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조정: 유럽 중심에서 동북아 중심으로 이동하는 중국의 외교
전쟁 이전 중국의 일대일로(BRI)는 우크라이나를 경유 해 유럽으로 이어지는 신유라시아 육상로가 핵심 축이었다. 그러나 전쟁 이후 이 경로의 안정성이 약화되면서 중국은 대외전략의 무게중심을 동북지역 개발과 북방 협력 강화로 조정하고 있다. 특히 GTI(광역두만강개발계획)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북 3성을 포함하는 중국 동북지역, 러시아 극동, 몽골, 한국이 연계되는 이 다자 플랫폼은 전쟁 이후의 지정학적 변동 속에서 중국이 동북아 중심의 경제·외교적 영향력 재조정에 나서는 경향과 맞닿아 있다. 비록 북한이 2009년 GTI에서 탈퇴했으나 북한의 다시 참여할 경우 동북아 경제협력의 공간은 크게 확장될 수 있어 남북의 잠재적 경제협력 창구로서의 의미가 있다.
기회와 부담: 중국이 떠안은 전략적 리스크
중국이 구조적 기회를 얻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전략적 리스크도 확대됐다. 첫째, 러시아 의존 심화는 중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일정 부분 제약할 수 있다. 둘째, 유럽 내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보는 인식이 2023년 이후 여러 조사에서 상승하며 EU의 대중 정책 기조가 중국을 경계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셋째, 미국과 유럽은 전쟁을 계기로 대중 견제 정책을 강화할 명분을 확보했다. 기술, 공급망, 안보 협력 등 핵심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즉 중국은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떠안고 있으며, 전쟁이 중국에게 일방적 이익만을 제공했다는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 그러나 전쟁의 발발이 중국이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고, 중국에 발생한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중국이 가장 넓은 전략적 여유 공간을 확보한 행위자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종전 이후 중국의 역할: 제한적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
전후 재건의 핵심은 서방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차지한 지역의 재건에는 중국 기업의 참여가 가능하겠지만, 우크라이나 본토 재건은 EU 규범과 서방 금융의 비중을 고려할 때 중국의 역할은 선택적·부분적 참여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평화협상에서 제한적 존재감에 머무르더라도, 전후 질서 조정 과정에서는 동북아·유라시아 전반의 경제·전략 구조 변화 속에서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구조적 수혜자 중국, 전략적 유연성을 구축해야 하는 한국
한국에게 이 전쟁은 단순히 먼 지역의 분쟁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전략 환경 변화, 북방 경제협력의 새로운 구조 형성은 한국의 대외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중 경쟁 양상을 러우 전쟁의 전과 후로 비교한다면 장기적 방향성은 그대로이지만 중국은 더 여유 있어지고 미국은 조금 더 조바심이 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유라시아의 안보지형과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친 러우 전쟁의 종전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한국은 미중 경쟁의 흐름, 유라시아 질서의 재편에 따른 동북아의 지정학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 안보 전략을 유연하게 재조정할 시점에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은 동맹을 강화하되 선택지를 넓히고, 위험을 분산하되 기회를 확장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현 정부가 추구하는 국익우선 실용외교 기조와도 조응하며, 한국이 다층적 경쟁 질서 속에서 주도적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현실적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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