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란과 우크라 전쟁 "제3차 세계대전의 남북 두 전선"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7/25 07:50
  • 수정일
    2026/07/25 07:5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 국제

  • 입력 2026.07.24 20:20

  • 수정 2026.07.25 07:31

  • 댓글 0

“구미가 패배하면 서양의 세계지배도 끝날 것”

프랑스 역사인구학자 토드 ‘문예춘추’ 기고

미 미사일 소모시킨 러-이란 공동전선+중국

지난 20년간 이란 근대화와 민주화 아뤄내

생산력 지표는 GDP가 아니라 엔지니어 수

러중의 권위주의체제 vs 구미의 리버럴체제

러 지구전, 유럽 무너지면 우크라전쟁 끝날 것

"제3차 대전 패배로 서양의 세계지배도 끝날 것"

이란의 졸파가르 미사일이 7월 24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광장에 전시되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 전역의 여러 지역을 공습했다. 2026.7.24. EPA 연합뉴스

프랑스의 역사인구학자·가족인류학자 에마뉘엘 토드는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출간된 저서 ‘서양의 패배와 일본의 선택’(문예춘추)에서 지난해 6월의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12일 전쟁’)에 대해 “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이란의 핵개발이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드론 제조”라고 했다. 고가의 항공전력을 포기하고 값싼 미사일과 드론 개발에 집중한 이란의 그런 ‘비대칭 방위전략’ 선택의 탁월성은 올해 2월 28일 미국 주도로 재개된 미국·이스라엘의 대규모 이란 공격 이후 전개된 전쟁에서 다시한번 입증됐다.

제3차 세계대전 북부전선과 남부전선

그에 따르면, 전쟁 초기 단계에서는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한 미국과 이스라엘이 압도했으나, 이란이 드론 등의 값싼 대량의 무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비대칭전략’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붙여 서서히 형세를 역전시키고 마침내 이란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14개 항목의 각서’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전쟁은 아직 종결되진 않았으나 이기고 있는 쪽은 이란이다.

토드는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 8월호(7월 10일 시판) 기고문에서 미국-이란 전쟁을, 2022년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제3차 세계대전’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두 전쟁이 각기 다른 개별전쟁이 아니라 “제3차 세계대전의 ‘남부전선’(이란)과 ‘북부전선’(우크라이나)”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제3차 세게대전이 미국-이란 전쟁으로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7월 24일 이라크 북부 도시 이르빌에 있는 미군 기지 인근에서 폭발 후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7.24. AP 연합뉴스

두 전쟁의 핵심 당사국은 미국

“‘북부전선’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인과 유럽인을 앞장세워 ‘간접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남부전선’에서는 미국이 동맹국인 이스라엘 지원 아래 이란과 ‘직접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토드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로비에 말려들어가 이란전쟁을 시작했다는 보도들이 있었지만 그런 말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며, 지금 이스라엘의 요구를 무시한 채 이란과 종전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각료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니힐리즘에 빠져 국가 방향상실 상태에서 전쟁 자체가 자기목적화해 버린 이스라엘”을 “적을 향해 달려드는 맹견처럼 풀어서 이용해 온” 미국이 자신들의 패배 책임을 이스라엘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드는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내의 석유시설 등을 공격하고 러시아도 키이우 등 돈바스 지역 외의 도시들을 공격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현상을 이해하려 애쓰면서 이 전쟁과 ‘이란전쟁’을 제3차 세계대전의 두 개의 전선으로 파악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 세계대전은 과거의 세계대전과 비교해서 사망자 수는 훨씬 적지만 복수의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은 ‘유럽전선’에서 독일, ‘태평양전선’에서 일본과 동시에 싸웠지만 그 두 전선이 그다지 깊숙하게 연결돼 있진 않았다. (···) 이번 전쟁의 두 개의 전선은 그때보다 훨씬 더 밀접하게 얽혀 있고, 동아시아(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고려하면 전세계)에까지 형향을 끼치고 있다.

 

7월 24일 새벽,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위치한 러시아 전자상거래 대기업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주거 지역 위로 치솟는 가운데 차량들이 도로를 따라 주행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 화재로 인해 역사적인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연기가 퍼져나갔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의 에너지, 군사 및 물류 시설에 대한 장거리 드론 공격을 강화하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흑해 반도 크림반도를 포함한 10여 개 지역에서 밤새 571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2026.7.24. AFP 연합뉴스

미 미사일 비축 소모시키는 러-이 공동전선+중국

지금 북부전선에서 우크라이나가 군사시설과 석유관련 시설 등 러시아 영내의 상당히 깊숙한 곳들까지로 공격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정보 덕이다. 남부전선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적하고 있는 이란의 드론이나 미사일 공격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러시아가 제공하는 군사정보 덕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단계에서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제공받은 드론(샤헤드)의 도움을 크게 받은 것과 관련이 있다. 미국 미사일 비축을 소모시켰다는 점에서 이란과 러시아는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여기에 중국도 관여하고 있다. 북부전선에서 미국과 싸우는 러시아를 경제면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 중국이며, 남부전선에서 미국과 싸우는 이란을 경제면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도 중국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대상국이며, 구미의 제재로 국제 결제시스템에서 러시아가 배제당한 뒤 중-러 교역은 미국 달러에서 중국 위안화와 러시아 루블화로 결제수단이 바뀌고 중국 은행들이 러시아의 국제결제를 떠받치고 있다. 중국은 이란에서도 수출입 양면에서 최대 교역대상국이 됐으며, 특히 수출 원유의 90%를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 두 개의 세계대전과 비교해서 이번 3차 세계대전은 ‘경제전쟁’ 측면이 강하고, 남북 두 개의 전선은 훨씬 더 긴밀하게 연동하고 있다.

지난 20년간의 이란 근대화와 민주화

토드는 이번 미국-이란 전쟁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놓치고 있는 지난 20여 년에 걸친 ‘이란의 근대화’ 성과에 주목하면서, 그것이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고 드론과 미사일을 대량생산해 지구전을 펼칠 수 있게 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키게 만들었다고 봤다.

그는 “식자율(문자해독률)·과 혁명의 상관관계를 발견”한 영국의 역사가 로렌스 스톤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썼다.

“이란에서는 젊은 남성의 식자율 50%라는 허들(장애물)이 1964년 무렵 무너졌고, 그 15년 뒤에 이란혁명(1979년의 호메이니 이슬람혁명)이 일어났다. 1981년 무렵에는 젊은 여성의 식자율도 50%가 넘었고, 1985년 무렵에는 출생률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명칭 속의 ‘이슬람’이라는 말 때문에 ‘민주주의’적 측면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란혁명은 분명 ‘종교적 혁명’이었으나, 크롬웰이 이끌었던 영국 퓨리턴(청교도)혁명과 다를 게 없다. 신의 이름으로 왕정을 타도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양자는 같은 것이다.”

인구역사학자답게 토드는 이란이 세계최강 미국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역습’에 성공한 이유를 이처럼 식자율과 출생률이라는 인구통계학적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2000년에 간행된 ‘문명의 접근’에서 나는 이슬람권의 출생률 저하에 주목했는데, 그 중에서도 이란의 극적인 (출생률/출산률) 저하는 도드라졌다. 1980년대 전반에 약 6.5명이었던 것이 2000년 초에는 2.1명 아래로 내려갔다. 이는 당시의 프랑스와 같은 수치였는데, 그것이 20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올해 5월 18일(너무 인상적이어서 날짜까지 기억한다) 2025년의 이란 출생률이 1.35명이었다는 것을 타스님 통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이것은 저출산으로 고민하는 독일과 같은 수치(2024년)다. 모두 인구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걸 의미한다. 꼭 기뻐해야 할 수치라곤 할 수 없지만,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사회로서의 성숙’을 말해 주고 있다.”

이것이 이란이 지난 20년간 이룩한 민주주의적 측면의 성과이며, 이슬람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그것을 보지 못하거나 보지 않으려 할 경우 사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생산력 지표는 GDP가 아니라 엔지니어 수

토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내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서양이 패배하고 러시아가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인구가 미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러시아가 미국보다 더 많은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에 따르면, 전쟁이 길어질수록 필요성이 증가하는 것은 고가의 최첨단 무기보다 값싸고 심플한(간편한) 대량의 무기다. 지구전이란 이런 무기를 얼마나 많이 제조할 수 있느냐는 ‘생산력 싸움’이다. 사실 미국은 지구전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정도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GDP(국내총생산) 합계는 서방국가들(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한국)의 겨우 3.3%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 3.3% 쪽이 서방국가들보다 많은 무기를 공급할 수 있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GDP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지표여서 ‘진짜 경제력(생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뒤부터 1970년대까지는 철강, 자동차, 냉장고, TV 등 실물경제가 중심이었고, GDP도 의미를 지닐 수 있었으나, 산업구조가 바뀌고 물품보다 서비스 비율이 높아지면서 GDP는 실제 생산력을 측정하는 지표로서의 리얼리티(현실감)를 상실했다. 오늘날 미국의 팽대한 GDP에는 ‘평균수명 연장에 기여하는 바가 없는데도 너무 비싼 의료비’, ‘소송 대국의 터무니없는 변호사비용’, ‘세계 제일의 수용인수를 자랑하는 교도소’ 등 결코 생산적이라고 할 수 없는 서비스 부문의 GDP가 잔뜩 포함돼 있다.

“오늘날 ‘진정한 생산력’을 보여주는 것은 GDP가 아니라 ‘엔지니어의 수’다. 그런 점에서 이란은 고등교육 진학률이 높고 또 이공계 비율이 많아,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엔지니어 대국’이다. 고등교육 수료자들 중 엔지니어 교육을 전공하는 비율이 미국에서는 7%, 프랑스에서는 15%인데 비해 이란에서는 30%다. 총인구를 감안하면 이란은 프랑스의 약 3배나 되는 인제니어를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미사일과 드론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이 생산력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격미사일들을 소모시켜 방공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안전보장을 미국에 의존해 온 아랍의 걸프만 국가들은 미군기지의 존재가 자국의 ‘안전’이 아니라 ‘리스크’(위험)를 높이는 모순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도 엔지니어 면에서 미국을 압도할 것이다. 미국이 특히 제조업 생산력에서 중국과 상대가 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중국공산당 지도부도 대체로 이공계 출신인데 비해 미국 지배집단은 금융과 경영 등 경제 엘리트와 법률전문가들이 대세를 차지한다.

이란과 남인도, 새로운 비서양 근대화 모델

토드는 이란의 비약적 발전이 “세계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서양에 완전히 식민지배당한 역사가 없는 이란의 발전을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에 비기면서, 최근 급속도로 산업화하고 있는 남인도의 ‘타밀 나두’ 지역과도 비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타밀 나두의 출생률은 1.3명이다. 오늘날 눈부신 ‘이륙’를 하면서 ‘초근대성’을 체현하고 있는 남인도도 이란과 마찬가지로 출생률의 극적인 저하를 보이고 있는 것인데, 뒤집어서 얘기하면, 출생률의 극적인 저하 자체가 사회의 급속한 ‘근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토드에 따르면 비서양권의 근대화는 먼저 일본에서 시작해서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호랑이’, 다음에 중국, 남인도, 이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을 하나의 연속적인 ‘물결’로 파악할 수 있지만, 인구역사 및 가족인류학자로서 토드는 유럽과 닮은 가족구조를 지닌 한국, 일본, 중국과 남인도 및 이란의 그것은 다르다면서, 서양에 유사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이란과 남인도의 비약적인 발전을 ‘제2의 근대화 물결’ 또는 ‘초근대화 물결’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근대화 모델을 서양이 독점해 온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러중의 권위주의체제 vs 구미의 리버럴체제

토드는 이런 이란과 러시아, 중국을 ‘권위주의체제 국가’로 분류하면서 “현실에 기반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들의 국익에 따라 전략적 사고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 언동이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부류로 파악했다. 매우 긍정적이다.

이에 대비되는 또 하나의 부류로 그는 “근시안적이고 전략적 사고가 결여돼 있으며, 자신들의 국익에 반하는 경우에도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조급하게 비합리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 언동이 예측 불가능하고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을 들면서 “‘리버럴’이라 자칭해 온 미국과 유럽이 바로 그들”이라고 지목했다. 매우 부정적이다.

문제 해결능력이 뛰어난 중앙집권적 과두지배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토드의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구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며 “전쟁 승리가 이미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러시아에게 가능한 한 많은 희생을 치르게 하는 것, 러시아를 가능한 한 약체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이란과 연계된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발표한 후에도 아덴 항구의 선박 통행은 비교적 원활했다. 2026.7.23. 로이터 연합뉴스

러 지구전, 유럽 무너지면 우크라전쟁 끝날 것

토드는 러시아가 처음부터 대규모 동원을 통한 단기결전이 아니라 지구전을 상정하고 있었지만 영원히 싸울 수는 없다면서, 자신이 당초에 “러시아는 개전 뒤 5년 안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예상했던 까닭은 러시아가 “5년 뒤에는 동원 가능한 연령층의 인구가 격감하는” 타임 리밋(시간적 제약)에 걸릴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유럽경제를 파괴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석유와 비료, 알루미늄의 공급 부족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공급이 끊어진 뒤 이미 약체화하고 있던 유럽경제를 한층 더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러시아의 합리적 전략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해 쓸데없이 소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경제가 스스로 붕괴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며, 유럽이 무너지는 소리를 내면 필연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러시아에게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소모전이 아니라 남부전선에서 이란을 지원함으로써 서양 흔들기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토드는 썼다.

저출산 중국, 2080년까진 고급 노동력 대미 우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중국의 경우, 역시 심각한 인구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나 인구감소에 따른 우수한 노동력의 부족은 과학·공학계 고등교육 이수자들의 지속적인 증가와 AI(인공지능), 로봇에 의한 노동력 대체를 통해 당분간은 보완될 것이라며, 높은 기능을 지닌 노동력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기는 2080년 무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꿔 말하면 “중국에게는 2080년까지 미국과 대결하기 위한 시간이 듬뿍 주어져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군사면과 금융면에서 세계패권을 장악하면서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 세계에서 계속 수입을 하는 방식으로 생존해 왔다. 그런데 이 패권 시스템이 종말을 맞고 있다는 것은 자국 생산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미국인의 생활수준을 극적으로 저하시켜 미국사회를 밑바탕에서 떠받쳐 온 모든 균형을 붕괴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세계가 미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지만, 실은 “미국이 세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며, 세계에 긴장과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세계에 기생하는 미국”이라면서, 토드는 세계에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은 자원이 풍부해 “세계에 의존하지 않는 러시아”라 주장했다. 숨김없는 ‘반미 친러’적 성향이 드러나 있다.

 

에마뉘엘 토드. 위키피디아

제3차 대전 패배로 서양의 세계지배도 끝날 것

토드는 어쨌거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이 전쟁이 어느 시기에 “서양의 패배”로 끝날 것이라는 것이며, 서양과 적대해 온 진영이 승리를 거둘 경우 16세기 이후 계속돼 온 “서양에 의한 세계지배”가 마침내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면서, “뒤집어서 말하면 ‘진정한 평화’는 ‘미국 패권시스템의 완전한 붕괴’ 뒤에야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미국은 유럽과 극동, 페르시아만의 동맹국(토드는 '속국'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했다)들 모두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토드는 지적했다.

일본의 대미 의존은 "자살 행위"

토드는 미국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동맹국을 파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곧 “유럽의 파괴,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파괴, 그리고 일본경제와 한국경제의 파괴” 그리고 중국과의 전쟁에서 반도체 강국 대만을 이용하고 버리는 ‘토사구팽’이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유럽과 중동, 극동 등 유라시아의 지배 거점들을 버릴 수밖에 없게 될 때(토드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패배는 이미 분명해진 것으로 본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러시아와 중국, 이란의 손에 넘기느니 차라리 그런 나라들을 파괴해 버리겠다는 심리라면서, 토드는 미국의 진짜 목적이 러시아의 대두를 저지하거나 중국의 대두를 억지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들을 파괴하는 것이라면 일본이 미국을 추종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했다.

토드는 동아시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미일동맹 불가피론’은 이미 일종의 ‘신앙’이 돼버렸으나, 지금의 일본에게 요구되는 것은 ‘전쟁은 피할 수 없다’ 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전쟁 불가피론은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내러티브에 지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중국, 러시아, 한국, 북한과 인내심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면서 “‘미국으로부터의 자립’과 ‘주변국들과의 대화’를 동시에 촉진하는 수단으로 ‘핵 보유’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데올로기'보다 '에너지 자원'이 더 중요하므로 러시아에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강고한 러일관계가 미국과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자립하는 데에도 유리하게 기능할 것"이라고 했다. 토드는 미일동맹을 성급하게 파기할 필요는 없으나 '미국에는 의존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국 국방력을 강화하면서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도 구축하는 것이 동아시아 전체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