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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의 진짜 승자는 중국?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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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4.04 09:05

  • 수정 2026.04.0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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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패권 안길 ‘21세기 아우스터리츠 회전’?

전략부재 속 무너진 트럼프와 지지자들의 꿈

미국의 이란 공격 이유는 약해지고 있다는 자각

변덕스런 미국보다 냉소적 중국에 더 많은 기회

하지만 누가 최후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 30일 한국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김해국제공항에서 만나 회담한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5.10.30. 로이터 연합뉴스

“적이 실수할 때는 절대 방해하지 마라.”

1805년 12월 2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끄는 프랑스군이 러시아-오스트리아 연합군을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대파했다. 나폴레옹 생애 최고의 승리 가운데 하나로 기록된 이 아우스터리츠 회전에서 프랑스군이 적진의 중앙을 돌파하는 과감한 작전에 연합군이 고지를 내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하자 나폴레옹이 했다는 얘기가 바로 위의 경구다. 그 전투 결과 제3차 프랑스 대항동맹이 붕괴되고 나폴레옹의 유럽대륙 패권은 확고해졌다.

이코노미스트가 중국의 외교관, 정책 고문, 학자, 전문가, 그리고 현직 및 전직 관리들과 진행했다는 인터뷰 결과를 정리한 지난 1일 기사에서 이 경구를 인용했다. 인터뷰한 거의 모든 중국인들이 미국-이란 전쟁을 미국이 저지른 심각한 실수(grave American error)로 봤고, 나폴레옹의 경구를 이해하고 있었을 그들은 미국의 실수를 즐기면서 그것이 중국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무너진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꿈

애초에 미국 트럼프 정권이 이란을 침공할 때 의도한 것은 그와 정반대였다. 미국은 자국의 압도적 무력 행사가 이란의 정권을 단기간에 약화시키고 핵개발 야심을 좌절시킴으로써 중동의 지정학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낙관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 전쟁이 급부상하는 중국을 굴복시켜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석유 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를 압도적 무력으로 사실상 ‘접수’한 데 이어 매장량 3위인 중동의 강국 이란마저 친미국가로 돌려세울 경우 그들 나라에서 막대한 원유를 수입해 온 중국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지정학이 바뀔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해서 세계 에너지 통제권을 손에 쥐게 될 미국의 궁극적 전쟁 목적이라는 분석들이 있었다. 미국에 직접 대적하기 어려운 중국의 애매한 대응은 중국이 그 우호국 내지 동지국들 보호에 소극적이거나 무능력한 모습을 부각시켜, 도전세력 없는 팍스 아메리카나 패권의 영속성에 대한 신화를 다시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 이유는 약해지고 있다는 자각

맞서 싸운 상대가 중국이 아니라 이란이었지만, 이코노미스트가 인터뷰한 중국의 유력자들은 이번 전쟁에서 전략 부재 속에 ‘호르무즈 봉쇄의 늪’에 빨려들어가는 트럼프와 미국의 실수를 지켜보며 환호했을 법도 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많은 중국인들은 이번 전쟁이 이미 진행 중인 미국의 쇠퇴를 가속시킬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들은 미국의 공격적인 행보를 시진핑 주석이 경제성장보다 안보를 우선시하는 정책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면서, 전쟁이 끝나면 중국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했다.

베이징에서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이유가 미국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19세기의 영국처럼,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 과시는 목적의식이나 자제력 부족 내지 전략 부재 속에서 감행됐고, 실패는 예고된 것이었다. 이란이 혼란에 빠지거나 공격에도 정권이 유지된다면 미국은 중동에서 수년간 분쟁을 해결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강행한다면 미국은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뒤에서 미소짓고 있는 시진핑 중국 주석. 이코노미스트 4월 1일

중국에 패권 안길 ‘21세기 아우스터리츠 회전’?

이 모든 것은 미국을 동아시아에서 멀어지게 할 것이며, 만약 상황이 중국이 뜻한 바대로 돌아간다면 21세기의 판도가 바뀔 것이다. 이번 전쟁의 실패는 미국에 의존해 온 국가들에게도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다. 동맹국 미국의 신뢰도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성급한 미국의 일방적 결정 때문에 에너지와 원자재 구입난에 시달리고 급등한 비용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심지어 미국은 자신이 저절러 놓은 호르무즈 봉쇄 해제라는 난제 해결 책임을 그 피해자인 동맹국과 걸프 산유국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결국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눈치를 보며 중국을 자극하는 것을 더욱 경계하게 되지 않을까. 이미 실패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미국의 아시아재균형전략(Pivot to Asia)은 무너지고, 이란이 대신 치른 21세기판 아우스터리츠 전투로 아시아 대륙의 패권을 중국이 쥐게 되지 않을까. 이미 미국은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남중국해에 있던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을 중동지역 관할 중부사령부 쪽으로 옮겼고, 한국에 배치했던 사드 포대와 일본 주둔 미 해병대 일부 역시 한일과 상의도 없이 중동지역으로 빼돌렸다.

변덕스런 미국보다 중국에 더 많은 기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관리들은 이번 전쟁이 시진핑 주석이 기술과 원자재 자립을 강조해 온 정책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여긴다. 비록 시 주석의 그런 정책이 경제성장을 희생시켰지만, 그는 중국의 주요 물류 통로가 차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 수 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13억 배럴의 전략 원유 비축량을 확보했고, 석탄 채굴을 계속하면서도 원자력, 태양광, 풍력으로 발전 인프라를 다원화했다. 거기에다 호르무즈 봉쇄에도 이란과의 거래를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하는 실용적인 전략까지 펼치고 있다.

미국의 관세 공세에 대한 억지력으로 자체적인 물류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했다. 미국의 관세전쟁에 희토류 공급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고, 필수 의약품 원료, 일부 반도체 등을 포함한 새로운 대미 압박 지점들을 모색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과 로봇공학 같은 첨단기술 분야의 주도권도 노리고 있다.

전쟁이 끝나고 재건 시기로 들어가면 중국에겐 또 다른 기회들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돈 많은 걸프 산유국들의 수익성 높은 재건 건설계약들을 따낼 수 있을 것이고, 호르무즈 봉쇄 트라우마를 지니게 된 많은 국가들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제조업 등 중국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친환경 기술을 구매하려 할 것이다. 이 분야는 모두 그러잖아도 중국이 지금 과잉생산 능력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 나라는 말 많은 트럼프가 유감없이 보여 준 변덕스러운 미국보다 차라리 자국 이익 추구에 충실한 냉소적인 중국이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중국은 이란 침공으로 상처 입고 허약해진 미국을 이용할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협상은 그 전보다 더 수월해질 것이다. 5월 중순으로 재조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중국정부는 미국의 관세와 수출 통제를 완화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 할 것이다.

‘대만 문제’도 헨리 키신저 외교가 설정해 놓은 모호한 표현에서 벗어나 대만 독립을 반대하고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약속을 더 명확한 형태로 트럼프한테서 받아내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최후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매사가 중국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개될 듯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뷰에 응한 중국인들의 낙관론과 기대는 불안감으로 다소 짓눌려 있었다.

예컨대 전문가들은 압도적 무력의 미군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작전을 조율하는 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는 2027년까지로 시한을 정했다고 알려진 시진핑 주석의 대만 무력병합 주장을 일축할 만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많은 나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겠지만 성장의 3분의 1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수출이 입게 될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중국은 서방 가치관에 불만을 토로하지만, 미국이 유지해 온 질서 아래서 번영을 누려 왔다. 2001년 빌 클린턴 정부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끌어들인 것이 중국의 폭발적 성장을 이끈 ‘신의 한 수’였다. 불안정한 세계는 중국에게 불편하다. 혼란과 혼돈의 세계는 수출 주도형 성장을 방해할 것이며, 이는 번영과 철권통치, 그리고 중국 예외주의에 정당성을 두고 있는 중국공산당에겐 큰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이런 ‘나쁜 시나리오’가 미국의 쇠퇴와 함께 찾아올 수도 있다. 동반 쇠퇴라고 해야 할까. 그럴 경우 중국이 더 위험해질지도 모른다.

미국은 기술적, 정치적 변화에 직면하면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놀라운 능력을 건국 이래 여러 차례 보여 주었다. 하지만 중국은 그러기에는 너무 조심스러워하고 고령화돼 있으며, 공산당의 이념에 얽매여 있다. 중국의 낙관적 미래 전망은 미국이 자초한 혼란 속에서 쇠퇴할 것이라는 가정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여러 차례 그래 왔듯이 격변을 수용하는 반면 중국이 오히려 고립되는 미래가 도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미래는 인터뷰한 중국인들이 기대한 것과 달라지거나 정반대로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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