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련합부대에서 당선된 화력습격중대들’이 4월 22일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는데, 언론보도 사진에는 600mm 방사포차가 4대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러 화력습격중대들이 종합 전술훈련에 참가했는데, 600mm 방사포차는 왜 4대밖에 보이지 않을까?
조선인민군 화력습격중대에 600mm 방사포차가 몇 대씩 배속되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2024년 3월 18일 600mm 방사포 사격훈련에서 “처음으로 되는 중대 단위 일제사격 모습을 시위”했는데, 당시 언론보도 사진을 보면 1개 화력습격중대에 600mm 방사포차가 8대씩 배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4개 화력습격중대들이 600mm 방사포차를 각각 1대씩 종합 전술훈련에 참가시켰기 때문에 훈련 현장에서 600mm 방사포차가 4대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인민군 화력습격중대들이 장비한 600mm 방사포는 화산-31 전술핵탄두이나 고출력-고주파 폭탄(E-bomb)을 장착한 방사포탄을 연발 사격하는 전술핵 방사포다. 4축 8륜 방사포차에 600mm 전술핵 방사포 4문이 탑재되었다. 전술핵 방사포탄 4발을 연발 사격하는 600mm 방사포는 전 세계에서 오직 조선인민군만 가졌다. 조선은 600mm 4연장 전술핵 방사포를 2019년에 처음 시험발사했다.
600mm 4연장 전술핵 방사포의 제원과 작전성능은 다른 전술핵무기를 능가한다. 방사포탄 전투부에 전술핵탄두 또는 고출력-고주파 폭탄을 장착할 수 있고, 사거리는 한국 전역을 타격하는 400km에 이르고, 비행고도는 한미연합군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들어가는 50km 이하이며, 비행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서 마하 5(초속 1.7km)에 이르고, 타격정밀도는 타격 대상 주변에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400km 밖에 있는 길이가 5m 정도 되는 승용차를 명중 타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시에 개성 북쪽 송악산 북사면에 배치된 조선인민군 화력습격중대가 고출력-고주파 폭탄을 장착한 600mm 방사포탄 4발을 연발 사격(barrage)으로 쏘면, 38초 만에 서울 용산 대통령실 상공에서 폭발해 대통령실, 국방부, 합참본부를 완전히 마비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 또한 최전방에 전진 배치된 조선인민군 화력습격중대들이 4축 8륜 방사포차 25대를 동원해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600mm 방사포탄 100발을 일제사격(salvo)으로 쏘면, 전술핵공격 방어 수단을 전혀 갖지 못한 한미연합군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몰살당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그래서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024년 4월 24일 담화에서 한국군이 “상전을 믿고 설쳐대며 우리를 상대로 무력 대응을 시도하려 든다면 그것들은 즉시 괴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고 담화에 나오는 “즉시 괴멸될 것”이라는 말은, 로씨야군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는 것처럼 끔찍한 인명 살상과 시설피해가 증가되는 장기적인 소모전이 아니라, 전술핵무기를 사용해 인명 살상과 시설피해를 미미한 수준으로 최소화하고 72시간 안에 신속히 끝나는 초단기 속결전을 의미한다.
3. '핵방아쇠'가 등장하다
4월 22일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 소식을 전한 조선의 보도기사에서 또 하나 이해하기 힘든 것은, 훈련 현장을 촬영한 보도사진에 600mm 방사포 사격훈련만 나타난 것이다. 종합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를 모아서 합했다는 뜻이므로 종합 전술훈련은 여러 무기 체계들이 망라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어야 한다. 그런데 언론보도 사진에서는 600mm 방사포를 사격하는 훈련 장면만 보인다.
종합 전술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는 2022년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조선인민군 화력습격중대들이 진행한 종합 전술훈련을 손꼽을 수 있다. 당시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은 다음과 같은 절차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 저수지에 설치된 수중 발사대에서 모의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해 동해 상공에서 기폭시키는 핵전자기파 공격훈련
2) 지상 화력진지에서 모의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변칙궤도비행미사일을 발사해 한미연합군 공군기지를 가상한 표적들을 파괴하는 전술핵타격훈련
3) 모의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수중 발사 탄도미사일의 상공 폭발, 모의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지상 발사 변칙궤도비행미사일의 정밀 타격, 산포탄(cluster bomb)을 장착한 지상 발사 변칙궤도비행미사일의 광역 타격을 동시다발로 실행한 3중 배합타격훈련
600mm 방사포를 장비한 조선인민군 화력습격중대들이 참가한 가운데 4월 22일에 진행된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은 이전에 여러 차례 진행된 600mm 방사포 사격훈련들과 달리 '핵방아쇠'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핵타격 지휘체계를 관리하는 연습에 인입되어 진행되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핵방아쇠’ 관리연습에 600mm 방사포 사격훈련이 인입된 것이다. 그래서 종합 전술훈련이라고 했다.
방아쇠는 총탄을 발사하는 격발장치다. 전투원이 집게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총탄이 격발된다. 일반적으로, 즉시 사격을 앞둔 준비태세를 가리킬 때도 방아쇠라는 말을 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핵방아쇠’라는 명칭은 핵탄두를 언제라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공격태세가 갖춰진 핵타격 지휘체계를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조선의 핵무력정책법 제6항 ‘핵무력의 경상적인 동원태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은 핵무기 사용 명령이 하달되면 임의의 조건과 환경에서도 즉시에 집행할 수 있게 경상적인 동원태세를 유지한다”라고 규정했다.
'핵방아쇠' 관리연습에 600mm 방사포 사격훈련이 인입된 종합 전술훈련은 이번에 처음 진행되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2024년 4월 22일 '핵방아쇠'가 작동되는 가운데 종합 전술훈련이 “처음으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3월 18일과 19일에도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이 진행된 바 있다. 당시에도 이번처럼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이라는 똑같은 명칭으로 불리는 종합 전술훈련이 진행되었다.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이 2023년 3월 18일과 19일, 2024년 4월 22일에 각각 진행되었지만, 그 훈련들에서 뚜렷한 차이점이 보인다. 이를테면, 2023년 3월에 진행된 종합 전술훈련은 화성-11형 미사일을 장비한 화력습격중대들이 '핵방아쇠' 관리연습에 인입된 훈련이었고, 2024년 4월에 진행된 종합 전술훈련은 600mm 방사포를 장비한 화력습격중대들이 '핵방아쇠' 관리연습에 인입된 훈련이었다. 이것이 차이점이다.
다른 차이점도 있다. 2023년 3월 종합 전술훈련은 모의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1형 미사일을 동해 상공으로 발사해 800m 고도에서 기폭시키는 핵전자기파 공격훈련이었고, 2024년 4월 종합 전술훈련은 모의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600mm 방사포탄 4발을 일제사격으로 발사해 352km 밖에 있는 무인도의 표적을 명중 타격하는 전술핵타격 훈련이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2024년 4월 22일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을 현지지도하면서 “오늘 초대형 방사포병까지 인입된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언급하였다. 이 인용구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단어는 ‘까지’라는 보조사다. ‘까지’라는 보조사는 어떤 범위의 끝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2024년 4월 22일 “초대형 방사포병까지 인입된”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이 진행된 것은, 이전에 전략핵무기를 운용하는 화력습격중대들, 전술핵무기를 운용하는 화력습격중대들이 '핵방아쇠' 관리연습에 인입된 종합 전술훈련들이 이미 여러 차례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이번에는 600mm 방사포를 장비한 화력습격중대들이 '핵방아쇠' 관리연습에 인입된 마지막 종합 전술훈련이 공개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마지막 훈련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실행을 앞둔 것이 아닌가.
4. ‘핵방아쇠’, 두 개의 체계로 구성되다
지금까지 조선인민군 핵전투부대들은 '핵방아쇠' 관리연습에 인입되어 다양한 형태의 종합 전술훈련들을 비공개로 진행해왔다. 조선인민군은 그 동안 진행된 종합 전술훈련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다가, 2023년 3월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과 2024년 4월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만 외부에 공개했다. 그러므로 외부에 공개된 종합 전술훈련에서 '핵방아쇠' 핵타격 지휘체계가 어떻게 작동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유사시 조선인민군 핵전투부대들은 '핵방아쇠' 핵타격 지휘체계에 따라 핵작전에 즉각 돌입하게 된다. '핵방아쇠'가 작동되지 않으면, 조선인민군은 핵작전을 실행할 수 없다.
그런데 2023년 3월 18일과 19일에 진행된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 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틀에 걸쳐 진행된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은 핵타격 지휘체계 관리연습과 핵반격 태세에로 이행하는 실기훈련, 모의 핵전투부를 탑재한 전술 탄도미싸일 발사훈련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라고 한다. 이 인용문에 나오는 핵타격 지휘체계의 명칭이 바로 '핵방아쇠'다. 그에 비해, 2024년 4월 22일에 진행된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 소식을 전한 조선의 보도기사에서는 '핵방아쇠'를 “전체 핵무력에 대한 지휘 및 관리 통제 운용체계”라고 했다.
위에 인용한 두 가지 내용을 보면, '핵방아쇠'가 전시에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는 핵작전 지휘체계와 국가핵무력을 관리, 통제, 운용하는 체계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핵무력은 무기급 핵물질, 각종 핵무기, 핵무기 관련 기술 및 설비들, 핵무기를 장비한 핵전투부대들을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개념이다.
5. '핵방아쇠' 윤곽만 살짝 공개되다
'핵방아쇠'에 관한 정보는 최고 국가기밀이므로 절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핵방아쇠'에 관해 극히 제한된 정보를 알려준 것은 조선의 언론매체에 실린 몇 편의 보도기사밖에 없다.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 약간 공개된 '핵방아쇠'의 비밀스러운 모습을 살펴보자.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3월 2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핵방아쇠》의 정보화 기술상태를 료해”하였다. 조선은 그때 처음으로 '핵방아쇠'라는 명칭을 외부에 알렸다. 정보화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정보를 수집, 생산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숫자화된 자료(digitalized data)로 축적하고, 그 자료를 전자통신망을 통해 전달, 활용하는 정보기술 활동을 뜻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핵방아쇠'가 전자통신망을 통해 가동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의 전자통신망은 미 제국의 기술독점에 의해 전 세계에 구축된 인터넷(Internet)과 무관하게 조선인민군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특수한 인트라넷(Intranet)이다. 2024년 4월 22일 전술핵타격 종합 전술훈련 소식을 전한 조선의 보도사진 중에는 600mm 방사포 사격훈련장에서 오른손에 붉은 수기를 움켜쥔 화력습격중대 지휘관이 군사 통신용 송수신기를 왼손에 들고 사격 구령을 내리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그리고 그 옆에서 전투원 5명이 땅바닥에 앉아 각자 휴대용 컴퓨터(laptop)를 펴놓고 작업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인트라넷을 통해 600mm 방사포 사격훈련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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