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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을 만들다] ⑤국가보안법 폐지 않고는 반복된다

한요나 시민기자

hanyona@naver.com

전직 기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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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상 심판…국보법의 민낯

무죄에도 "피고인이 안 만났음을 증명하라" 항소

조작 주도한 한은지 검사, 사과 없이 대형 로펌 행

국정원, 대법원 확정 판결 후 등 떠밀린 '뒷북 사과'

묵비권 행사한 이들에게는 유죄 판결 내린 사법부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는 2023년,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당국은 신 대표가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해 지령과 공작금을 수수하고 국내에 비밀 결사 조직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피의 사실을 공표하며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에게 '간첩' 낙인을 찍었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활동 이력과 엮어 '세월호 간첩'이라는 악명까지 붙였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에 이어 지난 9월 25일, 대법원은 그에게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이는 보수 언론이 즐겨 쓰는 '증거 불충분'과는 본질이 다르다. 신 대표가 밝혔듯, "수년간에 걸친 내사와 불시의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증거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은, '증거 자체가 부재'를 확인한 사건이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막대한 인력과 세금을 투입해 한 평범한 시민을 어떻게 '간첩'으로 조작하려 했는지, 그 비상식적인 조작의 전 과정을 추적한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연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 발의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12.1 연합뉴스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로 신동훈 제주 평화쉼터 대표를 향한 국가정보원(국정원)과 검찰의 거대한 '간첩 조작'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고 끝난 게 아니다. 국가기관의 집착에 가까운 항소와 무리한 수사로 평범한 시민활동가의 삶은 처참하게 망가졌고 아직도 회복이 되지 않았다.

신동훈 대표는 수사 단계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부당한 권력에 저항했고, 재판 과정에서는 국정원이 들이민 조작된 증거들을 논리적으로 격파하며 자신의 결백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주었고, 국정원의 수사는 위법하고 무리한 것이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이 승리의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사법 정의를 조롱하는 검찰의 무책임한 태도와 헌법 위에 군림하는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의 존재다.

1심 완패에도 '복사 붙여넣기'… 피고인을 말려 죽이는 '묻지마 항소'

1심 법원은 신동훈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의 요지는 명확하고 단호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간첩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캄보디아 현지 불법 사찰, 서로 시선도 맞지 않는 황당한 영상 증거, 수사관의 자의적 해석이 들어간 조서 조작 시도, 오락가락하는 '전문 증언꾼'의 진술 등 검찰이 내세운 칼날은 법정의 엄격한 증거주의 앞에서 모두 무디기만 했다. 상식적인 법조인이라면, 그리고 최소한의 인권을 생각하는 국가기관이라면 여기서 멈췄어야 한다. 잘못된 기소를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사과하는 것이 마땅한 수순이다.

하지만 검찰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문제는 항소의 근거다. 형사소송법상 항소는 1심 판결에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가 있을 때 제기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항소하기 위해서는 1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거나 논리적인 반박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단 하나의 새로운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1심에서 이미 탄핵당한 논리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복사해서 붙여넣기' 수준으로 반복했다.

심지어 검찰은 항소 이유서에서 '피고인이 캄보디아에서 공작원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피고인 스스로 증명하라'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것은 논리학에서 말하는 '악마의 증명(Probatio diabolica)' 요구와 다름없다. 이는 법리적 다툼이라기보다, 무죄 판결로 인한 조직의 타격을 최소화하고 피고인을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오기'이자 '사법 폭력'에 가깝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판단 역시 1심과 다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대법원 역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사법부는 일관되게 혐의를 입증할 '증거 없음'을 알렸지만, 검찰은 귀를 막고 무조건 항소 진행만을 고집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검찰의 무책임한 '아집'이었다. 과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 다수의 공안 사건에서 보았듯, 검찰은 무죄가 명백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조직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기계적으로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는 악습을 반복했다. 이른바 '침대 축구'식 소송 지연이다. 그들에게는 자존심 싸움일지 모르나, 피고인에게는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고통의 시간이다. 신 대표는 "증거가 없다는 판사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정황상 간첩이 맞다'는 식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고 회고했다. 이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한 명백한 국가폭력이자 한 시민의 삶을 볼모로 잡은 사법 농단이었다.

조작 수사 주도한 검사는 로펌으로… 책임지지 않는 권력

더욱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이 무리한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책임자의 행보다. 수사 검사이자 공판 검사였던 한은지 검사는 1심 무죄 판결 이후,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되기 전에 슬그머니 검사복을 벗었다. 그리고 곧장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지평'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신 대표에게 "입을 열면 구속을 취소시켜 주겠다"고 지속적으로 회유했다. 신 대표가 이에 반발해 묵비권을 행사하며 저항하자 구치소에 '자해 우려가 있으니 특별 관리하라'는 공문을 보내 압박했던 당사자다. 헌법이 보장한 피의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인신 구속을 무기로 자백을 강요했던 검사가, 자신의 과오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없이 '전관예우'를 받으며 변호사로 변신한 셈이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그의 현재 전문 분야다.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몰아넣으려 했던 그는 현재 '중대 재해 및 산업안전' 전문 변호사를 자처하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분야에서, 조작 수사의 주역이 기업을 변호하며 정의를 논한다는 것이 가당하기나 한 일인가. 이런 수준의 '과거 세탁'은 단순히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 문제를 넘어선다. 공안 수사의 실패를 책임지지 않는 검찰 조직의 도덕적 해이와 전관 변호사를 모셔가는 법조계의 거대한 카르텔이 만들어낸 볼썽사나운 단면이다.

간첩 조작에 실패해도 검사는 거대 로펌으로 영전하여 부와 명예를 누리고, 피해자는 평생을 트라우마와 싸워야 하는 현실. 그 피해에 대해 국가는 쥐꼬리만한 형사보상금으로 입을 막으려 하는 행태.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 사법 정의의 현주소다.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 시스템 속에서라면 '제2의 신동훈'은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국정원에서 최근 신동훈 대표에서 구두사과에 이어 서면으로 '정식사과'를 하며 사과문을 보냈다, 사진 제주 평화쉼터 제공

뒤늦은 국정원의 사과, 그리고 여전한 '사상 심판'

그러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작은 변화의 움직임은 있었다. 대법원의 최종 무죄 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정보원이 신동훈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전해 왔다. 국정원은 최근 신 대표를 직접 찾아가 이종석 국정원장 명의의 서면 사과문을 전달했다. 과거 간첩 조작 사건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뒤에도 국가기관이 사과에 인색했던 전례를 비추어볼 때 이는 매우 이례적인 조처다.

국정원은 사과문을 통해 지난 2년 9개월여간 진행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신 대표가 겪은 고초에 대해 위로와 사과의 뜻을 밝혔다. 특히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국정원이 수사 과정에서 세월호 활동을 언급하며 사건을 부풀렸던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는 신 대표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국가폭력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린 결과이자 끈질긴 투쟁이 만들어낸 작은 결실이다.

하지만 이 사과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신 대표와 함께 기소된 다른 두 활동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같은 시기,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섰지만 운명이 갈렸다. 신 대표의 무죄가 '조작 시도의 실패'를 증명했다면, 다른 동료들의 유죄는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이 여전히 우리 사법 체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신 대표와 달리 유죄를 선고받은 두 활동가는 평생을 통일 운동에 헌신해 온 이들이다. 그들은 재판 내내 입을 닫았다. 혐의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양심과 사상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사상 검증'을 강요하는 이 부당한 재판 자체를 거부하기 위해 '묵비권'이라는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사법부는 그들의 침묵을 방어권 행사가 아닌 혐의를 인정하는 태도로 간주했다.

이는 국가보안법이 가진 전근대적인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행위가 아닌 '심증'과 '사상'을 처벌하는 법 앞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 행위는 곧 '불온함'의 증거가 된다. 결국 법원은 그들의 행위가 아닌 그들의 '머릿속'을 심판했고, 그 사상에 유죄라는 낙인을 찍었다.

국가보안법의 자의적인 적용 기준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신 대표가 언급한 '이적 표현물 소지죄'가 대표적이다. 서점에서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사회과학 서적이나 북한 관련 서적을 소지하는 것 자체는 죄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순간, 그 책은 '불온 서적'이 되고, 소지자는 범죄자가 된다. 똑같은 책을 가지고 있어도 내면의 양심이 '붉어야만' 죄가 성립하는 기이한 구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생각과 목적을 도대체 무엇으로 입증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이는 수사관과 판사가 피고인의 마음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재단하는 '관심법'이자 명백한 '사상 심판'이 될 수밖에 없다.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 사진 한요나 시민기자

 

"국가보안법, 법 자체가 문제"

-재판의 1심에서 증거가 없음이 명백히 확인됐는데도 검찰이 항소와 상고를 이어간 진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법리적인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실수를 면피하기 위한' 시간 끌기 작전이다. 항소 이유서에는 '직접적인 증거는 부족하지만 정황상 간첩이 맞다' '피고인이 북한 공작원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식의 억지 주장만 가득했다.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요구다. 2심과 3심 무죄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작 시도가 실패하자 그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 쏟아질 비난과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 나를 볼모로 잡고 대법원까지 사건을 질질 끌고 갔다. 이는 명백한 괴롭힘이자 2차 가해다."

-신 대표를 향한 무리한 간첩조작 수사를 주도한 한은지 검사가 대형 로펌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심경인가?

"참담함을 넘어선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 검사는 내게 온갖 회유와 협박을 가했던 사람이다. 구치소 독방에 가두겠다고 위협하고, 내 묵비권을 무력화하려 했던 장본인이다. 최소한 인간으로서 미안함이라도 느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무죄 판결이 예상되자 슬그머니 옷을 벗고 '법무법인 지평'이라는 거대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노동자의 생명을 다루는 '중대 재해 및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를 자처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려던 사람이 이제는 기업을 변호하며 정의를 논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은 사라지고, 항의할 곳조차 없어진 현실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

-같은 사건으로 함께 수사를 받은 이들은 유죄를 받았는데, 유무죄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보나?

"나는 재판 과정에서 적극 대응을 했고, 그들은 재판 내내 입을 닫았습니다. 그들은 통일 운동가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양심과 사상을 지키기 위해 묵비권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고, 국가보안법은 그들의 사상을 심판했다. 그리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것이 국가보안법의 본질이다."

-국가보안법의 이러한 부분은 개인에게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 충돌한다고도 보이는데.

"그렇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사람이 어떠한 사상을 가지며 선악에 대하여 어떠한 판단을 가지든지 국가 권력에 의하여 방해받지 않을 자유가 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이라는 하위 법률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으로 사상의 유무죄를 판결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소회는?

"국가보안법이 통일운동가나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을 탄압하는 악법이라 생각했지만 나와 무관한 것이라 느꼈기에 자유롭고 편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 평범한 일상들마저 저를 공격할 빌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국가보안법은 그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 누구나 죄를 적용시킬 수 있는 세상 편리하고도 어처구니없는 법이다."

신 대표가 살고 있는 제주는 이승만 정권의 4.3사건으로 인해 '레드 콤플렉스'의 상처가 깊게 패어 있는 곳이다. 현재까지 제주에서만 조작 간첩 피해자가 39명에 달하며, 이 중 35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고 4명은 여전히 재심이 진행 중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민낯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고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었던 희대의 악법 '치안유지법'.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은커녕 그 악법을 고스란히 베껴와 이름만 바꾼 것이 바로 지금의 국가보안법이다. 태생부터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이 법에 대해 미국 국무부와 국제앰네스티, UN 인권이사회 등 국제 사회는 수십 년째 꾸준히 폐지를 권고해 왔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방패막이 삼아 귀를 닫아왔다.

대공수사를 담당해 온 국정원은 이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그들은 국가보안법을 그물 삼아 끊임없이 '간첩'을 생산해 냈다. 중앙정보부에서 안전기획부로, 다시 국가정보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도 그들은 질긴 생명줄을 이어왔다. 국정원과 국가보안법은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샴쌍둥이' 같은 기형적인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조직의 존립과 예산 확보, 그리고 정권의 안위를 위해 '없던 간첩'도 만들어내는 과업은 그들의 가장 주요한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었다.

신동훈 대표를 '간첩'으로 만들려던 국가기관의 집요한 시도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일단락됐다. 최근 국정원은 여론에 밀려 신 대표에게 사상 최초의 사과를 건넸다. 하지만 신 대표는 이를 '진정성 없는 억지 사과'라고 규정했다. 조작에 가담한 수사관들은 처벌받지 않았고, 책임자들은 영전했으며, 국정원의 수사 관행과 국가보안법이라는 도구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한 개인의 무죄를 선고했지만, 그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상 심판'의 도구, 국가보안법은 헌법 위에 군림하며 오래도록 우리 사회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누군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그 생각을 처벌하려는 국가의 시도가 멈추지 않는 한 제2, 제3의 신동훈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시대에 이 국가보안법은 드디어 사라질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음지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감시하며 또 다른 조작의 시나리오를 쓰게 될까. 온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할 숙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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