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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툭 던지는 초등학생들의 일베식 말투... 덜컥 겁이 났다

[10대 극우화, 해법은 없나] 혐오표현이 '박수'를 받는 교실 밖 세상... 아이들만 나무랄 수 있을까

26.07.20 07:08최종 업데이트 26.07.20 07:08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일고 학생들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고 외친 사실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10대 학생들이 극우세력·일베발 '혐오'에 물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새삼 확인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전현직 교사 시민기자들이 필자로 참여하는 <10대 극우화, 해법은 없나> 기획을 통해 '10대 극우화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고, 우리 사회와 학교의 변화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말]

"야구 응원할 때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그런 말 쓰면 안 된대요."

"맞아, 너희도 야구 배우지?"

한 반에 여덟 명밖에 없는 시골 초등학교지만, 두 명이나 주말 야구를 한다. 그냥 친구끼리 삼삼오오 하는 야구가 아니다. 지역 클럽에 소속되어 단체 점퍼까지 갖춰 입는 나름 제대로 된 야구다. 그러다 보니 야구하는 아이들은 배재고의 '탱크데이, 스타벅스 가야지' 지역 비하 응원 사건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스타벅스에 갈 일도 없고, 커피를 마시지도 않는 나머지 5학년 남자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서 나라가 시끄러웠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아직 사회 수업에서 한국사를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으니(5학년 2학기부터 배운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말 끝에 '노' 붙이고... 일베 모르는 아이들이 왜 이런 말투 쓸까

멋진 표어. 소리내어 여러 번 따라 읽었다.이준수

탱크데이나 '스타벅스 가야지'는 한국사를 좀 알아야 가능한 조롱이다.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내게는 일정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는 조롱보다도 '~했노, ~좋노' 말투가 더 곤란하다. 강원도인 이곳에서도 오래전부터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웃긴 말투로 슬며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밥 빨리 먹었노."

울산이 고향인 내게는 몹시도 어색한 표현이었다. 경상도에서는 이런 식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 "밥 빨리 묵었네"나 "벌써 다 뭇나?"는 자연스러워도 "밥 빨리 먹었노"는 부자연스러웠다. 덜컥 겁이 났다. 정체불명의 '~했노'는 일베에서 쓰는 표현 아닌가.

"그게 무슨 말이야? 신기한 말투네."

"경상도 사투리잖아요."

"아 그래? 선생님이 듣기에는 조금 어색해서."

"쌤, 사투리 해 보세요."

해맑게 사투리를 요구하는 아이는 웃는 얼굴이었다. 일베라는 곳의 '이응'도 모르는 아이였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사용하는 '~노'와 일베식 말투의 '~노'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경상도 사투리를 전혀 모르는 초등학생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디서 이런 말을 들었어?"

"틱톡이랑 유튜브 쇼츠요."

"그랬구나. 그런데 말 끝에 '노'를 붙인다고 모두 경상도 사투리는 아니야."

간단한 경상도 사투리 몇 개를 알려주고 아이를 돌려보냈다. 그렇지만 마음 어딘가가 찜찜했다. 당시의 내 심정을 경상도 식으로 표현하면 '와, 억수로 애매하네'였다. "밥 빨리 먹었노"를 가지고서 아이를 지적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모욕한 것도 아닌데. 그렇지만 습관적으로 '~그랬노'를 붙이는 건 학급 언어 사용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았다.

"앙, 기모찌"부터 "~좋노"에 이르기까지 학교 아이들은 말 중간중간 일베식 용어를 사용한다. 그렇지만 그 아이들은 악의를 가지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일베가 무엇인지, 극우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동시에 안심할 수도 없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마주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다

지역 비하 성격을 가진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대표 선수가 6일 전남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광주일고 야구부 대표 선수에게 사과문을 전달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나는 '10대 극우화'라는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극우화의 흐름을 조금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실에서 만나는 초등학생들은 극우 이념을 공부하지 않는다. 극우 유튜버를 후원하지도, 편향된 역사책을 읽지도 않는다. 그런데 극우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는 말이 어느새 학교에 들어와 있었다.

"이기야! 이기!"

*"이기야(이거야)"는 2006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관련 연설에서 했던 발언 "대한민국 군대들 지금까지 뭐했노, 이기야"를 일베에서 희화화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또 나쁜 말. 예쁜 말 써야지."

"네,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쓰는 극우의 언어는 '웃긴 말'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그냥 일종의 '드립' 같은 것이다. 특별히 전라도를 미워해서도 아니고, 장애인을 혐오해서 비하 표현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그 말을 하면 친구들이 웃기 때문이다. 표현이 자극적일수록 반응은 더 크다.

많은 사람들이 '10대 극우화'를 염려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다. 아이들이 흉내 내고 있는 것은 어른들의 언어다. 정치인은 상대를 향해 막말을 퍼붓고, 유튜브는 자극적인 혐오 콘텐츠를 추천한다. 인플루언서는 조롱으로 돈을 번다.

교실에서는 "고운 말을 쓰자"라고 가르치는데, 교실 밖에서는 거친 말이 박수를 받는다.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칙이 있으면 뭐 하나. 하교 후 인터넷 세상에서는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데. 그럼 아이들이 잘못 배운 걸까. 아니면 어른들이 잘못 가르친 걸까.

"그 말이 어디에서 나온 말인지 알고 쓰냐? 누군가는 상처받는다."

"죄송합니다."

"반성은 빨라서 좋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생각보다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초등학생은 아직 교사의 눈빛에 멈출 줄 아는 나이다. 못된 것만 배웠다고 아이를 호되게 꾸짖고 싶지는 않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혐오의 언어를 장난으로 넘기지 않는 연습이다.

10대 극우화를 걱정한다면 아이들만 들여다볼 일이 아니다. 나는 묻고 싶다. 과연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흉내 내고 싶은 좋은 말을 만들어 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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