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럽게도 정치는 도덕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의 토대는 그 많은 욕을 먹었던 3당 합당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기반은 DJP(김대중-김종필-박태준) 연합이었다.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로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탄생은 대통령 탄핵에 따른 민심의 쏠림 덕분이었다. 중도층 합류가 결정적이었다.
이 뻔한 정치 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진정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바란다면, 핵심 지지층의 '지분'을 내세워 위화감을 조성할 게 아니라 지지층을 늘려서 범국민적 지지를 받게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돌이켜 보면 역대 민주당 정권의 외연 확장 시도는 매번 논란을 넘어 분란에 휩싸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동진(東進) 정책은 동서 화합을 통한 국민통합이라는 대의가 있었음에도 전통 지지층에게 배신감을 안겼다. 전·노(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은 더했다. 많은 사람이 분노를 터뜨렸는데,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DJ는 지지층 이탈의 아픔을 감내하면서 화합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반대 진영은 물론 지지층으로부터도 극렬한 반감을 샀다. 하지만 지역주의 타파에 정치 인생을 건 그의 진정성을 이해한다면, 비록 방법론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렇게까지 분개할 일은 아니었다(나 역시 비난 대열에 동참했지만). 노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발과 진보적 가치의 훼손을 무릅쓰고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결단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결이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바람에 손쉽게 정권을 차지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임기 초반 국민의 압도적 지지에 자만과 독선의 늪에 빠졌다. 정권의 신뢰를 등에 업은 윤석열 검찰의 적폐 청산 수사는 성과가 적지 않았지만, 진영 간 적대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 정치적 표적 수사의 산물이지만 불공정 문제에 불을 지핀 조국 사태는 지지층 분열과 중도층 이탈을 빚었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지지층 결집 효과를 냈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의 반감을 키웠다. 섣부른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정책, 무성의한 코로나 피해 보상은 500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원성을 샀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한 부동산 실정은 서민과 중도층, 청년층에게 타격을 입혀 정권 심판론의 명분을 제공했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정책적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두 정부의 탄생 배경과 정치적 환경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다른 점은 이념 지형과 지지기반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적 가치에 중점을 뒀다면,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가치를 중시한다. 두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은 겹치지만, 이재명 정부의 지지층은 좀 더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은 곧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핵심 지지층 분열과 이탈에 대한 우려는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일반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잣대로 정권을 흔드는 건 권력 투쟁, 이념 투쟁으로 비칠 뿐이다. 그러면 노무현 정부 때 그랬듯이 국정 안정감과 신뢰도가 떨어지고, 나아가 정권 재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부 분열로 휘청거린다면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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