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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우려하는 한국 소멸... 미국 여론조사 결과가 준 충격

[소셜 코리아] 지역 일자리 만들고, 가족·직업 긍정하며, 자신이 있는 곳에서 행복 찾아야

23.12.12 07:06최종 업데이트 23.12.12 07:06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흑사병 창궐로 인해 인구가 붕괴된 14세기 유럽보다 더 빠르게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칼럼을 실었다. ⓒ 셔터스톡

 
12월 2일 자 <뉴욕타임스>에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로스 다우서트라는 칼럼니스트는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소개하면서 흑사병 창궐로 인해 인구가 붕괴된 14세기 유럽보다 더 빠르게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구의 파괴적 감소는 노인 세대의 방치, 황폐화된 유령도시, 고령층 부양 부담, 총수요 소멸로 인한 경제 붕괴를 낳게 된다고 칼럼니스트는 전한다. 출산율 붕괴는 사회 붕괴의 지름길이다.

출산율 붕괴는 혼인율이 하락하고, 결혼 가정에서 출산을 기피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우리 사회에서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은 너무나 많다. 경력 단절이 두려워, 교육비가 많이 들어, 집값이 비싸서, 경쟁만 있는 한국 사회에 아이가 태어나면 불행할 것 같아서. 그런데 대체로 이들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니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것들은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로서 막강한 설명력을 유지할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제에 반발하고, 남성 청년들은 사이버 섹스나 게임 등 인터넷에서 더 큰 유희를 느끼기도 한다.

행복의 측면에서 출산율 하락의 원인을 생각해 본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7개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인 응답자들은 '물질적 행복'을 1순위로 꼽았다. 식사 수준, 집의 소유 유무, 가족을 부양할 수입, 여가 생활 비용 등이 구성항목이다. 이는 곧바로 사교육비, 높은 주택 가격, 경쟁 압력 심화로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한다는 답변과 연결된다. 가치의 핵심 기준이 물질적 재화를 소비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한 17개국의 평균적인 답변은 가족과 직업이었다.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와 지속적인 소득의 유지가 삶의 가치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답변이다. 소득과 직업의 차이는 전자는 수입의 양이고 후자는 수입의 지속성이다.

누군가 "집이 꼭 아파트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우수한 사교육 기회를 가져 좋은 대학 가는 것만 행복해지는 길은 아니다. 공교육을 받고 부가적으로 보낼 수 있는 기초학원들만 보내도 된다. 그러면 '적당한 일자리'에는 접근할 수 있다. 꼭 정규직일 필요는 없다"라고 말하면 우리의 문화에서는 도덕적 훈계나 늘어놓는 한심한 인간으로 여겨질 것이다. 당연히 돈이 많아야 결혼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섹스도 할 수 있고 아이도 낳을 수 있다. 다만 돈의 양이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 줄고 실질임금 늘어도 불행한 사람들

한국 사회에 문제가 많아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무리들 가운데는 진보파들이 많다. 페미니스트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도 이런 진보파들의 문제의식과 통한다. 이들은 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이런 부류의 진보주의자들 가운데는 한국이 무슨 '연옥'쯤 되는 것처럼 묘사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대안으로 복지를 주장한다.

그런데 통계로만 보면 1990년대 이후 압도적으로 증가한 분야가 복지 분야 예산 지출이다. 수많은 출산 관련 정책이 도입되었고 예산 지출도 크게 늘렸다. 그러나 출산율의 측면에서 제도적 노력의 성과는 거의 없다. 한때 콩나물 교실이 교육환경의 악으로 거론되었다. 이제 한 학급에 20명 정도 된다. 학급당 학생수는 OECD 평균보다 더 적다. 교실 환경이 이렇게 좋아졌다고 한국 공교육 만세하는 이들은 없다. 복지도 그렇고 출산율 향상을 위한 지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부경대학교에서 강의할 때 '행복경제학'이라는 주제에 대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나는 구조주의, 전형적인 좌파의 논리에 많은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나 같은 좌파들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민중들은 과잉노동, 저임금으로 착취를 받고, 일자리가 불안정해서 행복하지 않다고 여겼다. 그래서 노동시간도 줄이고, 실질임금도 증가하고, 노동자의 권리도 향상되면 행복해진다고 여겼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한국은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꾸준히 감소해왔고, 실질임금도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 복지 관련 예산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행복해지는 방법을 모르는 이들은 아무리 복지가 개선되어도 여전히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어느 글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일자리가 있고, 가족의 유대가 있고, 이웃의 벗들(커뮤니티)이 있고, 자기를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다면 노동자들이라고 해서 불행할 이유가 없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득의 원천이 되는 직업의 존재가 중요하며, 주거가 필요하지만 꼭 값비싼 아파트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에 다녀도 부부가 일하면 '그럭저럭' 살 만하다. 2021년 기준 경남의 10인 이상 제조업(대부분 중소기업이다)의 평균 임금은 4700만원 정도 된다. 이는 10인 이상 한국 제조업 평균임금과 거의 같다. 부부 모두 상시직 노동자라면 6000만 원 ~8000만 원 정도의 가구 수입이 생긴다. 이 정도면 한국 4인 가구의 평균 소득(2021년 기준 8400만 원)에 조금 모자란다. 꼭 좋은 대학 안 가도, 탁월한 사교육 안 받아도 평균에 준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 소득 수준으로 아이 둘을 키우면 생활에 여유는 거의 없다. 노동자의 삶이란 언제나 그렇다.
 

▲ 가족과 친밀성이 있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적당한 일자리가 있으면 그럭저럭 살만하다. ⓒ 셔터스톡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양산에서는 임대아파트에 살아도 국립체육센터에서 3천 원이면 수영할 수 있고, 대중교통으로 부산이나 창원까지도 출퇴근할 수 있다. 걸어서 10분 안에 공원이나 강가에 갈 수 있고, 파크골프 치는데 2천 원밖에 안 든다. 녹지에 대한 접근성은 건강과 삶의 만족도에서 큰 영향을 준다. 3만 원(큰 돈이다!)을 각출하면 토요일 저녁에 친구들과 모여 파티도 할 수 있다. 교회에 가면 가족같이 친한 교우들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양산이나 인근에서 고만고만한 일자리를 얻어도 만족한다. 다만 아이들이 문화적으로 다양한 것을 접하고, 시야는 세계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2022년 경남에서 15~34세 청년 인구의 역외 유출은 2만 명을 넘어섰다.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우수한 학업성적의 학생들이 수도권과 부산으로 빠져나가고, 대학 졸업 이후 대량의 유출이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20대 여성의 지역 유출 비중이 크다. 그들 중 다수는 경기도로, 그다음으로 서울로 간다. 아마 호남권, 영남권, 제주, 강원도 모두 같은 상황일 것이다.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들은 행복할까

지방에서 올라간 이들은 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학생들에 비해 삶의 질에서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이들이 좋은 일자리(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정규직)를 갖게 될 가능성은 평균적인 수도권 청년들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생활비를 고려할 때 수도권으로 이동했다고 해서 이들의 삶의 수준이 개선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거기다가 이 청년들은 고립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에 고립된 삶은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결혼과 출산의 여유도 크지 않을 것이다.

가족과 친밀성이 있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적당한 일자리가 있으면 그럭저럭 살만하다. 한국은 최저임금의 지역 간 차이가 없고, 제조업에서도 지역 간 임금격차가 크지 않다. 비수도권 도심에서 일자리를 얻어도 적당한 생활은 가능하다. 이는 지역에 눌러 붙어 불만족스러운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어디에서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노동현장에서 투쟁도 하고, 더 나은 고용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싸우는 노동자와 노동자계급 가구의 아이들이 중간계급이나 부르주아보다 금전적으로 부족해도 꼭 불행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커뮤티니를 만들고 연대의 정서를 확대하고 벗들 속에서 행복한 이들이 더 잘 뭉치고 더 잘 싸우며 권리도 더 잘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상에서의 고양이 투쟁의 힘이 된다.

지방 청년의 수도권 유출과 지역 인구의 감소, 삶의 행복도 저하, 출산율 하락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출산율만을 위한 대책은 원인처방보다는 대증처방에 가깝고,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보듯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복지의 증진이라는 요구도 현재의 출산율 하락을 역전시키는 데 기여한 바가 크지 않다.

복지를 증진시키고 출산 장려 정책은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 삶의 행복도 하락, 출산 기피, 돈의 가치가 절대화되는 것들은 모두 연관되어 있다. 지역에서 적당한 일자리를 만들고, 가족이나 직업의 가치를 긍정하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행복을 만드는 다양한 기회의 창출과 노력이 동반되어야 출산율 하락도 막을 수 있다. 제도의 변화와 정부 정책만큼이나 행복한 삶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인구 붕괴와 경제 붕괴를 동시에 경험할 것이다.
 

▲ 남종석 /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 남종석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남종석 박사는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이며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입니다.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이기도 합니다. 한국 제조업 산업생태계, 지역불균등 발전, 제조업의 탈탄소화와 그린뉴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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