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복지는 정부만의 힘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럴 수 없다. AI는 행정기관만으로 완성되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AI는 데이터, 알고리즘, 컴퓨팅 인프라, 보안, 윤리, 법제도, 그리고 시민의 신뢰가 함께 작동해야 비로소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 복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AI가 복지를 결정해도 되는지, 국가는 국민의 데이터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알고리즘이 사회적 약자를 낙인찍지는 않는지, 그리고 AI가 잘못 판단했을 때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모든 질문은 결국 하나의 문제로 연결된다. 누가 AI를 통제할 것인가. 답은 정부만이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 학계, 시민사회, 그리고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공 AI 거버넌스(Public AI Governance)가 필요하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다. 많은 사람들은 AI를 하나의 기술로 생각한다. 그러나 공공영역에서 AI는 기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복지 AI는 민간기업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정부가 보유한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연구기관의 검증과 시민사회의 감시를 통해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어느 한 주체만으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구조다.
만약 정부가 기술을 독점한다면 투명성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이 AI를 주도한다면 공공성보다 효율성과 수익성이 우선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전문가의 검증과 시민의 참여가 부족하다면 AI는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AI 시대 복지는 정부가 '운영하는' 제도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설계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공공 AI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공공 AI 거버넌스는 단순히 여러 기관이 협력하는 체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AI를 기획하고 개발하며 운영하고 평가하는 모든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책임체계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성과 복지 수요를 반영하여 AI를 운영해야 한다. 민간기업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학계는 알고리즘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AI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처럼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가 바로 공공 AI 거버넌스다.
국제사회는 왜 거버넌스를 강조하는가? 국제사회는 AI 기술의 발전보다 거버넌스 구축을 더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I 원칙은 AI의 혁신과 함께 포용적 성장, 인간 중심 가치, 투명성, 책임성, 책무성(Accountability)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 유네스코 「인공지능 윤리 권고」 역시 AI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부뿐 아니라 기업, 연구기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다중 이해관계자(Multi-stakeholder) 접근을 강조한다. 이는 AI가 특정 조직의 기술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복지 분야일수록 이런 원칙은 더욱 중요하다. 복지는 국민의 삶과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를 구축했고, 사회보장정보시스템과 AI 기반 위기가구 발굴 등 디지털 복지행정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거버넌스를 완성하는 일이다.
첫째, 복지 AI의 개발과 운영 과정에 독립적인 윤리·인권 검토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알고리즘의 성능뿐 아니라 공정성과 차별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알고리즘 영향평가(Algorithmic Impact Assessment, AIA)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민이 AI의 활용 현황을 이해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참여 절차를 확대해야 한다. 넷째, 정부와 기업, 학계, 시민사회가 함께 정책을 논의하는 상설 공공 AI 거버넌스 협의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AI는 기술이지만, 신뢰는 제도에서 만들어진다. 좋은 AI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에서 완성된다. AI는 앞으로 복지국가의 모습을 크게 바꿀 것이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민이 신뢰하는 복지는 가장 똑똑한 AI를 가진 복지가 아니라, 가장 책임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복지다.
공공 AI 거버넌스는 기술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AI가 국민의 신뢰 속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적 기반이다. AI 대전환 시대의 복지국가는 정부 혼자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정부와 기업, 학계, 시민사회, 그리고 국민이 함께 설계하는 나라다. 기술은 혼자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신뢰는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람 중심 디지털 복지국가의 모습이다.
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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