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사클레이 의과대학의 전경 ⓒ 파리의과대학 홈페이지
줄곧 악화일로에 있던, 프랑스의 의료 환경은 2021년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정부는 1970년대부터 시행되어 오던 의대 2년 차 정원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폐지하고, 각 의과 대학이 1) 학생 수용 가능 능력 2) 해당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의료인력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의대 2년차 정원을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의대 정원의 확대로 이어지면서, 5년동안 매년 약 3천명의 학생들을 추가로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2023년 의과대학 2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은 약 1만명에 이른다. (치의예과, 약학과, 조산과를 포함하면 1만 5000명). 한국에 비해 인구(6800만명)는 1.3배 많지만 의대 정원은 3.3배(한국은 현재 3천여명)에 이르는 셈이다. 이러한 개혁은 의료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왔던 바이기도 했다.
68혁명의 거센 파고 이후, 대학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모두에게 열려 있는 교육기관이 되었다. 그러나 의대를 찾는 인원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교육의 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또한 의사 양성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비용이 지출되기에, 국가 차원에선 비용 절감의 목적도 실현하는 차원에서 의대생 정원에 개입하게 된다 (1971년).
모든 학과들과 마찬가지로 1학년에는 의대 입학을 희망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록할 수 있지만, 성적이 좋은 1/4 정도의 학생만이 2년 차로 올라갈 수 있던 방식이 거의 50년 동안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 1972년 1만 1000명이었던 의대 2년차 학생 수는 1981년에 6000명으로 감소했고, 이러한 제도가 지속되면서, 의사 수 절대 부족의 현상을 야기하게 된다.
훈련된 의사 수가 제한되어 있던 탓에, 그나마 있는 의사들은 대도시에 집중되었고, 농촌 지역엔 의료 인력을 찾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수련의들의 업무 과부하로 이어지면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의대생 이탈 현상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뒤늦게 정부가 이 제도를 폐지하면서 의사 수 확대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2030년대에 이르러서야 추가된 수의 의사들이 배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인센티브 지원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의료 사각지대에 대한 해법도 모색하고 있다.
의사 될 수 있는 통로의 확대
정부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서, 접근 통로도 개편했다. 과거에는, 의대, 약대, 치의대 등 모든 보건의료 관련 학생들의 공통 학년으로 1학년이 존재했으나, 이는 2021년부터 보건의학 전공자들을 위한 과정(PASS)과, 다른 분야의 과정을 배우면서 보건의학을 옵션으로 들을 수 있는 학사 과정(L.AS) 두가지로 대체되었다.
이렇게 두가지 통로를 만든 것은 의과대학에 접근하려는 학생들의 폭을 넓히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PASS 과정을 선택한 학생들은 부전공으로 다른 과목들 (즉, 생물학, 물리학, 화학, 교육학, 철학, 심리학, 지구과학 등)을 부전공으로 택하여 들을 수 있고, L.AS를 택한 학생들은 다른 공부를 하면서 의학을 옵션으로 택할 수 있다.
2023년의 경우 PASS 과정, 즉 의대에서 1학년을 보낸 학생들의 74%가 의대 2년 차로의 진급에 성공했고, L.AS 계열의 학생들은 18%만이 의대 진급 시험에 성공했다. 후자의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 공부(생물학, 화학, 심리학 등)를 하는 3년 동안, 의대 2년차 진입 시험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진급 성공률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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