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읽는 호파의 교훈
호파의 이야기는 한국 노동운동에도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노동자의 단결은 여전히 필요하다.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에서 개인의 힘은 약하다. 노동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2·3조는 2025년 9월 9일 공포됐고, 2026년 3월 10일 시행됐다. 원청의 실질적인 지배·결정 범위에서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넓히고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이 시행됐다고 노동현장의 격차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권리가 실제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일이다.
둘째, 강한 조직일수록 투명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회비와 기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지도부가 돈을 어떻게 쓰는지 공개하고, 조합원이 이를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호파의 사례는 노동자를 대신해 행사하는 권력도 견제 받지 않으면 사익을 위한 권력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회계공개와 민주적 의사결정은 노조를 약화하는 장치가 아니라 신뢰를 지키는 토대다.
셋째, 노동조합을 무조건 영웅으로 만들거나 무조건 악마로 몰아서는 안 된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과 조직의 부패를 감시하는 일은 서로 반대되는 과제가 아니다. 노동운동이 정당성을 지키려면 권력과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비판과 내부견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와 기업 역시 부패를 이유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호파는 노동자의 영웅이면서 동시에 권력의 위험성을 보여 주는 인물이었다.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노동자의 힘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힘을 쥔 사람을 누가 감시하는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데서 멈추지 말고, 그 권력을 행사하는 조직까지 민주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조합원의 곳간은 지도자의 사유물이 아니다. 그 사실을 잊는 순간, 사라지는 것은 지도자 한 사람만이 아니라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의 신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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