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대 극우화'라는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극우화의 흐름을 조금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실에서 만나는 초등학생들은 극우 이념을 공부하지 않는다. 극우 유튜버를 후원하지도, 편향된 역사책을 읽지도 않는다. 그런데 극우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는 말이 어느새 학교에 들어와 있었다.
"이기야! 이기!"
*"이기야(이거야)"는 2006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관련 연설에서 했던 발언 "대한민국 군대들 지금까지 뭐했노, 이기야"를 일베에서 희화화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또 나쁜 말. 예쁜 말 써야지."
"네,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쓰는 극우의 언어는 '웃긴 말'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그냥 일종의 '드립' 같은 것이다. 특별히 전라도를 미워해서도 아니고, 장애인을 혐오해서 비하 표현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그 말을 하면 친구들이 웃기 때문이다. 표현이 자극적일수록 반응은 더 크다.
많은 사람들이 '10대 극우화'를 염려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다. 아이들이 흉내 내고 있는 것은 어른들의 언어다. 정치인은 상대를 향해 막말을 퍼붓고, 유튜브는 자극적인 혐오 콘텐츠를 추천한다. 인플루언서는 조롱으로 돈을 번다.
교실에서는 "고운 말을 쓰자"라고 가르치는데, 교실 밖에서는 거친 말이 박수를 받는다.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칙이 있으면 뭐 하나. 하교 후 인터넷 세상에서는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데. 그럼 아이들이 잘못 배운 걸까. 아니면 어른들이 잘못 가르친 걸까.
"그 말이 어디에서 나온 말인지 알고 쓰냐? 누군가는 상처받는다."
"죄송합니다."
"반성은 빨라서 좋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생각보다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초등학생은 아직 교사의 눈빛에 멈출 줄 아는 나이다. 못된 것만 배웠다고 아이를 호되게 꾸짖고 싶지는 않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혐오의 언어를 장난으로 넘기지 않는 연습이다.
10대 극우화를 걱정한다면 아이들만 들여다볼 일이 아니다. 나는 묻고 싶다. 과연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흉내 내고 싶은 좋은 말을 만들어 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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