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빚은 쿠팡을 오히려 두둔하며 한국 정부와 여당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미국 정·재계를 향해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강한 규탄 목소리를 냈다. 김민석 총리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쿠팡을 차별 대우하는 것이 아니다. 쿠팡 수사를 일반적인 통상 이슈와 구분해야 한다"고 설득하면서 사태가 한미 양국 간 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쉽게 인식을 바꿀 태세가 아니다.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연구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택배노조,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135개 단체가 결성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맞은편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정·재계의 쿠팡 비호와 내정간섭 행태를 규탄하고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 정부와 국회에는 미국 측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범죄 기업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와 제재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당당하게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엄미경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쿠팡은 우리 국민을 우롱하는 불법 기업이자 반사회적 기업이다. 노동자의 과로사를 조장하고 은폐, 조작했으며 노조 탄압을 기획했기 때문"이라며 "쿠팡은 사과는 하지 못할망정 되레 미국 정·재계를 통해 내정간섭을 하려 한다. 이런 쿠팡의 반사회적 태도와 미국 정·재계의 내정간섭을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쿠팡은 당사(當社)의 입장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소가 웃을 일이다. 핵심 이해관계자인 주요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의 법 집행이나 제도적 대응을 문제 삼아 미국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관련이 없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면서 "쿠팡 사태의 본질은 외교도 통상도 아니다. 한국에서 벌어진 불법과 불공정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정부와 국회는 흔들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은 "자영업자들의 피땀 어린 고혈을 짜내며 성장한 쿠팡의 파렴치한 행태와, 그런 범죄 기업을 대놓고 두둔하며 우리나라의 주권을 흔드는 미국의 오만한 태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이런 내정간섭을 계속한다면 미국산 불매 운동에 전 자영업자가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불법 기업 쿠팡 두둔 미국 정·재계, 주권 침해 당장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미국 정·재계의 일련의 협박성 움직임을 들어 "주권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과 규제 권한을 왜곡하고 위축시키려는 적반하장이자 언어도단"이라며 "이들이 쿠팡이 한국에서 벌이고 있는 온갖 불법과 편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불법을 저지른 뒤 수사와 규제를 압박으로 되돌려놓으려는 쿠팡의 행태는 경찰을 협박하는 조직폭력배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미국 상장 기업이 기본적인 정보보호 조치도 하지 않아 한국 국민의 4분의 3에 달하는 막대한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그런데도 미국 정·재계가 해당 사안의 심각성이나 피해 회복, 기업의 책임을 언급하기는커녕 한국 정부의 조치를 문제 삼아 외교·통상적 압박에 나선 것은 문명국가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니다"라며 "만약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거두면서 미국 노동자들을 과로사시키고 자영업자들을 수탈하며 337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어도 가만히 있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 시민들은 힘을 앞세워 쿠팡의 책임을 무마하려는 미국 측의 횡포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 정·재계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당당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며 "불법 기업 쿠팡의 영업을 정지시키고 희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라. 쿠팡을 포함해 독과점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조속히 도입하고 국제투자분쟁에도 엄중히 대처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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