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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목숨 앗아간 ‘시청역 참사’ 역주행 미스터리

경찰, 사고 정황 질문에 “수사 중” 신중…급발진 여부 미지수

조선 웨스틴 호텔 앞 세종대로 18번길이 끝나는 지점. ‘진입금지(일방통행)’ 표지판이 달려 있다. ⓒ민중의소리


서울 도심에서 역주행 차량이 인도로 돌진했다. 9명이 역주행 차에 치여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고 정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음주와 마약 복용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자는 68세 버스 운전기사 출신으로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라 보기 힘든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급발진 가능성은 이번 참사에도 제기된다.

2일, 참사 현장을 돌아보며, 역주행의 원인을 살펴봤다. 

시청역 차량 역주행 사고 상황 ⓒ뉴시스


“참사 도로 역주행 진입, 종종 있었다 증언

이번 사고는 차량이 역주행하면서 벌어졌다. 전날 오후 9시 26분경 A 씨가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시청 인근 도로를 역주행하다가, 왼편 인도로 돌진했다. 이후 차량 2대와 충돌하고 교차로를 지나 서서히 멈췄다. 인도에 있던 시민 9명이 사망하고, 운전자 등 6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가 발생한 세종대로18길은 일방통행 도로다.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시작해, 조선 웨스틴 호텔 정문 앞 맞은편에서 끝난다. 도로 거리는 약 200미터다.

A 씨는 조선 웨스틴 호텔 정문에 위치한 지하주차장 출구로 빠져나와,세종대로18길에 역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 호텔 앞은 오거리다.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면, 3시, 1시, 9시, 7시 방향으로 도로가 갈린다. 지하주차장에서 나온 차량이 갈 수 있는 방향은 하나다. 곧장 우회전해 3시 방향으로 나와야 한다. 바닥엔 좌회전 금지 표시가 있다. 세종대로18길은 1시 방향이다. 지하주차장에서 세종대로18길을 바라보면 도로 왼편에 ‘진입금지(일방통행)’ 표지판이 달려 있다.

A 씨는 실수로 길을 잘못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세종대로18길은 4차선이 모두 일방통행이다. 운전자는 으레 양방향으로 생각하기 쉽다. 조선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나올 때 주의하지 않으면 ‘진입금지’ 표지판을 놓칠 수 있다. 인근 상인들은 “종종 역주행하는 차량을 본다”고 전했다.

A 씨가 세종대로18길로 들어설 때 정면의 모든 또는 일부 차선에 차량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시청역 교차로에서 정방향으로 세종대로18길에 진입한 차량이 조선 호텔 앞 오거리에서 모두 빠져나가면, 세종대로18길이 끝나는 조선 호텔 앞에는 일시적으로 차량이 사라진다.

오거리 인근 한 상인은 “시청역 교차로에서 들어온 차량이 조선 호텔 앞에서 신호를 받아 일제히 좌우로 빠지면 도로가 잠시 한가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차량이 일방통행 도로로 잘못 들어갈 때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이 있었으면 피해 가든지 우회하든지 했을 텐데, 차량이 없다 보니 도로 안까지 쑥 들어오게 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세종대로18길을 역방향으로 지나다 보면 오른편에 골목이 두 개 있다. 역방향으로 잘못 들어온 차량이 해당 골목으로 들어가, 차를 돌리는 걸 여러 번 본 적 있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A 씨가 실수로 일방통행 도로에 잘못 진입했다고 해도, 핸들을 왼쪽으로 틀어 인도로 뛰어든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사고 차량이 인도로 돌진한 지점은 사고 차량이 세종대로18길로 진입한 지점에서 약 150미터 떨어진 곳이다.

사고 차량이 급가속한 지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조선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나온 직후 급발진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3시 방향으로 급격하게 핸들을 틀기 어려워, 1시 방향의 일방통행 도로로 진입했을 수 있다.

일방통행 도로에 들어선 이후 급발진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사고 발생 전 급발진이 발생했다면,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하는 과정에서 인도로 돌진했을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사고 차량이 인도로 돌진할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차량에 제동이 전혀 걸리지 않은 모습이다. 인도와 도로 경계에 있던 가드레일이 힘없이 허물어진다. 인도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는 튕겨 나간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사망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고 정황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정 과장은 사고 발생 전 사고 차량 동선과 차량이 가속한 시점 등을 묻는 말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운전자 A(68) 씨의 과거 사고 이력과 직업, 거주지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를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A 씨는 경기도 소재 버스회사에 소속된 시내버스 기사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했다면서도, 소리가 녹음됐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사고 당시 녹음된 소리는 급발진 여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A 씨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급발진을 주장했다. 다만, 정 과장은 “운전자가 경찰 측에 직접 급발진을 주장하는 진술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운전자는 갈비뼈 골절이 있어 정식으로 진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사 소견에 따라 회복 상태를 보고 출장 조사를 하든 경찰서에서 하든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사고 당시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 작동 여부가 기록되는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 1~2개월이 걸린다고 정 과장은 전했다.

A 씨는 사고 당시 음주와 마약 복용을 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진행한 채혈 검사에서 음주 흔적이 검출되지 않았고, 마약 간이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

정 과장은 “사고 원인을 추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원인 규명 이후에나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피의자 주장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2일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전날 발생한 시청역 교차로 대형 교통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7.02.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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