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제로 스물두번째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제로 스물두번째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이철희 전 의원의 총선특강 ‘우리동네 국회의원 제대로 뽑는 법’. 검색창에 ‘휘클리 심화반’을 쳐보세요.

총선을 3주가량 앞둔 국민의힘이 ‘용산 리스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권 심판론을 자극한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임명과 출국·귀국,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비판 언론 회칼 테러’ 발언을 포함해,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파문을 축으로 벌어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요구 등이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평지풍파’였기 때문이다.

‘이종섭, 황상무 파문’ 탓에 지난 19~20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은 ‘불난 집’을 방불케 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이 대사는 대사직을 자진사퇴하고서라도 국내에 들어와야 한다. 강원도에도 여파가 밀려오는데, 수도권 큰일 납니다. 시급합니다!”라고 썼다. 유의동 정책위의장도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적었다. 김학용 의원도 “선거 때는 국민에게 져야 이길 수 있다. 경기도는 휘청휘청한다”고 말했다. ‘친윤계’인 박수영 의원은 “부산마저 위험하다”고 했다. 싸늘한 민심을 마주한 후보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집단 공황 상태는 지난 1월21일 돌발적으로 불거진 윤 대통령의 한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때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부인인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에 관해 “국민 눈높이”를 언급했던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상당수 당내 의원들은 사태의 전말이나 영문 파악에 애를 먹었다. 두 사람의 충돌은 이틀 뒤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 만남으로 급히 봉합됐으나 이 기간 동안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간 공멸한다”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스스로 정권 심판론을 자초하고 있다고 여긴다.

이 장관 임명·출국 건이 불거지기 전만 해도 총선 화제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이었다. 그러나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 대사가 출국하면서 여론은 들끓었다. 국면은 순식간에 윤석열 정부 심판론으로 기울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두차례 터진 용산발 리스크에 조마조마한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그의 ‘분신’으로 불리던 한 위원장 사이에는 ‘불신’이 쌓인 것으로 알려진다. 윤 대통령은 21일 자신과 검찰 시절 친분이 있는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을 장관급인 대통령민생특별보좌관 자리를 신설해 위촉했다. 주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단에서 당선권 밖인 24번에 배치되자 반발해 사퇴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전날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의 재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으로선 한 위원장 보란 듯이 주 전 위원장을 챙긴 셈이다.

서울에 출마한 한 후보는 한겨레에 “심지어 우리 당원조차 ‘대통령이 대체 왜 그러냐’고 한다”며 “용산이 가장 큰 스피커니까 대통령실에서 악재가 터질까 봐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대위원회 관계자도 “용산발 리스크가 터지면서 정권 심판론 프레임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대한 원망도 터져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정권 심판론이 불붙으면 우리에게 유리할 게 하나도 없는 만큼 대통령실에서 정무적 판단을 해서 4·10 총선 전까지 결정이나 발언에 신경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경기 지역 후보도 “윤 대통령이 ‘공정’이라는 키워드로 검사에서 대통령까지 된 사람인데 유독 본인과 관련된 일에는 공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한달을 넘기며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도 용산발 악재로 바뀔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후보는 “국민 입장에선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또 국정운영을 심판하겠다고 할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한 경기도 의원은 “총선을 좌우할 핵폭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민심이 변할 것”이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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