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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교·학력 채용차별 방지법’ 대회 학벌사회 정조준

하성환 시민기자

ethics60@naver.com

한국교육의 위기와 민주시민교육(인간과 자연사, 2025)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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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30조원 시대, 입시 경쟁 교육에 고통 가중

국민 85% 이상 "채용 과정에 학벌의 영향 있다"

74% 이상은 " 채용 과정에 출신학교 차별 심각"

출신학교 채용 차별 금지 법안은 보수정당이 주도

‘채용 절차 공정화법’ 제4조 3항 개정 꼭 필요

출신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장면. 왼쪽부터 백승아 의원, 박홍근 의원, 김주영 의원, 안민석 전 의원, 강득구 의원, 손봉호 교육의 봄 이사장, 강경숙 의원, 서왕진 의원,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 최교진 교육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 교육의 봄, 국민대회 조한준 제공)

2026년 1월 2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출신학교·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약칭 ‘출차법’) 국민대회가 열렸습니다. 국가 공식 전자 정부 통계(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이 29.2조 원입니다.

 

초중고 사교육비가 매년 증가해 2024년 초중고 평균 474,000원에 달했다.(출처 : e - 나라지표)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가 2012년 23만 6000원에서 매년 올라 2024년엔 1인당 47만 4000원에 달했습니다. 의대 열풍으로 최근 초등 의대반, 4세 고시반, 7세 고시반이 등장할 정도로 경쟁 교육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한민국 어린이·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가 79.5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꼴찌 수준이라는 사실입니다.(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2021년 12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 11쪽)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발표한 ‘2024 아동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45.3점으로 매우 낮습니다. 맞벌이 부모의 늦은 귀가와 학원 수강 탓에 어린이·청소년 네 명 중 한 명꼴로 '혼밥'하는 현실입니다. 불행하게도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자살 충동을 경험하고, 어린이·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국가입니다. 실제로 2023년 한 해 동안 자살 사망한 초·중·고 학생이 214명입니다. 무엇보다 어린 초등학생조차 우울감 지수가 높다는 점이 걱정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이탈리아 언론 '라 레푸블리카'에 “한국에서 고교 마지막 생활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죽고 싶었다”고 고백하며,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2026 미국경제학회에서 대한민국 입시 경쟁교육 시스템을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실제로 초초저 출산율은 그것의 결과입니다. 21세기 들어 출산율이 1.48명(2000년), 1.23명(2010년), 0.75명(2024년)으로 계속 추락하는 현상이 방증합니다.

저출산 – 초저출산 - 초초저출산으로 치닫는 현상은 학벌과 학력을 절대시하는 경쟁교육의 끝없는 고통, 그에 따른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청년 주거권을 보장하지 않는 취약한 복지 현실과 취업난도 가세했습니다. 2025년 사교육비 총액은 아마도 30조 원을 훌쩍 넘기겠지요.

 

리얼미터 여론 조사 결과 기업 채용 과정에서 학벌의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5.2%에 달했다(출처 : 교육의 봄 제공)

‘출차법’을 주도한 ‘교육의 봄’이 강득구 의원과 공동으로 의뢰한 리얼미터 여론조사(2024년 9월 20~21일)에 따르면 국민 85.2%가 기업 채용 과정에 ‘학벌의 영향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기업 채용 시 학벌, 출신학교 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4.7%에 달했다.(출처 : 교육의 봄 제공)

게다가 응답자 중 74.7%는 ‘채용 과정에 출신학교 차별이 심각하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이젠 출신학교 차별, 학력 차별을 멈춰 세울 때가 되었습니다. AI 시대, 미국 실리콘 밸리 빅테크 기업들마저 인재 채용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졸 학력에 의존하지 않고 고졸자라도 능력이 있으면 과감히 채용하는 추세입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 제정되고 1994년 시행했으며 2014년 박근혜 정권 당시 학력 차별을 추가한 법 개정이 있었다. (교육의 봄 제공)

우리나라 역시 1993년 김영삼 정권 때 ‘고용정책기본법’을 제정했습니다. 성별, 신앙, 연령과 출신지역, 출신학교를 이유로 채용 차별을 금지했습니다. 이후 2014년 박근혜 정권 시절엔 법을 개정해 '학력 차별'도 추가해 채용 차별을 금지했지요. 모두 보수 정당 집권 시절 있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음에도 고졸 학력이나 출신 학교를 따지는 차별은 여전합니다.

 

2016년 신입 행원 채용 당시 이른바 SKY, 위스콘신대 출신의 면접 점수를 임원들이 조정해 합격 처리한 하나은행 사례. (교육의 봄 제공)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출신 대학을 따져 임원들이 면접 점수를 조정해 합격과 불합격이 갈린 사건입니다. 공공기관인 충청북도가 2023년 11월 행정 인턴을 채용할 때 대학생으로 지원 조건을 제한하면서 학력 차별을 당연시한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졸 학력은 아예 지원조차 못하게 원천 배제했으니까요. 연세대, 조선대 등 사립 대학들 역시 2020년 교직원 채용 당시 출신 학교별로 차별해 채용했던 사실이 교육부 감사에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명백히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1항을 위반한 경우입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지만 이를 무시했습니다. 결국 교육부 감사에서 가벼운 경고 처분으로 끝났지요. 법을 어겨도 처벌 조항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응원봉 빛을 배경으로 출신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펼침막 (교육의 봄, 국민대회 조한준 제공)

지난 1월 20일 ‘출차법’ 국민대회는 법 개정을 통해 처벌 조항을 삽입하려는 교육·시민 운동 단체의 절규였습니다.

 

채용 절차 공정화법 제4조 3에 출신학교와 학력을 삽입해 개정하려는 법률안 (교육의 봄 제공)

다시 말해 2020년 시행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의 3( 출신지역 등 개인 정보 요구 금지)에서 용모, 키, 체중, 출신 지역, 학력뿐만 아니라 ‘구직자 본인의 출신학교· 학력(學歷)’을 법 개정 시 삽입할 것을 촉구하는 외침입니다. 앞으로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채용 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7조 2항(과태료)에 근거해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게 됩니다.

 

출신학교 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의원들과 국무위원들(출처 : 교육의 봄, 국민대회 조한준 제공)

그런 의미에서 ‘출차법’ 국민대회는 공교육 정상화의 첫 걸음을 뗀 역사적인 일이었습니다. 교육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국가교육위원장 등 3명의 국무위원이 참석하였고 법안을 발의한 강득구 의원을 비롯해 8명의 국회의원과 서울시 교육감이 자리를 함께한 뜻깊은 대회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운동을 주도한 ‘교육의 봄’(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을 중심으로 311개 단체가 연대하고 420명이 참석한 국민대회였습니다. 대강당 좌석이 300석인데 양쪽 통로 바닥에 빼곡하게 앉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특히 법안 공동 발의에 이름을 올리는 걸 놓쳤던 교사 출신 백승아 의원은 축사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열심히 돕겠다”며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박홍근 의원은 “교육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국회의원은 명령을 따르는 자”라고 역설했습니다. 안민석 전 의원 또한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밥값 하는 거”라며 힘을 보탰습니다.

 

학벌이라는 거대한 괴수를 겨냥해 국회가 쏘는 첫 화살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하성환 시민기자)

무엇보다 가장 인상에 남는 발언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었습니다. 그는 출차법이 “거대한 괴수 같은 학벌주의를 국회가 정조준하여 쏘는 첫 화살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새로운 시야와 전망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모쪼록 망국적인 사교육비를 줄이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입시 고통에서 조금은 해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아가 갑갑한 현실에서 꿈을 꿀 수 있도록 ‘출차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출차법’ 개정을 주도하는 ‘교육의 봄’(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이 2월 안에 법 개정을 마치겠다는 각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만큼 311개 연대단체의 의지와 열정이 충천한 국민대회였습니다.

처벌 조항 과태료가 500만 원이 아니라 해당 기업주나 공공기관장을 단호하게 징역형으로 처벌한다면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더욱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아이들이 겪는 경쟁교육의 고통과 부모들이 떠안은 사교육비 고통이 일부 사라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초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나아가 더 근원적인 처방으로 ‘출차법’ 개정과 동시에 대학 무상교육과 사회주택 공급을 통한 청년 주거권 실현을 요구합니다. 북서유럽 교육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대학 무상교육을 실현했습니다. 우리도 10조 원 정도면 대학 무상교육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진보당 정책자료)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 교육받을 권리를 인정하거나 교육의 사회 환원 효과를 생각하면 대학 무상교육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입니다.

나아가 핀란드 국민 7명 중 한 명이 국가가 제공한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것처럼 국공유지에 사회주택을 지어 청년들이 저렴한 월세로 평생 살 수 있도록 주택 정책을 대전환해야 합니다. 공무원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 자원관리공사, 해양수산부 등 적잖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 대법원, 대검찰청 등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그 공간에 청년 사회주택을 건설하면 가능합니다. 미8군이 머물던 용산동4가 80만 평에도 대규모 사회주택을 지어 청년들에게 제공해야겠지요.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는 게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정부의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유·초·중·고·대학 무상교육이 실현되고 청년들에게 사회주택이 제공되며 정부가 복지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저출산 문제는 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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