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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고요?] 농사와 전기 생산을 동시에 한다고요?

영농형 태양광으로 농촌 에너지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야

 

얼마 전 전라남도의 한 지역에서 주민들과 재생에너지에 관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 참석자 중 생협 조합원이기도 한 귀농인은 이렇게 말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데 찬성하고 우리 지역에서도 보급되기를 원했는데, 지금 방식은 아닌 것 같다.” 그는 핵발전이나 석탄발전이 아니라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가 사용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을 보니 산림을 훼손하거나, 외부에서 온 사업자들이 농지를 사들여서 발전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땅값 보상을 둘러싼 주민간 갈등, 지자체에 대한 불신이 쌓여서 아예 태양광 관련된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는 고백이었다. 태양광 발전에 대한 농촌 주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었다.

2021년 기준으로 태양광을 가장 많이 생산한 지역은 전라남도이고 전라북도가 그 뒤를 잇는다. 그러나 실제 전기 수요 절반 이상은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농촌 지역에 태양광 발전이 몰리는 이유는 전기가 많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땅값이 싸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태양광 사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는 일이 다반사다. 땅을 팔거나 빌려주면 높은 값을 쳐주겠다고 유혹한다. 농촌 주민들은 도시민들에 비해서 장소와 공간에 대한 애착이 높고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농촌 지역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는 일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 농지가 태양광 시설이 바뀌면 경관이 바뀌고, 발전사업자에게 농지를 팔거나 임대하면서 동네 농민이 그곳을 떠나게 되기 때문에 지역 소멸과도 연관된다. 곳곳에서 태양광 반대 현수막이 걸린 이유다.

그렇지만 농민들이 태양광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2019년에 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농민 508명 중 53.1%는 농촌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고, 46.8%는 앞으로 본인의 토지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영농형 태양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농지 보호와 재생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설비 아래에서 벼, 감자, 녹차 등 작물을 재배하는 형태를 말한다. 식물에는 광포화점이라고 해서 광합성 속도가 최고치에 도달해 광합성 속도가 더 증가하지 않는 최소한의 빛의 세기가 있다. 그래서 식물에 최적화된 생육환경을 만들고 남는 일사량은 태양광발전에 활용하는 구조다. 독일에서 처음 시도되어 일본, 프랑스, 베트남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작물 위에 태양광 설비가 설치되기 때문에 작물에 따라서 수확량이 20% 줄어들지만, 생산 전기를 판매해서 얻은 수익이 있으니 전체적으로 농가 소득이 향상된다. 작물에 따라 수확량 감소가 없는 경우도 있다. 농림식품부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농촌태양광 10기가와트 설치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니, 농사와 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농촌의 재생에너지 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렇지만 영농형 태양광을 기존 태양광처럼 해서는 역효과만 날 뿐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농민 주도의 이익공유 방식이 관건

태양광 발전에 대한 주민 수용성에 관한 여러 연구와 해외 사례를 종합해 보면, 발전의 수익이 농업인들에게 얼마나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치비용 지원은 얼마가 되는지가 중요하다. 또, 사업 주체가 외지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사업일 경우 사업기간이 짧아지고 태양광 발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현재는 태양광 사업 허가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명확하지 않고, 주민참여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40MW 이상으로 대규모 발전 시설일 경우 민관협의체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농촌의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해외 사례를 보면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설립 등으로 마을이 재생에너지 설비를 소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정적 지원제도가 명확하다. 에너지 설비가 개인이 아닌 마을의 소유가 되고, 이것이 마을에 이익이 될 때 주민들이 설비에 대한 반발감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영농형 태양광으로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별도의 제도도 새롭게 필요하다. 현행 농지법으로는 농사와 전기생산을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에 타용도로 일시 전용을 하지 않고도 가능하도록 농지의 복합이용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또 농업인들이 만든 영농조합법인은 발전사업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농촌에는 땅 주인이 직접 농사를 짓는 경우보다 임차해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더 많다. 임차인에 대한 고려 없이 영농형 태양광 설비가 들어서면 수확량은 줄어드는데 전기 판매 수익은 땅 주인이 갖게 되기도 한다. 농지를 보전하면서, 농사를 지속하면서도 농민이 주도하는 형태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도입이 조속히 필요하다.

영농형 태양광의 효과는 인정하지만 지원 정책과 예산 줄어

그러나 현실은 암담하다. 2018년 7월부터 한시적으로 도입된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한국형 FIT) 매입제도는 20년간 고정가격으로 매입을 보장하기 때문에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어 농어촌 지역 태양광 확산에 기여했다. 4년간 한국형 FIT 자격을 얻은 발전소가 총 5만 9,021개, 설비용량은 총 378MW였을 정도다. 그러나 정부는 소형 태양광에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줘서 난립을 유발하고, 세금을 낭비한다면서 올해 8월 이후 고정가격계약제를 중단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전기 판매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농지를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가 영농형 태양광 경제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FIT 제도가 사라지게 되면 영농형 태양광의 경제성을 떨어트려서 농민들이 선뜻 영농형 태양광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된다. 1천여 개 가까운 에너지협동조합으로 에너지전환의 기반을 만든 독일의 경우에도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는 장기간, 고정가격으로 구매하는 지원제도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남도 보성 녹차 연구소에 설치된 차밭 영농형 태양광. 녹차는 상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도 생산수확량 감소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 제공

뿐만 아니다. 농림식품부는 2024년 예산안을 짜면서 영농형 태양광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3억 원 삭감한 28여억 원을 책정했다. 몇 년 전부터 영농형 태양광 재배모델, 농업농촌 RE100 실증지원을 하는 농촌재생에너지보급지원 사업 예산을 편성했는데, 내년에는 지원 규모를 줄인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영농형 태양광이 57개소가 있지만 대부분은 실증연구단지이고 전체 발전량이 3.4MW에 불과하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 마을단위의 주민주도형, 주민참여형 영농형 태양광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수가 너무 적다. 성공한 사례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확산시킬 수 있는 시기에 정부의 지원까지 축소되면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확산될지 장담할 수 없다.

국회에는 관련된 법률 제·개정안이 6건이 상정되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후퇴하고 지원책과 예산도 줄어서 한숨만 나온다. 그렇지만 국회에서만이라도 관련 법률안에 대한 논의를 진척시켜 제도 개선에 앞장서기를 바란다. 내년 총선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상정된 법률안들이 폐기되기 때문이다. 농촌의 에너지 전환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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