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 추이. 2022년 7월 이후 수입 단가가 35.5% 다시 급등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 정보) ⓒ 산업통상자원부
이처럼 난방비 폭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라는 데는 여당과 야당, 정부의 의견이 모두 일치한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난방비 폭등 관련 언론 보도 설명자료에서 "올 겨울 가스요금 급등은 국제 LNG 가격이 상승했던 2021~2022년 요금인상 시기를 놓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LNG 가격이 폭등한 결과"라면서 '이전 정부 탓'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에도 힘을 실었다.
산업부는 "지난 정부에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2021년 3월부터 요금 인상이 이뤄진 2022년 4월 전까지 총 7차례의 요금 조정 시기가 있었으나, 인상된 국제가격을 반영하지 아니하고 모두 동결했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윤석열 정부도 "겨울철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여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1분기 요금 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의견] "지난해 3분기 가스가격 급등했지만 윤석열 정부도 올해 요금 동결"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 LNG 가격이 가장 크게 폭등한 시점이 윤석열 정부 때임을 감안하면, 난방비 폭등 책임을 이전 정부에 돌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25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한 건 맞지만 국제 LNG 가격이 가장 폭등한 건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3분기였다"면서 "도입비용이 가장 폭증했을 때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현 정부가 이전 정부를 탓하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도 26일 "(문재인 정부가 요금 인상을 억제한 것처럼) 윤석열 정부도 지금 요금을 올려야 하는데도 겨울철을 피해서 올린다고 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현 정부 들어설 때부터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를 거라고 예상됐고 외국에서는 이미 에너지 지원금으로 국민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없던 일이 벌어진 것처럼 여당에서 이전 정부를 탓할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도 이날 "이전 정부에서든 현 정부에서든 도시가스요금을 많이 올리면 이번 겨울철 난방비에 반영되게 돼 있었다"면서 "지금 난방비가 많이 올라 힘들어하는 서민들을 위한 대책을 만드는 게 문제의 본질인데, '이전 정부 탓'은 국민의 삶과 무관한 여당의 정치 논리"라고 말했다.
[검증결과] "난방비 폭등은 문재인 정부 탓" '대체로 거짓'
김기현·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LNG 수입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도시가스요금을 적게 올려 윤석열정부에서 난방비가 폭등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수입가격이 오르던 2021년 하반기 이후에도 요금을 동결한 건 사실이지만, 지난해 상반기 상대적으로 수입가격이 안정세일 때 두 차례에 걸쳐 가스요금을 12% 인상했다.
그러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난해 3분기 가스수입가격이 다시 폭등하면서 그 여파가 도시가스요금 24% 인상으로 이어졌다. 국제적인 수입가격 폭등을 반영해 도시가스요금이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요금을 12% 인상한 지난해 2분기는 수입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세였던 반면, 윤석열 정부가 24% 인상한 지난해 3분기는 수입가격이 2배 가까이 급등하던 때여서 둘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요금을 적게 올린 것이 '난방비 폭등' 원인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보론] "에너지 요금 현실화 필요" vs. "가정용 난방비 요금 통제 필요"
그렇다면 에너지 가격 인상 흐름 속에서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존 취약계층 대상 에너지바우처 제도를 확대한 에너지 재난지원금 도입, 냉난방에 취약한 불량주택 개선 사업(그린 리모델링) 등을 근본적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정부의 주택용 도시가스요금 관리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난방비 폭등은) 여야에 관계없이 기획재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에너지 원가를 요금에 반영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면서 "지금 같은 높은 에너지 가격은 최소 3~4년은 지속될 텐데, 공기업에게 적자를 내게 하고 회사채 확대로 채권시장과 금융권의 부담을 키우며 요금을 할인하는 방식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택용 도시가스는 단가가 저렴한 장기도입물량을 적용해 요금이 낮은 반면, 가격이 폭등한 현물 물량을 발전용에 전가하며 전기요금 원가가 폭등해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들의 적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요금 할인 방식이 당장 여론을 달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제에너지가격이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맞지 않다"면서 "요금에 시장 가격을 정상적으로 반영시켜 가스 수요를 체계적으로 줄이되 에너지 재난지원금을 취약계층뿐 아니라 모든 가구에 지급해 충격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주택단열 개선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재각 집행위원은 "원가 반영도 필요하지만 가정용과 산업용을 묶어서 올리면 빈곤층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필수재인 가정용 전기나 난방비는 정부에서 요금을 통제해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기업 적자는 국가 재정과 비필수적인 산업용 요금 인상으로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요금에 반영할지는 정책적으로 판단할 문제지만, 한꺼번에 많이 올리면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가정용 난방은 여름철에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요금을 할부 형태로 내게 하거나 일시적으로 에너지 요금 인상분을 경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요금을 현실화하려면 독일의 '9유로 티켓'(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한시적으로 한 달 동안 우리 돈으로 1만 2천 원 정도인 9유로에 전국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기자 주)처럼 지원금도 같이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지원은 고사하고 서울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이 크게 오르는 걸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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