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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김건희 리스크’가 윤석열 대통령 숨통을 조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뉴시스
집권 여당의 역대급 총선 참패 이후 ‘김건희 리스크’가 다시 윤석열 대통령의 숨통을 조이는 국면이 오고 있다.

범야권은 22대 국회 개원 후 압도적 의석을 토대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여러 차례 ‘김건희 특검법’ 재발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11일 총선이 끝나자마자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특검법 수사 대상에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도 포함시킬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건희 특검법 이야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서울 도봉갑 김재섭 당선자는 “김건희 특검법을 요구하시는 국민들의 요청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여사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국정 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은 발목을 잡았고 여전히 국민들께서는 그 문제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건희 특검법 처리는 예견되어 있고, 윤 대통령의 돌파구는 마땅치 않다. 일단 거부권을 재차 행사할 명분이 없다. 총선 결과를 통해 ‘김건희 특검은 정치공세’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완전히 잃게 됐다. 만약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또 행사한다면 그 자체로 대중의 불신이 극에 달하게 될 것이고, 재표결에서 여당의 조력을 받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개혁신당까지 포함한 범야권 의석은 192석이고, 국민의힘 의원들 중 8명만 이탈해도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윤 대통령으로선 김건희 특검 국면을 전환할 카드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로선 뚜렷한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그동안의 대응에 관한 포괄적 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상 규명 절차를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힐 수 있겠으나, 전례에 비춰본다면 윤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다. 또한 특검법 발의 이전에 검찰 수사를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으나, 이미 검찰이 해당 사건 수사 단계에서 김 여사를 수사 대상에서 배제한 전력이 있는 만큼 수사 공정성 시비나 신뢰 문제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다만 집권 여당의 역대급 총선 패배로 윤 대통령의 검찰 장악력이 옅어질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일부 남아있다. 조국 대표가 ‘검찰 수사’를 먼저 이야기한 것은 어쩌면 열린 선택지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김건희 리스크’의 또 다른 축은 명품가방 건이다. 윤 대통령은 작년 말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장면이 처음 대중에 공개된 이후 두 달 넘게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가 지난 2월에서야 KBS 대담에서 처음 언급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없었고, ‘처신의 문제’나 ‘몰카 공작’ 정도로 치부해 오히려 대중의 분노를 샀다.

국민들은 명품가방 수수 건에 대한 당사자인 김 여사 또는 윤 대통령의 진전된 입장 표명과 명시적인 사과를 요구해왔다. 총선 이후 이 요구는 더 명징해졌고, 윤 대통령은 더이상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윤 대통령으로선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전개될 상황이 골칫거리다. 명시적인 사과 이후에는 사건의 진상을 소상하게 밝힐 필요성이 요구된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차원의 철저한 수수 경위 조사 및 결과 공표와 같은 절차를 거칠 수 있다.

대통령실의 불특정 관계자가 복수 언론에 밝혔던 “대통령 부부에 접수되는 모든 선물은 관련 규정에 따라 관리, 보관된다. (김 여사가) 그 물건을 실제로 쓴 적도 없다”는 말의 진위도 확인 대상이다. 현행법(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상 ‘대통령 선물’은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한 선물’에 해당하며,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 만약 대통령기록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수령일, 수령 장소, 수령 경위 등이 담긴 공적 기록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한 공적 기록을 확인해주지 않았고, 특정 언론사가 청구한 정보공개마저 거부했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건과 관련한 내부 조사 및 결과 공표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조사 이후에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외부 수사기관 차원의 진상 규명이 불가피해진다. 김 여사가 공직기강비서관실이나 외부 수사기관의 조사 절차에 불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김 여사는 강제구인되거나 대통령실 청사 혹은 관저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역대급 불명예스러운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대통령 배우자는 대통령과 달리 면책특권이 없다. 주가조작 의혹과 비교해 매우 간단한 사건인 만큼, 대통령의 방해만 없다면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은 아주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더이상 여당의 비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 여당인 국민의힘은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게 될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후보군들은 예외 없이 ‘김건희 특검법’이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자칫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면, 당권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동훈 전 위원장의 행보도 변수다. 총선 패배 수습 국면에서 움크리고 있던 한 전 위원장이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선다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극대화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건희 리스크’는 차별화의 효과적인 매개가 될 수 있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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