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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선고 앞둔 윤석열 내란 재판, 뮤지컬을 통해 경고한다

[안지훈의 뮤지컬 읽기] 12.3 내란과 세 편의 뮤지컬

안지훈(jh510)

26.02.17 16:00최종업데이트26.02.17 18:27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오는 19일 진행된다. 전직 국무총리 한덕수씨는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고, 전직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윤석열씨의 유죄가 인정될 경우 법이 정한 형량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며,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내란 재판이 속속 진행 중인 가운데 내란 이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고민하는 '내란 극복' 과정도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상연 중인 세 편의 뮤지컬 <데스노트>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킹키부츠>를 통해 내란을 주도하고 가담한 이들을 경고하고, 현재의 양상을 비판적으로 짚어보며, 향후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을 상상해보고자 한다.

뮤지컬 <데스노트>, 괴물이 된 권력자를 향한 경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데스노트>는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가 데스노트를 손에 넣으면서 시작된다. 사신의 장난으로 지상에 떨어진 데스노트를 주운 라이토는 시험 삼아 흉악범의 이름을 노트에 적는데, 그 흉악범이 실제로 사망하자 라이토의 눈빛은 돌변한다. 이제 라이토는 자신이 정의를 바로 세울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죽어야 한다고 판단한 사람들의 이름을 데스노트에 적기 시작한다.

라이토의 정의는 합의된 정의가 아니다. 또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도 부적절한데, 공적 제도와 절차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부정선거, 반국가 세력 따위를 이야기하며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이 겹쳐 보인다. 라이토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건 데스노트가 있었기 때문이고, 윤석열이 내란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도 대통령 직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데스노트는 처음부터 라이토의 것이 아니었고, 대통령 직위도 처음부터 윤석열의 것이 아니었다. 데스노트의 원래 주인인 사신은 라이토에게 데스노트의 부적절한 사용을 경고했고, 대통령 직위를 부여한 주권자 역시 이전부터 있었던 윤석열의 권한 남용을 비판했다. 하지만 끝내 라이토는 세상의 악당을 다 제거하겠다며 멈추지 않았고, 사신은 "그럼 악당은 너만 남겠네" 하고 묵직한 경고를 날린다.

뮤지컬 <데스노트> 공연 사진(주)오디컴퍼니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라이토를 지지했고, 윤석열의 내란을 옹호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윤어게인'이 공당의 지도부 자리를 꿰찼고, 비상계엄이 내란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속속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제2의 건국' 같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세력이 있다. 문제는 라이토의 정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외침에 정의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란을 옹호하는 이들이 외치는 자유에는 실제 자유가 빠져있고, 민주주의나 공화주의라는 말들은 실제 민주주의나 공화주의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사신은 라이토에게 자신의 행위를 교정하고 멈출 기회를 수차례 제공했다. 하지만 라이토는 끝내 멈추지 않았고, 사신에 의해 사회와 영구적으로 격리된다. 사신을 사회 제도, 법 등을 뛰어넘는 광의의 규범으로 이해해보면 어떨까. 인류 보편적 가치를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하기에 과정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이행되는 윤리적 규범 말이다. 그렇다면 사신이 라이토에게 사회와의 영구 격리라는 처벌을 내렸던 것처럼, 인류 보편적 가치를 따르는 윤리적 규범도 윤석열에게 같은 벌을 내릴 것이다.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변명보다 책임 지는 괴로움을 감당하라

내란은 권위주의로 회귀하려는 반민주적인 시도였다.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은 스탈린 통치 하의 권위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등장인물은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고 오직 '맨', '우먼', '비지터'라고 불릴 뿐이다. 당의 고위 간부인 맨과 그의 아내인 우먼의 집에 자신을 비밀 경찰 '엔카베데'라고 소개하는 비지터가 들이닥친다.

비지터는 해석하기에 따라 엔카베데일 수도 있고, 맨이나 우먼의 내면일 수도 있다. 비지터가 하는 일은 맨이나 우먼을 잡아가는 게 아니라, 맨과 우먼이 무고한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자신의 자리를 유지했음을 폭로하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떳떳하지 않기에 맨은 우먼 앞에서 부끄러워하지만, 이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변명한다.

권력 앞에서 힘없는 개인이 어쩔 수 없이 비윤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자리를 내던지며 임무 수행을 거부한 이들이 내란 중에 있었다. 또 무고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고발한 맨과 달리, 내란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이들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이 시민의 저항과 더불어 조속한 계엄 해제를 가능하게 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공연 사진모먼트메이커

맨과 우먼은 평범한 가정을 이룬 평범한 사람들로 그려진다. 비지터도 악마는 길거리에 만나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일 수 있다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에게서 특별하지 않은 상황에 악이 태동할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비지터는 어떠면 악을 행한 이후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볼 기회를 맨과 우먼에게 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맨과 우먼은 끝까지 변명으로 일관한다. 성찰하고 책임지는 과정은 괴롭기에 맨과 우먼은 그 과정을 거부한다. 내란에 가담한 이들은 이후 두 유형으로 나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들 성찰하고 반성하며 자신의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는 사람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물론 여전히 내란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옹호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맨은 권위주의에 복무한 덕분에 고위 간부로 승진했지만,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자격은 주어지지 않는다. 책임을 회피하고 괴로워한 끝에 그는 스스로 고립되고, 우먼 역시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 책임보다 변명을 택한 부역자들도 결국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리라.

뮤지컬 <킹키부츠>, 상호 존중의 정치 문화를 만들어야

뮤지컬 <킹키부츠>는 여장을 한 채 쇼를 펼치는 '롤라'와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청년 '찰리'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다. 폐업 위기에 놓인 신발 공장 사장 찰리에게 롤라는 자신과 같은 '드래그 퀸'들을 위한 부츠를 만들어줄 것을 제안한다. 찰리는 제안을 받아들여 '킹키부츠'를 만들지만, 이들의 도전을 가로막는 건 편견과 배제다.

<킹키부츠>는 편견이 어떻게 서로의 연결을 막는지 보여줌과 동시에 서로에게 닿기 위해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쉽게 부서질 수 있다는 것 역시 보여준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킹키부츠>의 메시지는 편견보다는 관용을, 배제보다는 연대를 옹호하며 찰리와 롤라의 성장을 견인한다. 이러한 뮤지컬의 메시지는 그 어느 곳보다 오늘날 정치 문화에 필요해 보인다.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사진CJ ENM

민주국가의 국민 각자는 서로를 공동체의 대등한 동료로 존중하고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믿는 만큼 타인의 의견에도 동등한 가치가 부여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국회는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의겨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의 파면을 결정하며 위와 같은 말을 덧붙였다. 정치권을 향해 상호 존중하는 정치 문화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이었다. 물론 대화와 타협이 부재한 오늘날의 정치 문화를 내란의 원인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내란을 청산하고 극복하는 과정에 있는 지금, 정치 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보다 선진적인 정치 문화를 위해 앞장서 고민해야 할 사람들에게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읽는 것뿐 아니라 뮤지컬 <킹키부츠>를 관람하길 권한다.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줘"라는 뮤지컬의 당부가 정치 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닿길 바란다. 물론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은 민주적 기본 질서를 옹호하고, 반민주적 폭력 또는 야만적 권위주의와 완전히 결별한 이들이다.

한편 뮤지컬 <데스노트>는 5월 10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은 3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킹키부츠>는 3월 29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킹키부츠>는 향후 광주(4월 4~5일), 대구(4월 11~19일), 부산(04월 25~5월 3일)을 차례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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