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하나하나가 우주라더니, 네가 깃든 곳곳에서 잠자고 있던 기억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박지성 영상이 뜰 때면, 고3 때 등교하자마자 흥분하던 네 모습이 떠오른다. "중한아, 박지성이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엘 갔어야! 맨유여, 맨유!"
네 누님의 카카오톡 프로필은 여전히 네 사진과 "울집베컴♥"이란 문구로 채워져 있다. 그래, 우리 참 맨유와 베컴을 좋아했었지. 엊그제도 네 방에 손흥민 사진이 놓여 있는 걸 보고 "슛돌이답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요새도 너를 "슛돌이"라고 불렀던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종종 네 이야기를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다시 고3 때로 돌아가 네 목소리를 떠올린다. "내가 살다가 한국인이 맨유에 가는 걸 보다니!" 이놈아, 앞으로 살면서 봐야 할 것이 얼마나 더 많은데 뭣이 급하다고 갔냐.
너희 집 안방엔 아직 네 옷이 촘촘히 걸려 있다. 어머니는 이따금 옷장을 열어 옷 냄새, 아니 네 냄새를 맡으신다. "지옥 같은 세월"을, "살을 갈기갈기 찢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옷에 깃든 네 냄새로 달래신다. 반찬을 만들다가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다가도 어머니는 너를 떠올리신다. 어머니의 시공간이 너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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