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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농민들, “트랙터로 윤석열 정권 갈아엎고 국가책임농정 만들자”

무분별한 TRQ로 양파, 쌀값 폭락

“전세값·공공요금 안잡고 애먼 농산물만 때려잡나”

“기후재난에 식량주권은 무기보다 중요”

▲농민단체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기후재난 시대, 농민생존권 쟁취와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위한 7.4 전국농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7.04. ⓒ뉴시스

윤석열 정부를 향한 농민들의 분노가 뜨겁다.

기후재난으로 양파, 마늘, 배추, 사과, 매실 등 농업 전반이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불구, 농정 대책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는 피해 농가를 지원하고 대책을 세우기보다 수입산 농산물을 늘려 농민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심지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될 조짐이 보이자 다시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데 이어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도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축산도 마찬가지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생산비 급등으로 한우 도매가가 마리당 150-200만원 가량 적자 상태지만, 정부는 한우농가를 지원하는 한우법 제정에 최근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농민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 △송미령 농림부 장관 사퇴 △무분별한 관세할당제도(TRQ) 저지 △주요 농산물 가격보장과 공정가격제 도입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농민기본법 제정 등을 내걸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무분별한 TRQ로 양파, 쌀값 폭락

4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은 ‘기후재난 시대 농민생존권 쟁취와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위한 7.4 전국농민대회’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3천여 명의 농민들로 붐볐다.

이날 대회를 주최한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8개 농민 단체로 구성)’은 “죽어가는 농민을 살리기 위해 애끓는 마음으로 여의도 아스팔트에 섰다”며 “윤석열 정권은 물가를 잡겠다며 TRQ(관세할당제도)를 남발해 저관세·무관세 수입 농산물을 들여와 국내 농산물 가격을 파탄내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에 소속된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전국사과생산자협회 대표자들이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실제로 양파는 TRQ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작물이다.

올해 양파 수매가는 20kg에 1만 3천원으로, 생산비에 한참 못미치는 가격으로 책정됐다. 이는 정부가 TRQ를 통해 무분별하게 양파를 수입해 온 데서 비롯됐다. 지난해부터 들여온 TRQ 수입 양파는 약 20만 톤. 국산 양파 생산자를 고사시키기에 충분한 규모다.

쌀도 마찬가지다. 매년 저관세로 들여오는 40만 8,700톤 가량의 TRQ쌀로 인해 현재 쌀값은 20kg에 4만 6천 원까지 떨어졌다. 45년 만의 최대치 폭락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TRQ에 관해 침묵한 채 쌀 소비량의 감소와 쌀 생산량 증가가 쌀값 폭락의 원인이라 주장하는 실정이다.

이에 당진에서 34년째 벼농사를 지어온 이종섭 농민은 “커피 한잔에 5-6천원을 받는 세상인데 밥 한 공기 100g 분량 쌀이 200원 꼴”이라며 “쌀 1kg에 3천 원으로 적정 가격을 보장하라고 수십년째 외쳐도 위정자들은 들은 체도 안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쌀이 남아도는 게 왜 열심히 농사지은 농민의 잘못이냐”며 “무분별한 수입으로 쌀이 남아돌게 만들어온 장본인은 바로 정부”라 규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미국 쌀 도매업자냐”고 되물었다.

“전세값·공공요금 안잡고 애먼 농산물만 때려잡나”

전국민중행동 박석운 공동대표 역시 “기후재난 시대에 식량 주권을 지키고 농업을 장려하는 것은 모든 선진국을 비롯 개도국까지도 시행 중인 기본 과제”라 지적했다.

박 대표는 “유독 한국만 이 같은 보편적 국가 과제를 저버리고 역주행 중”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치솟는 전세값과 공공요금은 안 잡고 애먼 농산물만 때려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의 거부권 1호가 양곡관리법이었고 가장 마지막 거부권이 한우법이었던 데에서 보이듯 정부는 농업 유통 자본만 살찌우고 농민들은 안중에 없다”고 말했다.

“기후재난에 식량주권은 무기보다 중요”

기후재난 상황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도 도마에 올랐다.

구례에서 30년간 농사를 지어온 정영이 농민은 “예년 같으면 지금 매실 밭에서 한창 일하고 있을 시기지만 올해는 지난달 21일에 수확이 종료됐다”며 “6월에 30도 넘는 고온으로 매실들이 열상 화상을 입어 나무째로 후두둑 낙과를 한 것”이라 전했다.

그는 “재난이 닥치면 정부뿐만 아니라 주변국까지 원조하고 지원하려는 노력을 하기 마련인데 이 정부는 기후재난 상황에서도 농민을 돌아보지 않는다”며 “농민이 기후재난의 직격탄을 맞는 것도 문제지만 식량주권이 무기보다 더한 위협으로 오게 되면 누가 책임을 질 거냐”고 꼬집었다.

이날 대회에는 진보당 전종덕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 등 국회의원들도 참석했다.

전종덕 의원은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위한 방탄으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느라 여념이 없다”며 “이곳에서 땀 흘리고 있는 농민 목소리 들어야 할 국회가 의사일정 행사 못하고 방해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농민을 죽이고 탄압하며 거부권으로 일관한다면 우리가 윤 대통령을 거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어기구 의원도 “40년 전 1980년대에 농학(농민-학생) 연대 투쟁하면서 죽창들고 국회로 나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여전히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며 “22대 국회에서는 농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차곡차곡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농해수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농안법, 한우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본 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까지 행진하여 시위를 이어갔다.

한편 이날 대회를 주최한 농민의길은 9월 28일 전국동시다발 광역대회에 이어 11월 20일 농민대항쟁, 12월 7일 전국민중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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