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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잼버리’ 국제적 망신에도 ‘우리 잘못 아닌데?’ 면피 급급한 정부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jamboree2023.be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폭염 대책 부실, 간척지 배수 문제 등으로 국제적인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문제를 제기하거나 뒤늦게 일회성 대책을 내놓는 등 책임을 면피하려는 정부·여당에 각종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잼버리에서의 폭염 대책 필요성은 작년부터 제기됐다. 작년 10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세계잼버리 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가부장관에게 “폭염이나 폭우 대책, 또 영내외 프로그램 점검해야 된다”고 지적하고, “세계잼버리 예정 부지에 배수가 안 되는 상황 보고 받았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김 장관은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시 이 의원이 제기한 우려가 그대로 현실이 됐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수백명 발생했고, 배수가 되지 않는 간척지에 텐트가 쳐져 있는 광경은 국제적으로 조롱거리가 됐다. 급기야 최대 인원이 참여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 대표단은 캠프장에서 조기 철수해 반쪽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는 대회가 열리는 국가의 정부 관료들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번 대회는 한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숙 여가부 장관, 김윤덕 국회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5인 위원장 체제로 구성됐다.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주체인 ‘조직위’는 사실상 한국 정부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러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새만금 대회 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내놓은 말은 가관이었다. 한 총리는 “세계 잼버리 진행과 관련해 지금부터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안전관리와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마치 기존에는 정부와 무관한 일이었는데, 문제가 발생했으니 불가피하게 개입한다는 뉘앙스의 말이다. 그렇다면 세 개 부처 장관은 이름만 조직위원장에 올려놓았다는 말일까.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행안부, 문체부, 여가부 장관이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들은 중앙정부가 아니냐. 이들이 대회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있는 동안 한 총리는 무엇을 했는지 답하라”며 “이제와 중앙정부가 챙기겠다는 한 총리의 말은 전형적인 유체이탈이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며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08.02. ⓒ뉴시스

심지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준비기간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 “실무 준비는 지자체가 중심이 돼서 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전 정부와 야당 소속 도지사가 있는 전북도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반응이다.

여당도 이런 반응에 편승해 정부 책임론을 흐리는 데 주력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책임소재를 굳이 따지자면 문재인 정부와 전현직 전북도에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민주당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잼버리 대회 논란에서도 여지없이 전 정권 탓이 등장했다”며 “잼버리 대회의 주무부처는 여가부다. 대통령 내외까지 개영식에 참석해 전폭 지원을 약속한 정부는 대회를 악몽으로 만들어놓고 무슨 할 말이 있어 전 정부 탓을 하느냐”고 꼬집었다.

홍 원내대변인은 “한술 더 떠 국민의힘은 전 정권과 전북도의 부실 준비 탓이라며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히겠다며 문책을 시사했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와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책임 떠넘길 희생양만 찾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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